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Joseph

by 유로저널 posted Jun 1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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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미국 보스톤으로 한 통의 전화를 걸었다, Joseph Ferolito, 그 이름을 떠올려보는 것 만으로도 수많은 추억들이 스쳐가는 그리운 이름… 그리 많지는 않아도 너무나 소중한 인연으로 간직하고 있는 외국인들 중 Joseph이야말로 오늘날의 내가 있기까지 참 많은 영향을 준 귀인이다.

내가 Joseph을 처음 만난 건 2001년 9월 미국 보스톤에 어학연수를 하러 간 학교에서였다. 당시 내가 있었던 학교는 오래된 수녀원을 개조해서 기숙사와 강의실, 도서관, 식당이 한 건물 내에 갖춰져 있는 제법 대형 학교였고, 입학 후 오리엔테이션에서 선생님들 소개가 있었는데 유난히 나이 많은 뚱뚱한 할아버지가 참 인자해 보였다. 그리고, 다음 날 혼자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다가와 내 어깨를 두드리며 귓속말로, “I think you’re very smart.”라고 말해주었고 그가 바로 Joseph이었다.

이탈이아계 이민 2세로 당시 59세였던 Joseph은 하버드와 버클리에서 놀랍게도 영문학과 수학을 전공한 엘리트였고, 가르치는 일을 유난히 좋아해서 보스톤에 위치한 Boston College, Bunker Hill Community College(영화 ‘굿 윌 헌팅’의 배경이 되는 곳으로 본 작품의 각본까지 쓴 주연배우 멧 데이먼은 실제로 본 학교 출신이며 당시 Joseph이 그를 직접 가르쳤다고 한다)와 같은 곳에서 교수로 일하다가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어 필자가 있었던 랭귀지 학교인 EF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시작했으며, 놀랍게도 65세인 지금도 그는 그곳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또한, 흥미로운 점은 그가 교직에 들어서기 전에는 카톨릭 수도승이었다는 사실, 그래서 그는 지금까지도 독신으로 살고 있으며, 올해 2월에 돌아가신 노모를 모셔온 효자이기도 하다.

그렇게 시작된 Joseph과의 인연, 그가 가르치는 수업을 들으면서 우리는 점점 가까워져 갔고, 다른 랭귀지 학교 강사들과는 차원이 다른 실력과 연륜을 갖춘 Joseph이야말로 진정 나를 가르쳐 줄 수 있는 스승이라는 생각이 들어 어느 날 시키지도 않았는데 영어로 글을 써서 그에게 찾아가 첨삭지도를 부탁했다. 사실, 랭귀지 학교에서는 대부분 회화에 집중할 뿐, 그나마도 강사를 직접 따로 찾아가는 학생은 거의 없었고, 그런 내 노력이 가상했던지 Joseph은 계속해서 글을 써서 가져오면 얼마든지 가르쳐주겠다는 약속을 했고, 그렇게 해서 나는 Joseph에게 무료 개인과외(?)를 받게 되었다. 당시, 부족한 영어실력에도 제법 글에서 묻어나는 개성이 느껴졌던지 Joseph은 항상 내 글을 칭찬해 주었고 나는 그럴수록 더 시간을 내서 열심히 영작을 했다. 어쩌면, 이후 한국에서 토플 Writing강사로 일할 수 있었던 것도, 또 현재 전공하고 있는, 유난히 영작실력이 요구되는 Journalism을 공부하는 것도 그 당시 Joseph을 통해 배웠던 영작 덕분인 것 같아 유난히 그에게 고마움이 느껴지는 요즈음이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 지난 한 해 동안 너무나 바빠서 거의 1년 만에 통화를 한 Joseph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를 전했다.

그렇게 개인과외를 통해 더욱 친해진 뒤 Joseph은 주말이면 나를 데리고 보스톤 곳곳의 맛집을 다녔고, 이에 대한 보답으로 나는 한국음식점으로 그를 데리고 가서 각종 한국음식들을 대접했다. 보스톤 곳곳의 맛집들, 그 가운데 이탈리아계인 그가 데리고 간, 무려 50년이나 되었다는, 그리고 그 50년 동안 가게 인테리어도, 가격도, 맛도 변함이 없었다는, 그래서 날마다 사람들이 줄을 서서 입장하는 Pizzeria Lagina라는 정통 이탈리아 피자가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80이 넘은 노모를 돌보고 있었던 그였기에 때로는 식사뿐만 아니라 그가 장을 보러 가거나 이런 저런 일들에 동행하기도 하면서 참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그로 인해 식사기도를 하면서 처음으로 영어로 기도도 해보았으며, 어쩌면 수업 시간보다도 그렇게 그와 함께 일상 속에서 어울리면서 배운 영어가 훨씬 더 많았던 것 같다. 하나님과의 약속으로 선택된 일이지만 평생 가정을 이루지 않고 독신으로 지냈던 그였기에 가끔은 외로움도 엿보였지만, 대신 그는 몇 명의 중국인을 입양해서 훌륭하게 성장시키기도 했고, 참 좋은 일들도 많이 하는 분이셨으며, 유난히 동양인을 (사실, 동양 음식을) 참 좋아하는 분이셨다.

내 기타와 노래를 참 좋아했던 Joseph, 학교 졸업식에서 상을 받기로 되어 있었던 내게 직접 시상을 하겠다고 나서셨던, 그리고 조그마한 기타 모형을 부상으로 선물해 주셨던, 비록 여건이 안되어서 결국 한국에 돌아가야 했지만 마지막까지 내가 미국에서 더 공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도움을 주고 격려해 주셨던… 살아가면서 그런 귀인을, 그것도 우리나라 사람이 아닌 사람을 또 만날 수 있을까…

미국을 떠나던 날 마지막으로 Joseph과 한국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면서 나는 그에게 약속했다, 언젠가 반드시 다시 보스톤으로 당신을 보러 찾아올 테니 그저 몸 건강히 잘 지내기만 하시라고, 그리고 한국에 돌아가서도, 또 이곳 영국에 와서도 꾸준히 서로의 소식을 전하며 그와의 인연을 지켜왔다. 너무나도 값지고 아름다운 인연, 그저 감사하고 행복할 따름이다. 보스톤으로 그를 찾아가 다시 만날 거라는 약속이 꼭 지켜지길 바라며, 그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조용히 기도해 본다... From your friend J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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