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1월27일) 현대자동차는 기업설명회를 통해 2010년 경영실적을 발표했다. 한 해 동안 총 1,730,682대의 자동차를 팔았다. 그리고 계열사인 기아자동차의 국내 생산대수(140만 293대)까지 포함하면 현대차그룹은 작년 한 해 총 313만 975대를 판매한 것이 된다. 여기에 해외법인에서 생산 판매한 수까지 합치면 모두 575만대를 팔아치웠다. 이런 판매결과는 고스란히 영업이익으로 돌아왔는데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그리고 현대모비스 이 세 회사의 2010년 한 해 영업이익이 10조를 돌파한 것이다. 한 마디로 장사를 잘했다. 아니 잘한 정도를 넘어 눈부신 성과를 냈다. 그리고 올해에도 더 많은 차를 세계시장에 내다팔기 위해 두 팔을 걷어붙였다. 해외언론이나 경쟁 메이커들은 현대차의 놀라운 성과를 드러내놓고 경계하고 감탄해하고 있는 실정이다. 짧은 자동차 생산 역사를 생각한다면 기적에 가까운 성장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성적표를 받아든 현대자동차에게도 남모를(?) 고민이 있다. 바로 내수시장에서의 고전이 그것이다. 우선 2010년 한 해 동안 대한민국에서 자동차를 판매한 5개의 메이커 중 유일하게 판매증가율이 전년 대비 마이너스 성장을 한 곳이 현대자동차다. 2009년에 비해 6.1%의 감소율을 보였고, 전체 점유율 역시 전년 대비 5.2%가 줄어든 45.2%였다. 일각에서는 작년 11월 비정규직 파업 문제와 노후차 세제혜택 폐지 등도 판매 감소의 요인이라고 했지만 글로벌 시장에 중점을 둔 마케팅이 내수시장에 판매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오히려 타당해 보인다.
사실 현대차는 작년을 기점으로 해외법인에서 생산되는 자동차의 수가 한국 생산분을 뛰어넘었다. 점점 세계 각지에 공장을 짓고, 그 곳을 거점으로 글로벌시장을 뜨겁게 공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내수시장에서의 탄탄한 기반 없이 성장하는 메이커 없듯, 현대차 역시 내수시장에서의 엄청난 성공으로 지금에 이르렀고 앞으로도 이렇게 가야만 한다. 그런데 해외에서의 성장을 위해 필요한 내수의 기반 다지기에 위기가 찾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자동차 가격의 상승을 꼽을 수 있다. 물가상승률을 뛰어넘는 신차가격은 소비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또 서비스에 대한 낮은 만족도도 간과할 수 없다. 거기에 해외수출용 혹은 해외공장에서 제작되는 모델과 한국에서 팔리는 동일한 모델 간에 어떤 차별이 있다는 비판 여론이 커가고 있는 점도 위기의 한 요인이다.
한국의 고객들은 해외마케팅에 주력하는 현대차에게 일종의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 쉽게 말해 그동안 그렇게 현대차 팔아줬더니 이제 와서 내수고객들을 외면하느냐는 것이다. 해외에서 무상보증수리 기간이 긴 것에 비하면 한국 내에서의 수리기간은 짧은 편이다. 또한 글로벌 마켓에서 현대차는 아직까지 가격대비 성능이 좋은 차로 인식돼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현대차는 비싼 차가 되었고, 야심차게 추진하는 패밀리 룩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 또한 점점 냉담해지고 있다. 어느 한두 가지의 문제가 아닌 복합적으로 누적된 비판들이 판매결과로 조금씩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내수시장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현대는 무엇보다 고객들과의 소통에 힘써야 한다. 비판 여론에 오해가 있다면 과감히 그 오해를 해소시킬 수 있어야 하고, 또 의문이 사실인 부분에 대해선 변명이 아닌 사과가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고객들과의 진정성 있는 교감을 나눌 수 있을 때 현대차는 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나름의 역사와 전통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마케팅이 있어야 한다. 판매위주의 광고나 전략만 펼친다면 철학부재의 메이커라는 여론의 따가운 시선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밖에도 자동차 문화에 대한 많은 투자가 절실하다. 현대가 한국자동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한다면 그들의 자동차 문화에 대한 투자나 개발은 정말 미미하기 짝이 없다. 이제 양적 성장 중심에서 질적인 그리고 문화적인 성장으로도 시선을 돌려야할 때인 것이다. 현대차가 내수고객들의 떠나가는 발걸음을 되돌리게 하기 위해서는 많이 팔리는 차 못지않게 좋은 가치가 스며 있는 차로 감동을 주기 바란다. 이 모든 게 어렵겠지만, 못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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