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말로만 보호주의 배격...중국산 강관에 반덤핑 관세 부과

by 유로저널 posted Aug 02,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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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말로만 보호주의 배격...중국산 강관에 반덤핑 관세 부과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을 전제로 반덤핑관세 부과...현실적으로 무리한 법적용

     보호주의는 글로벌 경기침체를 장기화 할뿐만 아니라 상호간의 보복을 불러 또 다른 경제전쟁을 야기할 수 있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미국발 금융·경제위기가 유럽이나 아시아 등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면서 미국이나 영국 언론들이 항상 강조하는 대목이다. 1930년대 대공황 당시 미국을 비롯한 각 국이 자국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당시 세계무역량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또 경쟁적으로 자국 화폐의 가치를 내리는 평가절하를 단행, 수입을 줄였다. 이러한 인근궁핍화정책(beggar-thy-neighbour policy)은 역사적으로 큰 교훈을 남겼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의 와중에 언론들이 틈이 있을 때마다 과거의 나쁜 정책을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경종을 울리는 것이다.
     특히 EU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보호주의 배격을 외쳤고 보호주의 배격에 선봉에 선 것처럼 행동해왔다. 그러나 지난 29일 EU의 이런 외침이 헛된  수사였음이 드러난 결정이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EU는 이날 중국산 강관(steel pipe)에 대해 앞으로 5년간 17.7%~39.2%의 고율의 반덤핑 관세(anti-dumping duties)를 부과하기로 합의했다. 그냥 통상적으로 있는 무역분쟁이겠지 하는 차원에서 벗어나 이번 반덤핑관세부과는 이전의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자세하게 사례를 분석하면서 비판해본다.

              실제 피해도 없는데 피해를 우려 반덤핑 관세부과
     우선 덤핑이란 수입품이 시장점유율을 올리려고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이럴 경우 피해를 입은 EU 회원국 산업체가 행정부 역할을 하는 EU 집행위원회에 반덤핑관세 부과를 요청한다. 집행위원회는 치밀한 조사를 통해 반덤핑관세를 부과한다. 이 과정에서 덤핑 판매 혐의를 받고 있는 해당 국가의 관계자들과도 협상을 벌인다. 그리고 만약 해당 국가 관계자들이 EU의 반덤핑관세 부과에 이의를 제기하려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할 수 있다. EU의 반덤핑관세부과 소식이 나오자마자 중국은 EU의 반덤핑 관세에 불만을 품고 WTO에 제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여기서 덤핑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회원국 업체가 구체적으로 피해를 입었음을 증명해야 한다. 즉 피해를 입증해야 반덤핑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적절한 비유가 아닐 수 있으나 누군가를 때려 상처가 나야 가해자가 경찰에 체포되어 조사를 받고 기소되는 것이다.
     문제는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EU 철강업체가 중국산 강관의 수입이 늘어나자 아직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피해가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고 EU 집행위원회를 설득해 중국산 강관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다는 점이다. 즉 구체적으로 피해가 발생하지도 않았는데 미래의 피해 발생을 전제로 무리한 법적용을 밀어 부쳤고 EU 회원국들도 자국 내 철강업체를 인식해 무리수를 승인했다.
     27개 회원국 통상대표들은 브뤼셀에 모여 중국산 강관에 대해 반덤핑관세를 부과할지를 표결에 회부했으나 근소한 차이로 찬성 표결이 나왔다고 WSJ는 분석했다. 정확하게 이런 적절하지 못한 반덤핑 관세 부과에 반대표를 던진 국가가 어디인지는 나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최소한 일부 회원국은 이런 조치가 적절하지 못함을 충분하게 알고 있었으나 다수결에 밀려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EU 소비자들은 불만...중국 철강업체는 다른 시장 개척해야
     중국산 강관을 수입해 EU회원국으로 판매하는 수입상의 경우 EU 소비자들이 중국산 강관의 수입이 줄어들고 회원국의 다소 비싼 강관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더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고 분석한다.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만큼 수입제품의 가격이 높아져 EU  회원국 내 동일제품보다 가격이 비싸지면 팔리지 않는다. 바로 전형적인 보호주의이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이 되었다. WTO 가입의 조건으로 다른 회원국들과 협상을 벌여 관세를 낮추는 등 어느 정도 시장을 개방했기 때문에 중국의 대EU 수출은 급증했다. 2000년 670억달러에 불과했던 중국의 대EU 수출은 2008년말 3570억달러로 급증했다. 8년만에 5배 이상 급증했다.
     이러다보니 EU와 중국의 통상분쟁이 빈번할 수밖에 없었다. 2007년 여름 중국과 EU 간에는 때아닌 ‘브레지어 전쟁’이 벌어졌다. 브레지어 등 중국산 속옷의 가격이 싸 EU내 수입이 급증하자 EU는 수입량을 할당했다(쿼터). 그러나 2007년 한 해 쿼터가 그 해 상반기에 다 소진되고 중국산 섬유제품이 EU 회원국에 물밀 듯이 들어오자 EU 섬유업체들이 아우성을 쳤다. 각 회원국들은 이에따라 네덜란드의 로테르담, 독일의 함부르크 등 EU 주요 항구에 중국산 섬유제품의 통관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결국 EU와 중국은 적당히 타협하는 선에서 이 문제를 매듭지었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EU의 이율배반성을 꼬집지 않을 수 없다. 겉으로는 보호주의를 배격한다고 하지만 회원국 업체의 이익을 고려, 자유무역을 위반하면서 까지 회원국 제품 보호에 혈안이 되어있다.
     지난 4월초 런던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담에서 회원국들은 보호주의 배격을 다시 한번 다짐하고 보호주의 정책을 시행하는 회원국들의 명단을 공개하기로 합의했다(naming and shaming). 명단을 공개해 공개적으로 창피를 준다면 이런 것이 우려해 보호주의 정책을 적게 취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런 명단 공개 정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정치인들이 합리적인 것은 모든 활동을 재선에 두고 일한다는 것이다. 지나친 비약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국가나 민족, 혹은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것은’ 화려한 수사일 뿐이고 상당수의 정치인들은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재선을 위해 일한다. 그런 정치인들에게 국제적으로 망신은 별로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국내에서 얼마나 표를 얻을 수 있는 정책이나 행동을 취하느냐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각 국의 이런 보호주의 정책을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안병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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