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권위주의적 자본주의 아닌 독특한 모델”
역사의 종언으로 유명한 프란시스 후쿠야마 주장
18일부터 사흘간 많은 국내외 언론은 중국 후진타오 국가 주석의 미국 방문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많은 언론매체는 역사적인 ‘G2 시대,’ 중국, ‘미국에서 450억 달러 돈 보따리 풀어’ 등 미국과 중국 간의 정상회의 소식을 비중있게 보도하며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대접을 받고 있다, 따라서 책임있는 대국의 정책을 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국내언론의 관심은 양국의 대북 정책이어 두 나라가 북한에 대해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경제체제를 무엇으로 규정할 수 있을까? 일부는 국가자본주의(state capitalism, 국가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며 국영기업이 경제활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혹은 권위주의적 자본주의(authoritarian capitalism)로 규정한다. 그러나 <역사의 종언>으로 유명한 미국의 정치학자 프란시스 후쿠야먀(Francis Fukuyama)는 중국의 경제모델을 ‘독특하다’(sui generis)며 이렇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이 모방하거나 따라서 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 FT)에 게재된 그의 논점을 소개하며 분석한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정부의 질 높음…상명하달식 결정의 문제점 상존
중국 정치체제의 가장 큰 특징은 최소한 경제 분야에 관한한 복잡한 의사결정을 신속하게 내리고 비교적 이런 의사결정이 잘 내려졌다는 점이라고 후쿠야마는 진단한다. 도로나 다리 건설,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 등 복잡한 의사결정도 신속하게 잘 내린다는 것. 삼협댐 건설을 위해 중국 정부는 수몰 지역에 거주하는 1백만명이 넘는 주민들을 이주시켰다. 반면에 인도는 노동조합이나 농민단체 등이 제대로 활동하고 있는 민주주의 국가이어 중국처럼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포항제철이 인도에 제철소를 건설중인데 인도 정부의 허가를 얻고 공사를 시작하는데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지역 주민의 그리고 다른 단체의 공장 건설 반대가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또 중국정부의 질(quality of government)도 러시아, 이란 같은 다른 권위주의적 정부보다 높다. 공산당 정부가 중상위계층과 강력한 기업 이익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정책을 변경하기 때문이다. 즉 중국정부는 부족한 정통성을 보충하기 위해 해마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해야만 한다. 경제 성장률이 급속하게 하락하거나 경제가 좋지 않으면 이는 바로 정권의 안정을 해칠 수 있는 위험요소이다.
하지만 경제가 아무리 발전해도 미국이나 유럽의 정치학자들이 바라는 대로 중국이 민주정체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에서 후쿠야마는 영국의 언론인 마틴 자크(Martin Jacques)의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마틴 자크는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When China Rules the World)라는 책에서 중국은 독특한 발전 궤적을 따르고 있으며 경제가 발전해도 서구식 민주주의는 채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국의 정치나 경제 분야의 엘리트들은 태국의 사례를 자국이 답습할 까 우려하고 있다는 것. 태국 유권자들이 탁신이라는 총리를 부패 혐의로 몰아낸 후 젊은 아파시트 웨차치와 총리가 정부를 이끌어 가고 있다. 그러나 탁신 지지파와 현 총리 지지파 간의 유혈충돌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이런 사태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또 중국정부가 조화로운 사회발전을 모토로 내세운 이유도 외자를 유치해 급속하게 발전한 해안지방과 아직도 낙후상태인 내륙 간의 격차를 줄여보자는 의도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중국정부가 아무리 경제정책을 잘 짜고 집행하려 해도 상명하달식 의사결정 체계는 이행감독에 문제가 많아 지역 간, 계층 간 불평등 해소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후쿠야마는 분석하고 있다.
<로마제국의 흥망사>라는 대작으로 유명한 18세기 영국 역사가 에드워드 기번(Edward Gibbon)은 732년 푸아티에 전투(Poitiers, 프랑스 남부 도시로 당시 이베리아 반도를 장악한 이슬람 군대와 프랑크 왕국의 샤를 마텐 군대가 격돌함)에서 이슬람 군이 승리했더라면 위대한 유럽문화는 쇠퇴했을 것이고 대학 강단에서 영어나 라틴어 대신 아랍어를 사용했어야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틴 자크는 <중국이 세계를 지배하면>이라는 저서에서 앞으로 중국어가 영어의 지위를 위협하고 세계인들이 중국식의 행동방식 등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구 중심적인 학자들 가운데도 중국의 독특한 사유체계나 역사를 이해하고 분석하려는 사람들이 서서히 출현하고 있다.
후쿠야마는 미국이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정부는 본원적인 정통성을 보유하고 있으나 국내 정치가 분열되어 서로 싸우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중국에 가르쳐 줄 것이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하원 과반수를 차지한 공화당이 오바마 대통령 발목잡기를 계속함을 비판하고 있다. 어쨌든 중국의 경제모델, 그리고 중국의 진로는 섣불리 결론을 내릴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중국의 발전모습을 보고 분석이 가능하다. 우리 수출의 1/5이 이미 중국으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진로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안병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