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

by 유로저널 posted Feb 14, 2007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 - Up Down Comment Print
인터넷으로 한국 기사를 읽다 보니 요즘의 졸업식 세태에 대한 글이 눈에 들어왔다. 기사는 교복을 훼손하고 밀가루와 계란 세례를 퍼부으며 한바탕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요즘 학생들의 졸업 세태를 안타까워하며 좀 더 건전하고 뜻깊은 졸업식이 되길 바란다는 내용이었다. 한국과 학사일정이 다른 영국에 있다 보니 2월이 한국의 졸업 시즌인 것도 있고 있었는데. 그러고 보면 십여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첫 한두 해 이후로는 특별히 졸업 시즌이 오고 가는 것도 모른 채 여러 해를 지내왔던 것 같다. 보통은 졸업을 해도 같은 학교로 배정받는 친구들이 몇 명씩은 꼭 있기 마련이었는데, 필자의 경우 나름대로의 개인적 사정 때문에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진학할 때는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여학생 한 명과, 그리고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할 때는 전교에서 유일하게 한 학교로 배정받아 항상 새로운 환경, 낯선 학급친구들과의 만남에 대한 두려움과 혼자 적응해야 했던 외로움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 까닭에 졸업식 사진들을 보면 환하게 웃고 있는 손님들의 표정과는 달리 필자의 얼굴에서는 뭔가 그늘이 드리워져 있음을 볼 수 있었다. 기억을 떠올려 보면 그래도 그 당시 졸업정서는 한 해 동안 애쓰신 선생님에 대한 감사함과 정든 친구들과의 헤어짐에 대한 섭섭함이 마음 한구석을 뭉클하게 했던 것 같은데, 요즘은 그런 뭉클함 보다는 그 동안 쌓여온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와 억압을 자극적으로 해소하는 쾌감과 일탈심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듯 하다. 물론, 한국에서 영어강사로 유치원생부터 삼수생까지 가르치면서 직접 목격한 한국학생들의 스트레스는 그들이 졸업식에서 보이는 그 어떤 행위도 이해 되고 용서될 수 있을 만큼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더구나 1초가 멀다 하고 최첨단화 되어가는, 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 날로 차가워져 가는 이 시대를 태생으로 하는 그들에게 구시대가 느끼고 간직했던 정서적 요소를 기대하는 것도 무리가 있을 것이다. 과거에 비해 그 역할과 위상이 한없이 초라해진 ‘스승’이라는 존재,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얕아진 교우관계도 헤어짐의 서운함과 서로의 앞길에 대한 축복보다는 그저 함께 졸업식을 좀 더 자극적으로 꾸미는 소품 정도로밖에 인식하지 못한 채 그 소중한 날을 함부로 떠나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졸업’이라는 과정을 통해 얻게 되는 소중한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았으면 하는 안타까운 바램을 필자 또한 가져본다. 그 의미란 거창한 그 어떤 것이 아니다. 한 해 동안 함께 지내온 사람들,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보내는 감사와 따뜻한 축복을 통해 훈훈한 정을 나누고, 힘겨웠던 한 과정을 그래도 잘 마쳤다는 성취감에 스스로를 격려하고, 다음 단계를 향한 포부와 준비도 있을 것이며, 특별히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이들에게는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되어 사회에 발을 내딛는 뜻깊은 순간이지 않은가. 대학진학을 위해 본인도 엄청난 고난을 감내했을 테지만 또 그 과정을 물심양면 함께 동참해준 부모님의 사랑에 대해서도 새삼 고맙게 느껴질 것이다. 그리고, 뭐든 받기만 하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스스로의 힘으로 타인에게 무언가를 선사할 수도 있는 위치에 서서, 또 그 동안 학업 때문에 포기하고 미뤄두어야 했던 꿈과 계획들에 도전해볼 기회도. 그렇기에 졸업은 어쩌면 무엇인가 끝났다는 해방감의 의미만이 아닌, 동시에 무엇인가 새롭게 시작되는 기대감의 의미도 함께 지니고 있는 것이다.
졸업식을 마치고 교정을 나서는 순간부터 한 해 동안 날마다 마주하던 그 얼굴들의 대부분을 남은 평생 거의 만나기 어렵다는 사실들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 너무나 힘들고 스트레스를 준 시간들에 대한 분풀이라도 하듯 찢어버린 그 교복이 세월이 많이 흐른 어느 날 문득 옷장에서 발견되었을 때 다시 돌아가고픈 시절로 추억하게 만든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 훗날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사람들을 그려보며,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의 풋풋함을 떠올리며 소중하고 아름답게 간직되는 뜻깊은 졸업이 되었으면…
  
‘그날 이후’

어울려 지내던 긴 세월이 지나고
홀로이 외로운 세상으로 나가네
친구여 그대 가는곳 사랑있어 좋으니
마음에 한가득 사랑 담아 가소서
여느 때나 떠나간 후에도
친구들의 꿈속에 찾아오소서
젊음의 고난은 희망을 안겨 주리니
매화꽃 피어난 화원에 찾아오소서

잘가오 친구여 그대 떠난 후라도
우리의 마음엔 그대모습 남으리
때없이 찾은 이별이 슬픔만은 아니오
또다시 우리는 한곳에서 만나리니
언제이든 어느 곳에서든
정하지 않아도 한곳에서 만나리니
정겨운 친구여 가슴에 맺힌 슬픔과
설움을 버리고 안녕히 친구여 안녕히

  - 이주호 작사, 해바라기 노래
유로저널광고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