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불균형을 어떻게 조정하지?
중국과 독일, 일본 등 흑자국에게 적극적 역할 주문-미국과 영국 등 적자국은 반성하지 못하고 왜 적자를 면하지 못할까
마틴 울프(Martin Wolf)는 파이낸셜타임스(FT)의 유명한 경제칼럼니스트이다. 매주 수요일 그의 경제칼럼이 게재되고 미국이나 영국뿐만 아니라 독일, 프랑스, 중국 등 세계 각지의 지식인들이 그의 글을 읽고 논쟁을 벌인다.
미국발 경제위기가 본격화 한 지난해 가을부터 그의 칼럼에 단골로 등장하는 용어가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s)이다. 그는 글로벌 불균형이 이번 경제위기의 주 원인중의 하나라며 이를 해결하지 않고는 현재 ‘쓰나미’처럼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대공황II를 극복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물론 칼럼은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는 이런 주장을 강조하기 위해 약간 과장을 하기도 한다. 필자는 우선 이 용어 설명부터 시작해 왜 그의 이런 논리가 모순인지를 규명하고자 한다.
적자국과 흑자국
글로벌 불균형은 세계 각 국의 경상수지(current account)에서 항상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는 국가가 있는가 하면 흑자를 누리는 국가가 있고 이런 불균형이 조정되지 않고서는 경제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각 국이 무역(수출과 수입)을 하거나 무역외수지(예컨대 외화송금 등)를 합해 경상수지 적자나 흑자 유무를 따진다. 예컨대 우리나라의 무역수지는 흑자이지만 여행수지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해외여행을 가는 한국인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지출하는 외국인보다 더 많은 돈을 쓴다는 의미이다. 물론 무역수지가 큰 규모여서 대개 우리의 경상수지는 흑자를 기록해왔다.
미국과 영국은 대표적인 경상수지 적자국가이다. 반면 중국과 독일, 일본은 대표적인 경상수지 흑자국이다. 지난해까지 몇 년간 연평균 두 자릿수 가까운 경제성장을 이룩한 중국은 무역수지와 외국인 투자에서 엄청난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수출 챔피언 독일도 마찬가지다. 2008년말 현재 중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3720억달러, 독일은 2530억달러, 일본은 2110억달러 정도이다.
2007년말 미국의 경상수지는 약 7380억달러를, 영국은 1360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거의 1조달러를 기록했기에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 규모가 우리 GDP의 70%가 넘는 셈이다. 미국인들의 씀씀이는 잘 알려져 있다. 미국의 저축률은 필자가 알기에 거의 제로에 가깝다. 미국인들은 거의 저축하지 않고 신용카드를 남발하며 유일한 자산인 주택에 의존해 씀씀이를 해결한다.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발 금융위기도 이런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즉 경기가 좋아 신용이 나쁜 사람도 은행으로부터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했다. 구입한 주택가격이 오르다가 경기하강으로 주택가격이 폭락하면서 대출을 갚지 못하는 파산자가 속출했고 이것이 금융기관까지 줄줄이 연결되면서 경제가 망가지고 있다.
미국정부는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한다. 보통 재무증권(treasury bond)이라고 불리는데 정부가 만기에 지불을 보증하고 연간 낮은 이자를 지불한다. 수익률은 낮지만 미국 정부가 파산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에(혹은 낮다고 사람들이 인식하고 때문에) 경기침체 등 불확실성이 높을 때 안전한 투자자산으로 인기다. 중국은 몇 년간 미 국채 최대 보유국이다. 즉 쉽게 말하면 미국인들의 마이너스 통장(overdraft) ‘물주’는 중국과 독일, 일본인 셈이다.
마틴 울프는 중국 등 만성적인 경상수지 흑자국이 돈을 번 것은 미국이나 영국 등 수입을 많이 하는 나라의 덕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경기침체기에 미국이나영국의 씀씀이가 줄어 들고 이는 흑자국에게도 좋지 않기 때문에 흑자국들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두두한 주머니를 풀어 경기부양책을 시행하고 이렇게 되면 미국이나 영국 상품도 흑자국에 수출되어 경기불황 극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명시적으로 말하지 않았지만 중국 위안화의 추가적인 평가절상도 요구한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이나 영국,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단일화폐, 유로를 채택한 16개 회원국 등은 중국이 미 달러나 유로에 대해 위안화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 수출을 많이 하고 덕을 본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기회가 될 때마다 위안화의 평가절상을 요구해왔다. 중국 위안화는 정부가 가치를 관리하고 있어 달러나 파운드처럼 외환시장의 수요공급에 따라 가치가 결정되지 않는다.
누가 죄인인가?
마틴 울프의 논리는 미국이나 영국의 금융자본이나 정책결정자들의 의견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논리적.실제적 허점이 있다.
우선 울프는 이번 금융위기의 원인이 미국이나 영국에서 과도한 금융자본의 역할,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양 국가가 시장의 전지전능함을 과시해 금융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라며 양국의 책임을 약간 인정했다. 그러나 그는 금융위기의 주원인을 글로벌 불균형, 즉 흑자국의 구조적인 경제문제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내수가 아니라 주로 수출에 의존한 경제구조를 지니고 있어 세계 최대의 미국시장 덕분에 경제가 잘 되었으니 어려운 미국 경제를 위해 고통을 분담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정부는 이번 경제위기를 그렇게 보지 않는다. 중국은 원래 중국인들이 근검절약하고 허리띠를 졸라매 경제성장을 하고 저축을 해 경제발전을 해왔다. 세계경제를 망가뜨린 주범 미국이 무슨 충고냐는 시각이다.
독일이나 프랑스 정부도 이번 위기의 원인이 ‘먹고 튀는 자본’(먹튀자본)이라는 헤지펀드나 사모펀드때문이며 이런 메뚜기떼를 제대로 통제하려면 금융기관 감독을 더 철저히 해야 한다는 시작이다. 일반 서민들의 혈세를 들어부어 월가 금융기관을 구제해주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혈세가 일년에 몇천억원 보너스를 받는 위기의 주범인 금융기관 임원들을 배불리 먹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불거진 AIG 임원의 거액 보너스 지급파동은 이런 사례이다.
경제위기를 보는 시각이 이처럼 근본적으로 다른 상황에서 해법은 당연히 애매모호하게 나올 수 밖에 없다. 말로는 해결이나 노력, 공조를 외치지만 흑자국과 적자국의 시각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접점이 가능할는지?
안병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