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불기관차 복귀
유로준 위기 극복할까?
‘독일과 프랑스라는 기관차가 돌아왔다!’
지난해 유로존(유럽연합 EU 회원국 가운데 단일화폐 유로화 가입국) 회원국 가운데 그리스, 이어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받아 유로존의 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올 들어서는 포르투갈, 그리고 스페인이 구제금융 다음 번 차례라는 분석이 계속 나오면서 유로존 위기는 쉽게 사그러 들지 않고 있다. 그런데 유럽통합사에서 위기는 많은 경우 기회로 작용했다. 이런 기회의 단초라고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독일과 프랑스라는 기관차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사르코지와 메르켈...아우라가 달라...그러나 유럽통합을 위해 협력 불가피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내년도 대선을 앞두고 있다. 2007년 취임 후 연금개혁 등 여러 가지 개혁을 시도했으나 화려한 수사만큼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키가 작은 콤플렉스, 배우자 칼 브뤼니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언론의 구설수에 오르내렸다. 반면에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독일 총리는 ‘대찬 여자’라는 인상을 준다. 2005년 총리로 취임 후 2009년 9월 재선에 성공했다. 몇 년 째 계속 유력지가 뽑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여성으로 선정되었다.
두 나라의 유럽통합정책이 다른 상황에서 이처럼 두 사람의 아우라(aura)가 달라 두 지도자의 모임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너무나 다른 스타일의 두 사람이어 잘 어울리지 못했다. 사르코지는 강국 프랑스가 유럽에서 지도자 역할을 해야 한다며 독일과 아무런 상의없이 ‘지중해 연합’(Union for the Mediterrinean)을 제안했고 독일은 이런 제안이 EU예산 증액이라면 별로 의미가 없다고 여겼다. 1963년 발효된 독불우호조약(‘엘리제조약’)에 따라 양국은 국가수반과 외무장관 등 각료들 간에 정기적인 모임을 가져야 하고 주요 국제문제에 대해 협의를 해야 한다.
이렇게 엇박자로 나가던 양국을 협력할 수 밖에 만든 것이 바로 유로존 경제위기였다. 유로존 붕괴까지 공공연히 나도는 상황에서 유럽통합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해온 양국이 리더십을 발휘할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지난해 10월 두 지도자는 정상회담에서 금융위기 타개를 위해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유럽금융안정기금(European Financial Stability Facility: EFSF)을 항구적으로 운영하자는데 합의했다. 또 두 수반은 유로존 회원국의 예산을 사전 모니터링하고 적자재정이 규정을 어기고 일정 범위를 넘을 경우 제재를 강화하자는 안에 합의했다. 12월 EU 회원국 수반들의 모임인 유럽이사회(European Council)에서 이 안을 제기해 관철시켰다. 또 사르코지와 메르켈은 지난달 초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경쟁력조약(a pact for competitiveness)을 제안했다. 양자 정상회담에서 제기된 내용을 더 강화하는 제안으로 재정적자 감축을 각 회원국 법에 규정하자는 골자가 있다. 다른 유로존 회원국들은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기관차가 움직이기 시작해 유럽통합을 강화하려는 원칙에는 찬성한다. 다른 유로존 회원국들은 그러나 두 나라가 일방적으로 이런 식으로 안을 제시하고 그 내용도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 재정적자 감축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해도 기존 성장안정조약(Stability and Growth Pact: SGP)라는 EU 차원의 조약이 있는데 회원국에서 재정감축을 위한 별도 법조항을 두자는 것은 국내정치적으로도 그리 반길만한 사항은 아니다.
독일 국내 정치사정...자민당 총리비판 톤 높여...야당 사민당 비판
메르켈 총리는 사르코지와 필요하기 때문에 의견을 조율해 유로존 위기 타개책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독일 국내정치상황이 녹록치 않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CDU)의 소수 연정 파트너인 자유민주당(FDP)은 사상 최악의 지지율로 고전하고 있다. 때문에 외무장관이자 자민당 당수인 귀도 베스터벨레(Guido Westerwelle)는 메르켈 총리의 유럽통합정책에 딴지를 걸고 있다. 그는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EFSF의 회원국 국채매입에 반대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라도 일부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 보겠다는 심산이다. EFSF의 항구적 운영은 합의되었지만 현재 4400억유로라는 액수를 늘리고 EFSF가 단순히 구제금융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회원국의 국채도 매입하자는 안이 논의중이다. EFSF의 기능확대는 독일에서도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그런데 집권당의 총재가 이를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야당인 사민당은 메르켈 총리가 유로존 위기타개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최근에는 EFSF의 증액과 국채매입 등 즉각 시행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필자는 이 칼럼(2010.1 그리스 유로존 떠나나?, 2월 그리스 구제되나?, 4월 그리스 부도 시간문제라고?, 5월 유로화 사라지나?, 12월 유로존 붕괴되나?)을 통해 유로존 위기를 계속 다루었다. 이런 칼럼을 통해 유럽통합의 역사라는 긴 흐름에서 문제를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이런 시각을 유지해 상황을 분석하겠다.
참고: EU 구제금융 현황: 총 7500억 유로
1) 유럽금융안정메커니즘(European Financial Stability Mechanism: EFSM): 600억 유로, 집행위원회가 EU 예산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함
-EU 집행위원회가 운영. 자금 제공하려면 27개 EU 회원국의 가중 다수결필요
2) IMF 자금: 2500억유로
-엄격한 조건성 지원(지원 받는 국가는 긴축재정 등 이행 필요)
3) 유럽금융안정기금(European Financial Stability Facility: EFSF): 4400억 유로
-그리스 제외한 15개 유로존 회원국들이 지급을 보증하면 EFSF가 투자자들에게 채권을 발행해 자금조달
조달한 자금을 지원하려면 15개 유로존 회원국들의 만장일치가 필요
-2013년 종료되어 항구적 구제기금 운영하기로 합의(명칭도 유럽안정메커니즘-European Stabilization Mechanism으로 개칭)하고 조약 개정 협상중
-자금 및 권한확대 합의위해 노력
안병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