박치원의 건축문화 칼럼 8. 철저한 대립이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업무 시설을 위한 벤치마킹의 장이 된 런던의 시티지역

by 유로저널 posted Feb 24,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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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치원의 건축문화 칼럼 8
영국은 지금 변화하고 있다
철저한 대립이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업무 시설을 위한 벤치마킹의 장이 된 런던의 시티지역

대영 제국이란 역사 속의 화려함과 세계 금융 중심지로서의 넘치는 생동감이 공존하며 미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런던은 32개의 자치구와 런던 중심부의 구 시가지City of London 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에서도 작지만 매우 부유한 스퀘어 마일 (중세 때부터 지켜진 약 3 평방 킬로미터의 면적을 의미한다) 이라 불리어지는 곳 시티는 긴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그와 더불어 역사적 가치를 증거하는 건축물 또한 산재해 있다.


그 중에서도 이 지역의 부와 가치는 다른 나라들의 통치권자나 고위 관리들을 위해 연회를 개최하고 있는 중세 풍의 길드 홀 (Guildhall) 과 세계적으로 명성이 자자한 세인트 폴 대 성당만으로도 충분히 비유되고도 남을 듯하다.


과거에는 무역 그리고 현재는 은행 산업이 이 지역의 부를 구축하는 기반이 되고 있는데 전 세계에서 뉴욕 다음으로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주요 금융 비즈니스 지역으로 등급 되어 있기도 하다. 시티 내에는 1700년경 2십만 명의 인구가 현재는 대략 8천명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경제 업무 분야에 종사하는 유동인구는 무려 3십 4만 명으로 집계되었으니 이 조그마한 곳에 몰려드는 수 십만 명이나 되는 세계 최고의 두뇌들을 위해 만들어지는 작업 환경은 수시로 경제 대국을 꿈꾸는 타 국가들의 벤치마킹이 되는 것은 당연한 지도 모른다.
 

 



위에서 내려다 본 시티지역의 광경

세계 금융 허브로부터 창출되는 부를 상징하는 현대 건축물들은 넘쳐나는 예산 그리고 그로 인한 건축가의 절제력 상실로 흉물이 되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경험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시티지역 스카이라인을 결정짓는 건축물들은 결코 보기 흉하지 만은 않은 이유는 무엇 일까? 


그 이유는 전통을 경의하고 새로운 것을 규제하려는 극히 일상적인 영국인들의 사고와 그 것을 초석으로 수립된 도시 건축 정책 그리고 그 정책을 최대한 지켜내려는 건축가들의 의지에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여타 국가에도 이러한 고전 건축을 지키기 위한 정책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 정책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실현 불가능한 허울만 화려하거나 세분화 되지 않아 각기 다른 지역적 문맥을 소화하기에는 불 충분한 경우가 허다하다.  물론 이 지역에 세워진 모든 건물들이 하나 같이 전통 건축을 염두에 두고 지어졌다고 하기에는 무리도 따르지만 대영제국의 전성기를 상징하는 고전 건축물들을 군데군데 원형대로 보존해 놓은 것만으로도 신구의 야릇한 조화를 자아내며 도시민의 삶에 신선한 자극을 던져 주고 있다.

 



런던 대화재 시 불 타 1669년에 재건돼 아직도 건재하고 있는 런던 증권 거래소

예를 들어 포스터 앤드 파트너스가 설계해 2003년 완공된 스위스 르 빌딩 (Swiss Re Building)은 절여 놓은 오이지 같다 해 Gherkin이라는 별명까지 따라 다니고 있다.  외관상으론 어디를 보나 역사적인 문맥과는 무관한 이 건물이 눈에 거슬리지 만은 않은 이유는 그 앞에 작지만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버티고 있는 세인트 앤드류 언더샤프트 (St Andrew Undershaft Church) 라는 15세기 교회 건물과의 대조가 이루는 긴장감 때문일 것이다.

 



15세기 교회 건축물 뒤로 보이는 우뚝 선Swiss Re Building

 


건강과 환경을 동시에 고려하는 사려 깊은 건축가 - 현대 건축의 거장 리차드 로저스는 80세의 나이에도 아직 자전거를 타고 출 퇴근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시티 지역의 성공적인 발전에는 한 건축가의 공헌이 컸다고 할 수 있는데 바로 캔 리빙스턴이 시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도시 및 건축 자문 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했고 2007년 프리츠커 (Pritzker) 건축상 수상자이기도 했던 리차드 로저스 경이다.  도시 환경에 지대한 관심을 지니고 있는 로저스는 평소에도 질 높은 환경을 향한 사고 자체를 몸소 실천하는 건축가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이젠 노령의 나이인 그가 자전거로 출 퇴근을 하며 직원들에게 차량 보다는 자전거 이용을 권유하고 있다. 그의 이런 도시 환경의 질적 향상을 위한 원칙은 건축물 디자인에도 거침없이 적용되고 있는데 바로 이 시티지역에 2011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되었던 레덴홀 빌딩 ( Leadenhall Building) 이 좋은 예일 것이다. 금시의 세계 경제 침체로 아쉽게도 공사가 중단되긴 했지만 치즈 그레이터 (Cheese grater) 라는 별명이 붙은 이 건물은 꼭대기가 점점 가늘어지는 형태를 지니고 있는데 바로 Fleet street에서 세인트 폴 대성당까지의 조망 확보를 위해 상부를 잘라냈기 때문이다.

 


 
서쪽에서 세인트 폴 대성당 까지의 조망을 위해 경사지게 잘려 설계된 Leadenhall 빌딩

시티 거리에는 뉴욕의 맨하턴 거리와 같이 양복쟁이들이 샌드 위치와 서류 봉투를 들고 뛰어 다니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그러나 맨히턴의 비즈니스맨들과는 달리 우리는 양복에 운동화를 신고 출 퇴근하는 런던 시티지역의 비즈니스맨들을 종종 본다. 과연 무엇이 그들에게 그런 상식에 어긋나는 코디네이션을 자신있게 표출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일까? 물론 효율을 중시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혹시나 도시 자체에서 풍기는 부조화속의 조화 즉 신구의 적절한 배합이 주는 생동감의 표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박치원
 RIBA, ARB (영국 왕립 건축사)
  SMAL AND PARTNERS (도시 및 건축 설계 파트너쉽) 대표
 뉴카슬 대학 건축 디자인 디플로마 튜터
 
www.smalandpartners.com
 cpark@smaland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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