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영국 스코틀랜드 지역의 글라스고 라는 시에는 글라스고 시 의회, 영국 강변 재생 전문 단체 ISIS 그리고 영국 전역의 수로를 관리하는 British Waterways 라는 조직이 함께 글라스고 운하 재개발 파트너쉽이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이렇게 설립된 글라스고 운하 재개발 파트너쉽은 얼마 전 그 동안 유기되어왔던 도시 북쪽의 Maryhill 수문들과 Speirs 수문들을 포함한 운하지역 전반에 걸친 커뮤니티의 재생을 위해 앞으로 20년간의 비전을 제시했던 “Exemplar project” 즉 모범 프로젝트라 불리는 거대한 사업의 시발을 알리는 작은 프로젝트 하나를 완성했다. 가스큐브링크 (Garscube Link) 라는 이 프로젝트에는 60년대 M8 고속도로의 건설이래로 극심한 단절을 보여온 운하 네트워크와 글라스고 도심 사이를 재 연결해 보겠다는 시 정부의 강한 의지가 내포되어 있는 듯 하다. 참고로 가스큐브링크는 후에 “피닉스 꽃들” 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는데 고속도로가 건설되기 전에 이 곳에 있던 피닉스 공원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Speirs 수문들은 14 hectares나 되는 유기된 공업지대를 덮고 있다. 역사적으로 이 지역은 한 때 번성했던 무역의 중심지였으나 진부해가는 운하들과 함께 점점 몰락을 맞게 됐고 결국 60년대 M8 고속도로의 건설과 동시에 도심과의 관계성은 완전히 상실하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도로 밑 여럿 고립된 장소들만 남기게 되었다. 고가 도로 밑의 이렇게 커다란 상처자국처럼 남게 된 연결 부분들을 치유하는 것이 이 번 프로젝트의 과제이며 20년간의 위대한 비전을 위한 첫 걸음이었다.
실제로 새롭게 꽃 단장한 이 연결 장소들은 글라스고 북쪽의 광범위한 지역을 도심으로 연결해주는 통로이다. 재생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변형되기 전까지 이 곳은 단지 어둡고 더럽기 짝이 없었으며 소음으로 가득한 고가도로 밑 연결로였을 뿐이었는데 설계 사무소 7N Architects 와 Rankin Fraser Landscape Architecture 라는 조경 건축 사무소에 힘입어 이젠 글라스고 시에서도 가장 방문객이 많이 찾는 명소중의 하나가 되었다. 이들의 제안은 의외로 간단명료했다. 인적이 드물고 시의 관리 또한 인색했던 이 연결로에 빨간색 합성수지로 길을 덮고 50개의 알루미늄으로 제작된 커다란 조화들을 여기저기 설치함으로 그 위를 지나가는 고가 도로의 콘크리트와 대조적이고도 온화한 분위기를 창출해내며 이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예전의 피닉스 공원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키게 하고 있다. 핑크 빛, 오렌지 그리고 노란 자이언트 조화들은 늦은 저녁이 되면 빛을 발하며 보행자들과 자전거 이용자들의 안전을 담당한다. 물론 시 정부가 몇 십 개의 자이언트 조화만 설치해 놓고 모순적 도시 플랜으로 점철된 과거 역사 속의 잔해들을 제거하려는 듯 어리석지는 않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차후 최소 20년간은 끊임없는 계획과 노력으로 낙후된 운하 지역 구석구석을 활기차고 청결한 공간으로 재생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시 정부의 자체적 고군분투 외에도 지역 단체들의 자발적인 참여 또한 커다란 공헌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뮤직 앤드 드라마 왕립 스코틀랜드 아카데미 (RSAMD), 스코틀랜드 국립극장 (NTS) 같은 지역에 영향력 있는 단체들이 앞으로 15년간 이 지역을 창조적인 발상을 위한 스코틀랜드의 창조의 장으로 만들어 보자는 기조아래 서로 협조하고 있는 것이다.
가스큐브링크는 최근 스코틀랜드 전역을 거쳐 추천된 건축물들을 심사해 우승 작을 뽑는 2010년 최고의 미래 빌딩상을 수여했다. 글라스고 뿐만 아니라 영국 전역의 관심을 받고 심어진 이 척박한 땅에 꽃들이 잘 자라 만발하기를 기대해 본다.
박치원
RIBA, ARB (영국 왕립 건축사)
SMAL AND PARTNERS (도시 및 건축 설계 파트너쉽) 대표
뉴카슬 대학 건축 디자인 디플로마 튜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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