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은 대서양을 마주보고 있다. 그래서 흔히 두 강대국(지역)간의 관계는 대서양관계(transatlantic relations)라고 불린다. 미국에서는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버락 오바마의 돌풍이 뜨겁다. 지난달에 그는 힐러리 클린턴과 예비경선(프라이머리, primary)에서 싸워 내리 11연승을 거두었다. 또 전국 여론조사에서도 과반을 넘어 힐러리를 압도하고 있다. 그야말로 무서운 오바마 돌풍이다.
오바마는 46살이다. 하와이에서 케냐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사이에 출생했다. 하버드법대를 우등으로 졸업한 후 인권운동 등에도 적극 나선 바 있다. 지난 2004년 일리노이주 상원의원으로 정치인이 됐다. 많은 유권자들의 오바마를 존 F 케네디 대통령과 비교하곤 한다. 두 사람 모두 젊고 무엇인가를 바꾸어 보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힐러리가 경험과 경륜을 강조하지만 오바마는 이라크전과 경기침체에 지친 미국인들에게 변화를 모토로 내새워 다가가고 있다.
오바마가 과연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될 수 있을지 섣불리 예측할 수 없지만 가능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달 9일과 16일 지방선거가 있는 프랑스에서도 오바마가 나올 수 있을까? 대답은 ‘노’!이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최근 왜 프랑스에서는 ‘오바마’가 나올 수 없냐며 문제를 제기하면서 프랑스 이민자들이 오바마를 희망으로 여기고 있다는 소식을 실었다.
폐쇄적인 프랑스 사회
프랑스에서 유명한 정치인이나 정부의 고위관료가 되려면 최소한 몇 개 엘리트대학교(에콜)중의 하나를 졸업해야 한다는 것이 통설이다. 작고한 프랑스와 미테랑 대통령의 보좌관이자 지성으로 유명한 자크 아탈리를 비롯해 우리나라에도 자주 방문한 기 소르망 등도 모두 에콜 출신이다. 필자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서 근무하는 프랑스인을 만나서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 역시 에콜 출신이였다. 그는 우스개로 프랑스는 아직도 에콜 출신이 주름잡고 있다는 이야기를 건냈다.
프랑스는 과거 아프리카 식민지를 많이 거느리고 있어 이 지역 출신의 이민자들이 꽤많다. 2005년 9월 프랑스 교외에서 발생해 3개월간 계속된 폭동도 이민자들이 중심이 됐다. 특히 당시 폭동을 악화시킨 주범은 내무장관이던 니콜라 사르코지 현 프랑스 대통령이다. 그는 당시 시위현장을 방문해 시위자들을 ‘쓰레기’라고 불러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한 격이 됐다.
당시 지적됐던 문제점이 프랑스가 이민자들에 대한 통합정책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는 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이민자들의 실업률이 매우 높고 이들은 허름한 교외지역에 집중거주하고 있어 반 게토화했다.
프랑스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며 정부 일을 도와주고 있는 아딜 자주지 박사는 “이민자들이 축구선수는 될 수 있어도 아직 정치에는 진출할 수 없다”며 프랑스 현실을 꼬집었다.
아직까지 이민 1세대, 혹은 2세대에서 국회의원이 된 사람이 없으며 시장도 나오지 않았다.
하물면 현실이 이 정도인데 프랑스에서 흑인이 대통령 후보로 나선다는 것은 너무나 요원하다는 것이다.
오바마, 프랑스 이민자들의 희망
이에 따라 프랑스에 거주하는 아프리카나 중동 출신의 이민자들은 오바마에서 희망을 찾고 있다.
프랑스 TV의 앵커인 크리스텡 오크랑은 “오바마가 혼혈이라는 사실은 인종간의 화합이라는 이미지를 표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인종 차별에 관한 한 미국이 프랑스보다 훨씬 덜 차별적”이라고 진단했다.
비록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도 헝가리 이민자 출신이지만 그는 백인이다. 그는 지난해 대통령 출마시 소수 인종을 관직에 적극 등용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흑인 후보자들이 제법 있으나 결과는 아직 알 수 없다.
프랑스 이민자들은 만약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다면 이는 자신들에게도 아주 대단한 뉴스가 될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한 이민자는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면 흑인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이라는 장벽이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프랑스 거주 흑인들은 미국의 대선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자신들의 지방선거보다 더 큰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IHT의 분석이다.
과연 오바마가 이들에게 더 큰 희망을 줄 수 있을까?
안 병 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