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직장문화 유감 (3)

by 유로저널 posted Oct 1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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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에선 그 어느 때보다 취업난이 심각하다. 수 많은 젊은이들이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아니 어쩌면 그보다도 이른 시기부터 취업 전쟁을 치를 준비를 시작한다. 물론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이들은 그보다 더 처절한 전쟁을 치루곤 할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흔히 말하는 ‘스펙’을 갖추고도, 수십장의 이력서를 내 놓고도 서류 전형에서조차 통과하지 못해 풀이 죽은 젊은이의 모습만큼 안타까운 게 없다. 취업을 위해 성형을 하고, 학력을 위조하고, 뇌물, 인맥을 총동원하는 우리네 현실이다. 그렇게 들어가기 힘든 직장, 들어가서도 날마다 소리없는 전쟁을 치러야 하는 그 직장들에서는 과연 어떠한 기준으로 사람을 뽑는 것일까? 오늘은 한국 직장의 채용 문화에 대해 얘기해 보자.

모두가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채용 심사는 그 조건과 수준이 그야말로 까다롭기 이를 데 없다. 물론 한 배를 타게 될 자기 식구를 뽑는 일이니 그 과정이 신중하고 철저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다. 그런데, 과연 우리나라 회사에서 채용 심사 시 요구하는 자료들이, 조건들이 실제로 그 사람을 채용하는데 절대적인 기준이 될만한 것이냐 하는 것이다. 아마도 함께 일할 사람을 뽑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조건은 그 사람의 가능성을 포함한 능력과 인격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회사에서 채용 심사 시 요구하는 자료들은 이 능력, 인격과는 별로 상관이 없는 사항들이 제법 있다. 일단, 이력서에 사진을 붙이도록 하는 게 얼마나 미개한 것인가? 간혹 한국 사람이 외국 회사에 입사를 지원하면서 이력서에 사진을 첨부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 외국 회사에서는 이를 상당히 특이한 경우로 받아들인다. 왜냐하면, 외모가 중요한 작용을 하는 특정 직업이 아니고서는 그 사람의 외모가 능력, 인격을 나타내지 않기 때문에 정말 튀는 외모가 아닌 이상 굳이 채용 심사 기준으로 반영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채용 기준에서부터 나이 제한을 두는 것 또한 정말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지난 번 런던에서 우연히 한국인 구직자를 만나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는데, 이 분은 영국에 있는 한국 회사에 입사 지원을 해서 면접을 보고 온 길이었다. 공부도 많이 했고, 경력도 제법 있는 서른을 조금 넘긴 여자분이었는데 한국 면접관이 보자마자 대뜸 하는 말이 “나이가 좀 많네.”였단다. 현지 상황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유럽에서는 평등 고용법(The Employment Equality Regulations)이 있어서 채용 시, 나이, 성별, 인종 등과 관련해 어떠한 차별도 두지 못하도록 되어 있다. 세계 시장에서 수익을 올려보겠다고 이곳에 회사를 두고서도 여전히 한국의 악습을 고집하는 그 회사가 얄미워서 그 여자분께 평등 고용법에 대해 설명해 드리고, 또 다시 한국 회사에서 그러한 몰상식한 발언을 할 경우 고소를 고려해 보라고 조언해 드렸다.

지난 번에도 밝혔듯이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결코 한국의 것을 서양의 그것과 비교해 비하하려거나 맹목적으로 서양의 것이 좋다고 찬양할 의도는 추호도 없다. 다만, 그래도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일컫는 나라들에서 보편적으로 여겨지는 것들과 우리나라의 것이 크게 다른 부분이 있다면 이는 한 번쯤은 신중히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는 지론이다.

외모, 나이와 함께 한국 회사들은 입사 지원자에게 가족사항 및 가족 보유 재산에 대한 사항도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가족의 학벌이, 가족의 직업이, 가족의 재산이 그 사람의 능력과 인격에 얼마만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기에 개인 Privacy에 해당하는 사항들을 그토록 당당히 요구하는 것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류 심사만이라도 통과하고픈 간절한 구직자들은 오늘 이 시간에도 자신이 지원한 회사의 서류 심사 통과 연락만을 목놓아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이런 글을 쓰는 것조차 문득 그들에게 미안해진다.

그렇게 서류 심사를 통과한 이들은 면접에서 또 한번 자존심을 버리고 마지막 전쟁을 치른다. 구직자의 상당수가 입사 면접 시 자존심이 상하는 경우를 겪는다는 통계 자료가 설명하듯, 유난히 한국 회사들은 면접에서 입사 지원자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을 효과적인 면접 방법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하긴, 입사 후 겪게 될 어떠한 부당함에도 묵묵히 인내할 수 있는 충성된 직원을 뽑는 효과적인 방법일 수도…

물론 개중에는 정말 공정하고 합리적인 채용을 실시하는 한국 회사도 있을 것이고, 우리 나라도 조만간 다른 나라들처럼 채용 시 나이제한과 같은 차별을 두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 실시된다고 하니 그 때가 되면 지금과 같은 구시대적인 채용 문화가 개선될 것 같다. 다만, 우려가 되는 것은 외국에서 공부하고, 선진국의 문화를 익히고,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한 젊은 세대들이 한국 회사의 이러한 면들을 알고선 점점 한국 회사에서, 또 한국에서 일하기를 꺼려 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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