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마누엘 바로수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이끄는 최대 규모의 EU대표단이 24일 중국을 방문해 이틀간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과 고위급 경제대화를 가졌다.
이번회담은 지난해 11월 양측이 정례 고위급 경제대화를 갖기로 합의한 후 처음 열려 관심을 모았으나 결과는 그리 주목할 만한 것이 없었다. 중국과 유럽연합이 서로의 필요성을 인정하지만 핵심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이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중국과 유럽연합간의 무역마찰
무엇보다도 EU는 중국과의 교역에서 많은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EU 27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액수보다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액수가 훨씬 많다는 이야기다. 2006년 EU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1310억달러, 2007년에는 거의 2배에 가까운 2530억달러에 육박했다.
EU는 중국이 위안화를 인위적으로 낮게 조정해 가격경쟁력으로 부당한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1월 유럽중앙은행 총재, 유로존(단일화폐 유로를 채택한 15개 EU 회원국) 좌장격인 룩셈부르크 장 클로드 융커 총리, 집행위원회 통화담당 집행위원이 베이징을 찾은 것도 중국에게 위안화 절상 요구를 강력하게 밀어부치기 위해서다.
올들어 중국의 위안화는 1달러에 6위안선을 돌파해 지속적으로 가치가 상승하고 있으나 EU측은 절상폭이 그리 만족할만하지 못하다고 보고 있다.
이번에 열린 최초의 중국-EU 경제대화에는 바로수 위원장을 비롯해 통상, 환경, 대외관계, 에너지 담당 등 9명의 EU 집행위원이 포함된 최대 규모였다. 그만큼 EU가 중국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기며 무역 등에서 상호 유익한 합의를 도출하려고 했다.
EU는 중국이 또 미국과 함께 주요 이산화탄소 배출국이어 기후변화 관련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문제도 논의했다.
중국측도 이번 대화에 대해 일말의 기대를 표현한 바 있다. 중국의 천더밍 상무부장(상무장관)도 지난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과 EU간의 교역에서 신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천 부장은 기고문에서 중국과 EU간의 무역이 급증하고 있으나 EU가 중국에 대해 차별조치를 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즉 아직도 중국에 시장경제 지위를 부여하고 있지 않으며 중국산 제품에 대해 잦은 반덤핑 조사, 기술수출의 제한 등을 지적했다.
티베트 사태와 베이징 올림픽
중국은 오는 8월8일 저녁 8시 베이징 올림픽 경기장에서 개막하는 올림픽에 국력을 집중하고 있다. 아시아, 나아가 세계에서 강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의 모습을 알리고 강대국으로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평화애호국가임을 만방에 알리려는 심산이다.
그러나 3월14일 티베트의 수도 라싸에서 발생한 유혈사태 때문에 중국의 이미지는 많이 구겨졌다. 자치를 요구하는 시위대를 강경진압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반중국 정서가 들끓고 있다.
인권외교를 매우 중요시하는 유럽연합 각 회원국들도 티베트 사태를 좌시할 수 없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 몇몇 회원국 수반들이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불참을 선언했다. 또 7월부터 6개월동안 유럽이사회(회원국 수반들의 모임) 순회의장국인 프랑스는 최근 EU차원에서 베이징 올림픽 불참 여부를 논의할 것을 제안했다.
티베트사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폭도들이 시위를 했기 때문에 진압했고 이 과정에서 폭도들과 중국 경찰도 다쳤다는 것.
이번 고위급 경제대화에서도 양측은 티베트 문제를 논의했으나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최근 FT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EU 회원국 시민들은 세계에서 가장 위협적인 국가로 중국을 지적했다. 지난해에는 미국을 지적한 바 있다. 3월에 발생한 티베트 사태가 유럽 시민들을 자극한 것이 분명하다.
어쨌든 무역뿐만 아니라 올림픽, 티베트 사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등 여러가지 문제에서 양측의 시각이 매우 상이하다. 물론 대화를 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지만 대화가 의미있는 결과를 도출해내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안 병 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