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황과 현재 경제위기는 ‘붕어빵’같다
산업생산과 무역량 감소 등에서 매우 흡사
‘경제회복이라는 푸른 새싹’을 보고 있다‘(green shoots of economic recovery)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1~2개월전 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 FRB) 벤 버냉키 의장이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에 대해 조심스럽게 약간의 낙관적인 전망을 하면서 이같은 발언을 했다.
그러나 경제학자들의 분석은 다르다. 특히 1929년 미 뉴욕 증권시장의 대폭락에서 시작된 대공황(Great Depression)과 현재의 경기침체가 ‘붕어빵’같이 흡사하다는 객관적인 분석이 나왔다. 이 분석을 보면 경제회복이라는 푸른 새싹을 보려면 아직도 멀고 멀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경제의 봄날은 요원하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마틴 울프 경제칼럼니스트가 최근의 칼럼에서 분석한 글과 원래 이런 주장을 제기한 배리 아이켄그린(Barry Eichengreen, 미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교수)과 케빈 오루케 교수(더블린의 트리니티 칼리지 교수)의 글을 비교하면서 설명한다.
무역 감소량은 더 줄고 돈도 시중에 더 풀려
경제사 관점에서 대공황을 다룬 책은 그동안 많이 나왔다. 미 경제학자 찰스 킨들버거(Charles Kindleberger)의 책 <세계대공황, The World in Depression, 1929-1939>(1973년 출간)이 잘 알려져 있다. 우연인가, 이 책도 아이켄그린 교수가 재직중인 버클리에서 출간되었다. 킨들버거는 무역생산량과 주가 등 각 종 도표와 당시 각 국의 경제정책 등을 비교분석하며 대공황을 심층분석했다. 특히 그가 이 책에서 주장한 패권안정이론(hegemonic stability theory: HST)은 국제정치경제의 주요 이론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이 책에서 당시 최대의 경제대국 미국이 능력은 있었으나 의지가 없어(capable, but not willing) 경쟁적 평가절하와 보호무역주의 정책을 취하고 각 국도 이런 정책을 취하면서 ‘이웃국가 궁핍화정책’(beggar-thy neighbour policy)이 시행되었고 이 때문에 대공황이 더 악화되었다고 주장했다. 미국처럼 경제적.군사적 패권(hegemon)국가가 있어야 국제정치경제 질서가 자유주의적 기조를 유지하는데 당시 미국이 이런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 반면에 영국은 1차대전이후 이미 미국에 패권을 내주었지만 역시 이웃궁핍화 정책을 이행했고 자유주의적 경제질서 유지에 관심은 있었지만 결코 능력은 되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이제 이런 배경을 염두고 두고 대공황과 현재 글로벌 경제위기를 비교해보자. 아이켄그린과 오루케 교수는 글로벌 경제위기 출발점을 2008년 4월로, 대공황은 1929년 6월로 잡고 있다. 각각의 출발점을 100으로 볼 경우 경제위기 시작이후 14개월(올해 6월말 기준, 1929년 6월 시발점은 1930년 8월 기준)이 지난 현재 세계산업생산은 87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80년전의 대공황 때와 지금의 글로벌 경기침체가 산업생산 하락에서는 붕어빵이다.
그러나 세계주식시장의 하락폭은 현재의 경제위기가 훨씬 더 크다. 1929년 6월을 기준으로 12개월 후 세계주식시장은 100에서 80정도로 하락했으나 2008년 4월부터 1년 지난 2009년 4월, 세계주식시장은 55정도까지 폭락했다.
세계무역량 하락도 대공황때보다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대공황 당시(12개월 경과 기준)95정도로 5가 떨어졌지만 현재에는 90정도에 불과하다. 2차대전이후 다자간 무역협정을 통해 각 국이 관세를 인하, 무역자유화를 계속 추진해왔으며 세계화의 영향으로 상품과 서비스, 자본 등의 이동도 많이 자유로워지면서 하락폭이 더 컸다. 우리나라와 독일, 중국 등 수출의존적인 국가들이 막대한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미국같은 나라는 막대한 무역적자를 보이고 있다. 세계화로 무역량이 급증했고 경기침체로 미국의 수요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세계무역량 하락폭이 더 커졌다.
반면에 각 국이 경기침체 하락과 이에 따른 실업자 급증을 막기위해 기준금리도 낮추고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많은 돈을 풀었다. 따라서 통화량 증가는 이번 경기침체가 훨씬 크다. 1925년을 100으로 하고 5년이 지난 1930년 통화량 증가는 117정도, 반면에 2004년을 100으로 하고 2009년 현재 세계 통화량 증가는 무려 130을 기록했다. 통화량 급증의 당연한 귀결로 각국의 재정적자폭도 훨씬 크다. 1925년을 기준으로 5년이 지난 당시 세계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0% 정도, 즉 각 국의 재정적자를 기록하지 않았었다. 반면에 2004년을 기준으로 현재 세계 각 국의 재정적자는 마이너스 2%이다. 선진국의 경우 마이너스 4%에 이른다. 당시 세계 각 국의 사회복지 서비스는 그리 높은 비중이 아니었겠지만 현재 선진국의 복지 서비스 비중은 높다.
대공황과 현재의 글로벌 경기침체를 비교할 때 산업생산량, 무역량 감소, 주식시장, 통화량, 재정적자 등에서 붕어빵 혹은 현재 경제위기의 정도가 더 심각함을 알 수 있다. 분명한 차이점은 현재 경제위기에서 각 국은 더 적극적인 경기부양책과 경기침체 대응책을 집행하고 있다. 금리를 대폭 인하, 시중에 엄청난 돈을 풀었고 각 국 정부도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을 실시해오고 있다. 또 세계 주요 경제국 (G-20) 정상회담에서 최소한 언사에서는 보호주의를 경계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몇 달이 지나면 이런 경제정책의 효과를 조금 알 수 있을 터이고 이렇게 되면 경기회복의 푸른 싹도 볼 수 있을지 아니면 더 기다려봐야 할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안 병 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