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축구와 유로존

by 유로저널 posted Jul 1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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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축구와 유로존  
    유로존 붕괴 위험에도 월드컵에서 선전
    독일 대표선수 출신 다양해져

    남아공에서 열린 이번 월드컵에서 독일은 지난 2일 준결승 진출을 놓고 남미의 강호 아르헨티나와 한판을 벌였다. 팽팽하리라던 예상과 달리 독일 선수들은 전후반 그라운드를 장악하며 아르헨티나 공격을 꽁꽁 묶은 채 맹렬한 공격을 감행, 무려 4:0으로 승리를 거뒀다. 결승전도 네덜란드와 스페인이 맞붙어 연장에 막판에 스페인이 한골을 넣어 스페인이 승리했다. 3-4위 전에서는 독일이 우루과이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뒀다.
    그리스발 국가채무위기가 남부유럽의 스페인, 포르투갈 등으로 전염될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 월드컵에서 유럽 3개국은 선전했다. 세나라 모두 단일화폐, 유로를 채택한 유로존(Eurozone)에 속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일부 유럽인들은 이를 두고 아직도 유럽이 세계무대에서 무시당할 존재는 아니라는 주장도 펼치고 있다. 장-클로드 트리세(Jean-Claude Trichet)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스페인과 네덜란드가 월드컵에 결승진출한 것을 예로 들며 “유럽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필자는 특히 유럽의 다양성이 유럽에 활력을 불어넣어주고 있음을 독일 대표팀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자 한다.

               국적법 개정으로 독일 대표팀 출신 다양해져
    클로제, 외질, 보아텡. 모두 독일 대표팀에서 큰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다. 특히 클로제의 경우 32살이라는 고령, 일부 독일 내 반대에도 불구하고 선수로 출전, 큰 활약을 했다. 외질과 보아텡도 마찬가지다. 이들 세 사람은 이민자 출신이지만 독일 국적을 획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외질은 터키 출신으로 남다른 볼 감각으로 종횡무진 활약하면서 좋은 경기를 보여주었다. 그의 볼감각은 터키인 특유의 기질에서 나왔다는 분석이 있다. 보아텡은 가나 출신의 이복동생과 가나전에서 적수로 경기를 펼치기도 했다.
    지난 1999년 독일 국적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이민자 출신이 독일 국적을 획득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그러나 저출산, 고령화 현상의 가속으로 노동력 부족에 직면한 독일 정부는 국적법을 개정해 이전의 혈통주의를 고쳐 일정한 조건을 갖춘 비독일인(인종 기준)에게도 독일 국적을 주었다. 국적법 개정 전에는 세계 어디에 거주하더라도 혈통을 기준으로 독일인이면 독일 국적을 얻을 수 있었다. 예컨대 구소련 볼가강 인근에는 수십만명의 독일인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은 냉전시대 소련 국적을 보유했지만 독일로 이민을 올 경우 독일 국적을 얻을 수 있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독일 국가대표 축구팀 ‘전차군단’은 녹슬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유명한 선수들이 은퇴하고 젊은 피가 제때 수혈되지 않아 월드컵에서 맥없이 지고 이제 독일 축구는 끝났다는 비아냥이 나돌았다. 그러던 독일이 전환점을 맞은 것은 감독 교체, 그리고 국적법 개정으로 피를 기준으로 독일인이 아니던 타국 출신 스타들도 독일인이 되면서이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nternational Herald Tribune)의 한 칼럼니스트는 최근 독일 축구를 예로 들며 독일 경제를 다루는 칼럼에서 독일 축구 대표팀의 선전이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독일 경제와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독일의 5월 수출은 4월과 비교해 9.2%나 증가했다. 중국 시장의 수요 급증으로 이처럼 독일  수출이 급증했다. 지난 한해 독일 수출은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거의 매달 감소세를 보였으나 올해 들어 계속해서 점진적인 증가세를 기록하고 있다. 1990년대 ‘독일병’을 비판하던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올해들어 ‘독일의 기적’이라며 복지체제를 개혁에 성공한 독일을 칭찬하는 특집을 게재했다.
    이처럼 혈통주의를 고집하던 독일은 국적법 개정으로 국적 획득의 기준으로 중요하게 여겼던 인종 요소를 철폐하고 다양성을 도입했다. 물론 유럽의 일부 국가들은 이전부터 이런 국적법을 시행해 오고 있다.
    <미래의 물결>이라는 책에서 ‘디지털유목민’(digital nomade)이라는 회자되는 용어를 만들어낸 프랑스의 석학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는 우리나라에 과감한 이민정책을 주문했다. 즉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저출산, 고령화되는 우리가 기존의 국적법에 매달려 편협한 이민정책을 실시할 경우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몇 년전 유엔 인권위원회도 우리 교과서에 실린 단일민족, 혈통중시 내용을 다문화사회에 적합하도록 수정하라고 권고했다. 우리 경제의 활력을 위해 필요한 다양성을 독일 축구팀의 선전에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안 병 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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