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미국, 인터넷 도박 두고 상반된 정책

by 유로저널 posted Nov 1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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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 도박을 두고 미국과 유럽연합 (EU)이 아주 대조적인 정책을 보이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은 인터넷 도박을 뿌리뽑기 위해 법률을 통과시킨 반면 유럽연합은 도박운영업자들에게 유리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9월말 미국의회는 은행과 신용카드 회사들이 신용카드, 수표, 전자식 자금이체 등을 통해 온라인 도박 사이트에서 결제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법안을 가결했다. 이 법으로 미국 이외의 다른 나라에 인터넷 서버를 두고 미국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해오던 도박업체들은 미국 시장 진출을 봉쇄당했다. 인터넷 도박회사들은 수입의 60%이상을 미국에서 벌어들였을 정도로 미국은 최대 시장이었다.
     이에 앞서 미 법무부는 벳온스포츠의 데이비드 커루터즈 최고경영자 (CEO)를 지난 7월 미국에서 체포했고 그는 현재 미국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최대의 미국 시장을 봉쇄당한 인터넷 도박업체는 아시아와 유럽 등 다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은 회원국들에게 도박업체들의 진출을 막고 있는 규정을 폐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상품과 서비스, 자본과 노동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단일시장이다. 따라서 인터넷 도박도 25개 회원국간에 아무런 규제가 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달라 많은 회원국들이 인터넷 도박을 규제하고 있다. 법은 법이지만 도박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독일과 프랑스, 네덜란드의 경우 인터넷을 비롯해 개인 스포츠에 도박을 거는 것을 전면금지하고 있다. 또 이탈리아와 스웨덴, 그리스 등도 거의 유사한 전면금지를 채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EU의 행정부 역할을 하는 집행위원회는 각 회원국들에게 단일시장 규정에 따라 인터넷 도박업체들이 아무런 규제없이 영업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나섰다. 특히 프랑스와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정부의 경우 도박업체 규제를 이유로 집행위원회로부터 제소를 당했다. 3개국 정부가 집행위원회의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이 사건은 유럽법원으로 가서 판결이 나게된다.
     이들 3개국은 스포츠 도박업체들이 자국 이외의 다른 회원국에서 영업을 하려면 주재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법규정을 두고 있다. 프랑스는 이런 규정을 근거로 도박운영업체 임원 2명을 지난 9월 체포했다. 그러나 이런 규정은 회원국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 단일시장 규칙을 근본적으로 위반하고 있다는 것이 집행위원회의 판단이다.
프랑스 등 회원국들은 도박이 사회적 악이기 때문에 규제하고 있다는 대응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정부가 복권이나 도박운영권을 특정 기업에게 허가해주어 막대한 조세수입을 올리고 있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단일시장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에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취하고 있는 영국은 도박관련 규제를 풀어 많은 인터넷 도박업체들이 영국에 본거지를 두고 활동하고 있다.
150년이 넘게 불법화되었던 도박은 1961년에 합법화되었다. 합법화된 이후에도 마권영업장은 밖에서 볼 수 없도록 커튼을 쳐야 했고 내부 조명도 어둡게 해야 했다. 그러나 1994년 이런 규정조차 없어지면서 마권영업장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이에따라 축구나 경마 등 모든 경기에 내기를 거는 도박장은 이제 우체국 다음으로 흔히 볼 수 있는 가게가 되었다. 또 도박장이 음료를 제공하고 조명도 마음대로 하면서 많은 고객을 이곳으로 유인하게 되었다. 2001년에는 도박세도 폐지되었다.
     이러다보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도박을 하는 사람들이 전 계층으로 퍼졌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성인의 2/3가 정기적으로 돈을 내기에 건다고 밝혀졌다. 90%가 지난 1년간 도박장에 간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는 점은 도박이 어느정도 광범위하게 퍼져있나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인터넷 사용자가 늘어난 점도 노름꾼 급증에 한 몫을 담당했다. 유명한 마권체인 래드브로크스 (Ladbrokes)는 13개 외국어로 인터넷 도박 서비스를 24시간 연중무휴로 제공하고 있다.
     영국회계감사원은 2005년 도박업소에서 거래된 돈이 약 5백30억파운드 (우린돈으로 약 90조원 정도)라고 추정했다. 영국 한 가구당 일년에 약 34만원을 도박으로 썼다는 의미이다. 물론 독일이나 프랑스 등 도박이 그리 퍼져있지 않은 나라의 시민들이 이곳에 와서 도박을 하곤한다. 따라서 이 점을 감안하면 영국 한 가구당 도박에 지출하는 돈은 이보다 더 많다.
     토니 블레어의 노동당 정부도 도박산업의 활성화에 발벗고 나섰다. 전국에 17개의 카지노장 개설이 곧 허가됐다. 이 가운데 1개는 미국의 라스베가스 규모에 맞먹는 초대형 카지노이다. 쇠퇴일로를 걷고 있는 많은 도시들이 도시재개발의 일환으로 카지노 유치 신청서를 제출했다.
     당연히 도박중독자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이에대한 정확한 실태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 도박중독자를 상담해주고 치료해주는 갬케어 (Gamcare)의 한 관계자는 “도박중독에 따른 가산탕진은 물론 심리적 공황을 겪고 있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정부가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유럽의회 의원이자 단일시장관련 전문가인 영국의 말콤 하버의원은 “인터넷 도박과 관련해 유럽연합 각 국의 규정이 매우 상이하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영국은 비교적 규제가 없는 반면에 상당수의 다른 회원국들은 규제가 있다며 문제해결이 쉽지 않음을 강조했다.
안병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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