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직장문화 유감 (1)

by 유로저널 posted Oct 0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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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한국 회사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Human Resource 분야에 관련된 일을 경험하면서 새삼 한국 직장문화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때가 많다. ‘한국 직장문화’, 아마도 한국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내 스트레스, 야근, 회식, 매우 짧은, 그것도 눈치 보면서 떠나야 하는 휴가와 같은 부정적인 단어들이 떠오를 것이다. 물론, 먹고 살기 위해 해야 하는 일이, 또 내가 회사 주인이 아닌 이상 회사 생활이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는 노릇, 그럼에도 한국 회사생활은 업무 외에도 너무나 부당하고 비상식적인 일들로 인해 발생하는 고통과 스트레스가 유독 심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특히나, 마치 군대를 연상시키는 듯한 수직적인 인간관계가 그 중심에 있는 한국의 직장문화이기에 점점 젊은 세대들과 빚어내는 갈등 또한 심각하게 생각 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한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포탈 사이트인 D사에서는 최근 세계 각국의 직장문화를 연재하는 등 점차 다양한 나라들, 특히 우리가 흔히 선진국이라고 하는 나라들의 직장문화, 더 나아가서는 그들의 채용방식, 기준에 대한 정보들이 전해지면서 많은 한국의 근로자들이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기도 하고, 또 일부는 해외 취업이나 외국 회사 취업을 시도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고 한다.

노동과 여가가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는 서양의 근로문화, 충분한 휴식과 재충전을 통해 더 나은 업무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인식, 한 사람을 평가할 때 그 사람의 능력과 인격을 가장 중시하는 관행, 부당함을 부당하다고 지적할 수 있는 정서, 수평적인 인간관계… 이 모든 것들이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찾아볼 수 있는 직장문화건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그저 남의 얘기인 듯, 젊은 세대들로 하여금 혐오감을 일으키는 한국식 직장문화가 여전한 것 같다.

물론, 서양의 직장문화가 무조건적으로 다 좋다는 말은 아니다. 더군다나 필자는 아직 서양의 직장문화가 이렇다, 저렇다 할 만큼의 경력과 연륜을 갖고 있지 못하다. 다만, 누구나 쉽게 보여지는 것들, 느껴지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유난히 한국 직장문화는 업무 시간이 길다. 요즘에는 정시 칼퇴근이 제법 정착되고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소수의 상류(?) 직장의 얘기일 뿐, 아직도 대다수의 월급쟁이들은 늦게 퇴근하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는 주말에도 출근하는 사례도 제법 된다. 그런데, 그런 만큼 성과도 좋았으면 좋으련만, 근무시간이 꼭 근무성과와 직결되지는 않는 것 같다. 더군다나, 어느 언론에서 보도한 것처럼 한국 직장인들은 인터넷을 활용해 업무 시간 중 쓸데 없는 짓도 제법 많이 하는 걸로 밝혀졌다. 왜 이런 일들이 생겨나는 것일까?

잠시 동안이었지만 영국에 있는 외국 회사의 근무 환경을 경험할 기회가 있었다. 근무시간은 대부분의 영국, 유럽회사가 그렇듯 9시에서 5시, 또는 9시 반에서 6시까지, 대부분의 한국 회사에 비하면 짧은 근무시간이지만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정말 그 짧은 시간 동안 정말 열심히 일을 한다. 가장 높은 지위에 있는 Managing Director 조차도 정신 없이 일을 한다. 그리고, 5시 무렵부터는 활기차게 인사하고 퇴근들을 한다. 조금 먼저 가거나, 조금 늦게 가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 이 시간이 되면 퇴근을 하고 먼저 가는 사람이 먼저 간다고 인사하면 남아 있는 사람은 그저 잘 가라고 인사 받아줄 뿐, 서로 눈치를 보거나 하는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

한국 회사는 눈치 보여서 야근하고, 누가 뭐 시켜서 야근하고, 분위기가 야근하는 분위기라 야근하지만, 여기 사람들은 자신이 판단했을 때 좀더 해야 할 일이 있을 경우에만 야근 (사실 야근도 아니다, 그래도 어지간하면 8시, 9시를 넘기는 경우는 정말 드문 것 같다)을 한다. 즉, 그 모든 중심에는 바로 ‘일이 잘 되게 하도록’ 이라는 마인드가 깔려 있는 것이다. 회사가 결국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회사가 하는 일이 잘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게 바로 그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육체적인 컨디션도 중요하고, 정서적인 상태, 일하는 분위기에도 상당한 영향을 받는다. 그렇다면 모든 시스템이나 분위기는 바로 이 ‘사람’들이 최상의 결과를 내도록 갖추어져야 하는 것이다.

뭐든지 몸으로, 양으로 때우는 초기 산업화 시대에는 노동력이 결국 결과였다. 많이 일하면 다량의 결과가 나오고, 그 다량이 결국 결과의 척도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때로는 ‘양’보다는 ‘질’이 더 중요한 결과인 분야도 엄청 많아졌고, 창의력을 비롯 다양한 덕목들을 통한 다양한 결과가 존재하는 21세기가 도래한 것이다. 즉, 6시간 일한 게10시간을 일한 것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충분히 가능한 시대가 온 것이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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