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경제 경고등 켜져

by 유로저널 posted Apr 10,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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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은 1986년 1월1일 당시 유럽공동체(EC) 회원국이 되었다. 30여년간 프랑코의 독재치하에 있던 스페인은 프랑코 사후 1970년대 민주주의 선거를 거쳤다. 이어 EC 가입이후 유럽공동체로부터 많은 재정적 지원을 받았다. 낙후 지역을 지원해주는 구조기금, 농민들에게 지원되는 보조금 등, 이런 각 종 지원을 받아 스페인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민주주의 체제를 확립했다.
     그런데 이런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한 스페인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경상수지 적자폭이 큰 폭으로 늘어났고 그 동안의 저금리 정책 때문에 부동산 거품이 심각하다. 최악의 시나리의 경우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금융기관들이 도산할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왜 그런지 한번 이유를 따져보고 이런 스페인 경제가 단일화폐, 유로존(스페인을 포함해 자국화폐를 폐기하고 유로화를 채택한 13개국)에 미칠 영향을 점검해보자.
     우선 2001~2005년까지 유로존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1.4%에 불과했다. 유로존 최대의 경제대국 독일이 평균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성장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국 경제가 평균 3%정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것과 비교하면 유로존의 저성장이 심각한 문제였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저성장 기간에도 스페인의 경제성장은 유로존 가운데 높은 편에 속해 평균 2%가 넘었다. 같은 기간 유로화에 가입한 회원국의 이자율을 결정하는 유럽중앙은행(ECB)이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 금리를 인하하면서 스페인의 부동산 붐이 불었다.
     스페인의 부동산 거품은 통계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2000년 부동산 가격을 100으로 했을 때 유로존의 평균 부동산 가격 인상은 130정도. 그러나 스페인은 190을 기록해 유로존 가운데 부동산 인상률이 최고를 기록했다. 아일랜드는 160, 이탈리아는 140을 각각 기록해 부동산 인상률이 큰 유로존 회원국에 속했다.
     무엇보다도 금리가 낮다보니 기업은 생산설비 증가보다 부동산을 많이 매입했고 시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요인으로 스페인 건설산업은 큰 붐을 이루었다.
     반면에 스페인 경제는 급성장을 했지만 생산성 증가율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주로 동구권과 중남미 등에서 저임금의 노동자들이 몰려들면서 스페인 경제 급성장의 원인이 되었다.
     이런 이유로 스페인의 경상수지 적자는 국내총생산(GDP)대비 8.8%나 된다. 즉 무역수지(수출과 수입)와 무역외수지를 합한 경상수지가 큰 폭으로 늘어났음을 알 수 있다. 2006년말 스페인의 경상수지는 무려 1070억을 기록해 미국에 이어 경상수지 적자가 2번째로 큰 나라였다.
     상황은 이런데 유로존의 경기가 호전되면서 유럽중앙은행은 금리를 올리고 있다. 지난달 8일에도 금리를 0.25% 올려 현재 유로존의 금리는 3.75%이다. 독일 경제도 호전되고 유로존 경제도 경제성장률이 높아 올 상반기 유로존 금리는 한번 정도 더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중앙은행의 주요 임무는 물가안정이다. 경제가 성장하다보면 물가가 오르기 때문에 이 때 중앙은행은 주로 금리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을 제어하려고 한다. 유로존은 2005년 12월부터 잇따라 금리를 올리고 있다.
     금리인상 때문에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구입한 시민들은 이자부담이 가중됐다. 은행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시민들이 급증하게 되면 이들에게 돈을 빌려준 금융권들도 부실채권이 급증하게 된다.
     이러다보니 스페인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첫째, 스페인 경제는 생산성이 하락해 경쟁력이 그다지 높지 않다. 또 스페인의 과학기술력도 기반이 약하다. 스페인에 있었던 최근 투자의 상당수는 주로 건물 등 부동산 매입에 집중됐다. 스페인의 산업구조 때문에 중동부 유럽이나 아시아 국가의 수입품과의 경쟁에서도 지고 있다.
     문제는 스페인 경제에 닥칠 수 있는 갑작스런 충격은 스페인 한 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스페인은 유럽중앙은행에서 결정된 이자율을 그대로 수용해 통화정책을 집행하고 있다. 만약에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경우 스페인 정부는 이자율을 낮추고 싶지만 불가능하다.
     이자율 결정권한이 유럽중앙은행으로 이관됐기 때문이다. 가능한 대안은 저임금의 노동자들이 스페인으로 이주하는 등의 방식으로 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또 최악의 경우 스페인이 극심한 경기침체를 겪어도 유럽중앙은행이나 유로존의 다른 회원국들이 스페인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
     유로화 출범에 합의한 유럽연합조약(일명 ‘마스트리히트조약’)은 경제 위기에 처한 회원국들을 위해 유럽중앙은행의 긴급구제(no bail out)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가능한 대안은 위에서 언급한 대로 저임금 노동자들의 유입이나 스페인 정부 자체의 뼈아픈 구조조정 뿐이다.  
     각 국이 특수한 상황에 맞는 통화정책 이행 도구(이자율 결정권한)를 잃었다는 점이 유로화 채택에 따른 큰 문제점이다. 영국이 유로화 채택을 거부하는 이유도 영국 경제가 유로존 보다 훨씬 낫다는 점, 통화주권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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