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도시 재생 총정리- 베를린 장벽 철거 후 신 베를린

by 유로저널 posted Jul 25,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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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냉전의 상징이던 베를린 장벽 철거 후 오히려 정체성을 상실해 가고 있는 신 베를린

1989년 11월 베를린 장벽이 무너져 내린 후 벌써 2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당시 장벽이 무너지고 통독은 미래 유럽의 신도시 개발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회가 도래했음을 자축했다.

Brandenburg.jpg
지금은 철거된 브란덴부르크 문 앞 베를린 장벽에 올라서 통일독일을 기뻐하던 베를린 시민들



1990년 7월 서 베를린과 동 베를린은 서로 장벽이 위치했던 도시 중심에 대략 6만 평방미터씩이나되는 대지를 팔아 거대한 도시 개발을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1991년Potsdam Square (포츠담 광장)를 중심으로 한 도시 개발 공모전을 개최했다. 이렇게 시작된 거대하고 엄청난 금액이 소요된 도시 개발은 과연 계획대로 성공했는가?    
콜럼비아 대학 건축사학자 Barry Bergdoll은 “신 베를린은 매력을 느끼다가도 동시에 실망을 하게 되는 그저 평범한 또 하나의 거대한 도시가 되어 가는 모습이다.” 라고 했듯이 그 간 베를린을 가끔 드나들었던 필자도 동의를 할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물론 그 안에 거주하는 시민들을 위한 부를 창조하기 위해선 도시가 경제적 독립체로 기능해야하는 것도 필수조건이지만 도시가 방문객을 매료시킬 요소를 지니고 또 다시 찾게 되는 재미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이렇듯 그저 보통이 되어버린 도시를 방문하고 돌아온 많은 지인들은92년도에는 챨리라는 검문소를 통과할때면 그나마 긴장에서 오는 전율이라도 있었다고 푸념썩인 넋두리를 늘어놓기도 한다.

New Berlin centre.jpg
베를린 중심부에 소니 센터를 비롯한 새로이 들어선 현대 건축물들


이 때문일까? 베를린과 런던에 베이스를 두고 있는 건축 설계 사무소  Sauerbruch + Hutton의 파트너 Matthias Sauerbruch는 50년과 60년대를 거쳐 전쟁을 겪은 세대들은 역사에서 가능한 한 멀어지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이제는 역사를 다시 되찾고 그것을 오히려 이용할 때라고 역설한다.
역사가 살아있는 도시 안의 건축물들은 시간을 거치며 그 쓰임 용도가 변하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물리적 변형과 역사적 의미까지 축적돼 오히려 그 가치가 상승한다. 그러나 베를린 중심부에서 버티던 역사적 가치들은 한 무리의 건축가 집단에 의해 현대 건축물들로 대부분 대체되며 그 흥미로운 정체성을 상실하고 말았던 것이다.

Berlin wall.jpg
모두 철거되고 얼마남아 있지 않은 베를린 장벽


하지만 베를린에 역사를 보전코자 하는 노력자체가 일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찍이 동독의 국회 의사당으로 사용되었고 통일 전에는 동 베를린 시민들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장소로 사용되었던 공화당 건물이2006년에 철거된 사건이 있었다. 물론 1990년 건물내에서 석면이 발견돼 철거쪽에 한 층 더 힘을 실어주게 되었지만  마지막으로 철거되는 그 순간까지 반대를 주장했던 집단은 정치적 그리고 미적인 관점에서의 의견을 내세우며 거세게 반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에는 녹색당Die Grüne 과 좌파인 Die Linke 까지 합류하며 만류했으나 430대 199표로 투표에서 패하며 결국 철거됐다. 베를린 로얄 팰리스도 비슷한 맥락에서 양 세력이  기 싸움을 하다 새롭게 지어질 건물의 외관은 철거될 건물과 비슷하게 디자인되고 내부는 현대적으로 처리하는 조건으로 마무리가 됐다.

Berlin royal palace.jpg
베를린 로얄 팰리스 본래의 모습

Humboldt Forum.jpg
로얄 팰리스가 철거된 후 새롭게 건축될 Humboldt Forum의 외관


역사와 과거의 기억 그리고 도시적 아이덴터티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강박적인 접근 방식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지속가능한 진정한 도시 변화를 위한 수단으로 취급되어야 하지 않나 스스로 자문해 보기도 한다.
지난 컬럼에서 몇 개의 잘 지어진 기념비적 건축물 혹은 지역 커뮤니티와 융합되는 도시 계획으로 인해 도시가 자생하고 영구적으로 발전하는 사례를 든 적이 있다. 현재 한국은 이런 저런 사건들로 1998년 시작된 남북 통일을 향한 발 걸음이 거의 멈추고 있는 듯 하지만 상상은 자유고 또 돈 한 푼 안드는 일이니 한 번쯤은 통일이 이루어진다면 우린 어떤 식으로 또 어떤 종류의 통일된 국가로서의 아이덴터티를 형성해 가야 할 지 각자의 그림을 보는 것도 의미있을 듯 하다.



박치원

RIBA, ARB (영국 왕립 건축사)
SMAL AND PARTNERS (도시 및 건축 설계 파트너쉽) 대표
뉴카슬 대학 건축 디자인 디플로마 튜터
www.smalandpartners.com
cpark@smaland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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