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간세계(interpolar world)와 한국

by 유로저널 posted Oct 0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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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간세계(interpolar world)와 한국
상호의존의 세계에서 다극체제
G20을 적극 활용해야

     지난달 24~25일 미국 피츠버그(Pittsburgh)에서 열린 세계 주요국(G20) 정상회담은 중요한 이정표가 되었다. 국제경제협력의 ‘최상위 포럼’(premier forum, 가장 중요한 포럼)으로 G20을 인정하고 격상시켰기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 정상회담(G8)에는 중국이나 인도도 포함되지 않아 변화된 경제력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는데 이를 시정했다. 또 내년 11월 G20 정상회담을  서울에서 개최한다고 합의했다. 이에 따라 급변하는 국제정치경제의 모습을 가름해보고 우리의 정책방향을 한 번 점검해보자

         극간세계: 다극체제(multipolar world)와 상호의존성이 결합된 세계
     급변하는 국제정치경제는 많은 약어를 만들어 내고 있다. G7, G8, G13, G14, G20까지는 그래도 알만한데 이제 미국과 중국이 국제질서를 주도한다는 G2, 미국과 중국, EU가 주도한다는 G3, 여기에 일본을 합해 G4 등 여러 가지 복잡한 지정학이 제기된다.
     그런데 이런 복잡한 세계를 좀 더 체계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개념이 극간세계(interpolar world)라는 것이다. 파리소재 EU기구의 하나인 ‘EU안보연구소’(European Union Institute for Security Studies:EUISS)의 지오바니 그레비(Giovanni Grevi) 선임연구원이 지난 7월 연구보고서에서 이 개념을 제시하며 변화하는  국제정치경제를 분석했다.
     그레비 연구원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신흥경제국의 부상으로 이들이 국제정치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매우 커졌다. 이제 본격적으로 다극체제(mulitpolarity)가 도래했다고 할 수 있다.
     원래 냉전붕괴이후 1990년대에 일부 국제정치학자들은 다극체제(multipolar world)가 도래했다고 진단했으나 오히려 미국이라는 유일한 초강대국이 주도하는 단극체제(unipolarity)가 되었다. 물론 소련의 붕괴와 독일 경제의 침체, 중국 등의 부상 등으로 미국이 국제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군사력은 세계최강이어 이런 미국의 상대적 파워 하락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미국의 파워는 더욱 약해지고 있다. 경제위기 극복에 중국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미국과 중국, EU, 인도, 일본 등 미국이 군사력과 경제력이 아직도 다른 국가들보다 많이 앞서지만 중국과 EU, 인도 등 각 지역 강국들이 지역을 관리하며 미국의 파워를 견제하고 사안에 따라 협력을 하기도 한다.
     이런 다극체제는 국제정치경제의 변화하는 힘(shifting power)을 보여주고 있다. 다극체제는 세계 주요 국가들이 국제정치경제에서 서로 경쟁하며 때로는  협력하는 모습이다. 반면에 세계화(globalization)로 대표되는 상호의존(interdependence)의 세계는 주요국가들 간의 협력을 불가피하게 만든다. 미국발 경제위기로 드러난 문제점은 한 나라의 경제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속도와 방식이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그만큼 세계화라는 현상으로 각 국 간의 무역이나 접촉이 빈번해져 한 나라의 위기가 확산되는 속도도 빨라졌고 그 범위도 더욱 넓어졌다. 에너지 안보도 미국 혼자만으로 해결이 불가능하고 러시아와 브라질, 중국 등 주요국 간의 상호신뢰와 협력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환경은 더욱더 주요국 간의 협력과 리더십이 필요하다. 특히 12월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 당사국 회의를 앞두고 아직도 미국이 주저하고 있어 제대로 진전이 없다.
     그레비 연구원의 주장은 다극체제와 상호의존이라는 현상을 별개로 이해하지 말고 이 거대한 흐름 간에 새로운 접점을 찾자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극간 세계이다. 즉 상호의존의 시대에 다극체제이다.

              ‘변방에서 세계중심에 우뚝 섰다’?
     내년도 11월 우리나라에서 G20 정상회의 개최와 관련해 이를 계기로 한국이 세계 국제정치경제의 변방에서 중심에 우뚝서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가 있었다. 물론 선진국과 개도국의 중간자적 위치에 있는 한국이 G20 정상회의를 개최한 것은 외교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우리의 위상도 많이 제고할 수 있다. G7이나 G8에 참여하지 못하던 우리가 G20이라는 주요 국제포럼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이 포럼의 발전에 더욱 더 유용한 의제를 제안하고 이의 관철을 위해 다른 회원국들과 협력이 가능하다.
     G20은 회원국 수반끼리 합의(consensus)로 의사결정을 내리며 사무국도 없이 의장국들이 돌아가며 사무국 역할을 수행한다. 비공식적인 의사결정을 특징으로 하기 때문에 주요 국가들의 의제에 따른 입장을 사전에 파악해 우리와 입장이 비슷한 국가와 협력해 의제를 관철시키는 전략이 중요하다. 우리가 호주와 협력해 보호주의 저지 등의 의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어느 정도 관철시킨 것도 이런 전략이 작동했다.
     G20 정상회의를 주최하게 되었다고 우리가 변방에서 세계 중심에 우뚝 선 것은 아니다. 앞으로 끊임없이 노력을 경주해 세계 중심에 가까워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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