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라는 이름의 바다

by 유로저널 posted Dec 28,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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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내게 가장 많은 사랑을 주는 존재는 누구일까?

살아가면서 내가 가장 많은 아픔을 주는 존재는 누구일까?

아이러니하게도 이 두 상반된 질문의 정답이 동일하게 ‘어머니’인 사람들이 참 많을 것 같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아니 어쩌면 당신이 하늘나라에 가셔서 조차도 자식을 향한 알 수 없는

깊이와 넓이의 사랑을 헌신하는, 그럼에도 평생 자식으로부터 오는 상처와 서운함을 감당해내는…


세상에 제 아무리 착하고 좋은 사람일 지라도 누구나 어머니를 떠올릴 때면 자신이 어머니에게

잘못한 수많은 일들에 후회가 되리라.

하나밖에 없는 자식이라 남들보다 배로 잘 해드렸어야 함에도 필자 역시 지난 30년을 살아오면서

어리석은 말과 행동으로 어머니의 마음을 아프게 해 드렸던 적이 참 많았던 것 같다.


필자의 어머니 역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같은 학교의 교사셨다.

그러나, 결혼과 함께 교사직을 그만두시고 지금 이 순간까지 전업주부로 평생을 가족을 위해,

그리고 시도 때도 없이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을 위해 살아오셨다.

경우가 아닐 때는 불같은 성격으로 돌변하는 아버지나 필자와는 달리 어머니는 그야말로

참 착한 분이셨다. 때로는 분명 반격을 해야 하는 일인데도 그저 혼자 눈물로 삭히시는

성격의 어머니가 어린 시절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 때마다 어머니는 그저 하나님께 당신이 인내한 것들을 다 자식에게 복으로 돌려주길 바란다는

말씀을 하시곤 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아무런 복 받을 짓도 못한 필자의 삶에 언제나

감사할 일들이 넘쳐나는 복을 확인하면서 결국 어머니의 그 눈물들이 바로 내 삶에 축복의 꽃을

피웠다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음악 선생님이셨던 외할머니, 성악을 했던 이모, 가수가 된 삼촌, 그리고 음악을 잘 하지는 못하지만

참 사랑하셨던 어머니, 바로 그 어머니를 통해 필자는 평생 가장 소중한 자산인 감성을 물려받았다.

클래식 음악을 유난히 좋아하셨던 어머니는 결혼 후 조그만 음반점도 하셨던 바,

필자는 이미 이 세상에 태어나기 전부터 어머니의 뱃속에서 날마다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자랐다고 한다. 그리고, 초등학교 시절까지도 날마다 잠자리에 드는 즈음 어머니는

필자의 방에 클래식 음악을 틀어놓고 나가셨다. 지금 비록 필자가 클래식 음악인이 되지는

않았지만 어린 시절 그렇게 형성된 정서가 필자의 삶 전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는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음악 듣기에 빠져들면서 필자는 틈만 나면 어머니를 졸라

함께 음반점에 가서 어머니가 즐겨듣던 예전 음악들을 골라달라고 부탁하곤 했다.

그렇게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수많은 음악들, 그 음악들이 아니었더라면 필자의 삶은

지금보다 훨씬 불행하고 심심한 삶이었을게다.


태어나서 처음 극장에서 본 영화 역시 초등학교 2학년 때 어머니 손을 잡고 중앙극장에서 본 ET였다.

그 이후로 혼자 영화보는 재미에 빠지기 전까지 참 많은 영화들을 어머니와 함께 극장에서

본 것 같다. 혹자는 필자에게 마마보이라고 손가락질해도 좋을 만큼 필자는 어머니와 함께

다니는 게 참 좋았다.


나이가 들어서는 예전처럼 많이 다니진 못했지만 영국에 오기 바로 전까지도 어머니와

장을 보러 가고, 어머니와 거리에서 떡볶이를 사 먹었다.

그렇게 함께 하던 아들을 2년이 넘도록 보지 못해 그리워하셨을 어머니를 떠올리고 있노라면

이렇게 집 떠나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 큰 불효를 저지르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참 돈 벌 나이에 한국을 떠나온 관계로 특별히 잘 해드리지도 못했는데…


안정적이고 정확한 길만을 걸으시는 아버지, 어머니와는 달리 다이나믹하고 모험을 좋아하는

필자였기에 어머니는 그런 필자를 평생 불안해 하실 것 같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거리낌 없이

가려는 필자를 보면서 참 많이 속상하셨을 것 같다. 그럼에도 언제나 필자의 편에서 아낌없는

기도와 격려를 주셨음에 감히 표현할 수 없는 무한한 감사와 존경을 드리고 싶다.


영원히 알 수 없을 것이다, 그 사랑이 얼마나 깊고, 얼마나 넓은가를.

아무리 어머니를 위한다 한들 어머니가 주신 것의 백만 분의 일도 드리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성공적인 삶을 산다 한들 어머니를 생각하면 한없이 후회되고 한없이 부끄러운

일들만 떠오를 것이다. 평생 수많은 눈물을 흘리겠지만 아마도 가장 뜨거운 눈물은

어머니를 생각하며 흘리는 눈물일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감사해야 할 일들이 참 많다.

그리고, 그 가운데 아마도 가장 감사해야 할 일은 바로 ‘어머니’라는 존재가 있음이 아닐까 싶다.


지난 한 해 동안 ‘서른 즈음에’를 사랑해 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부족한 제이야기들을 통해 아직 서른이 되지 않은 분들에게는 다가올 날들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저와 함께 서른 즈음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분들에게는 격려와 꿈을,

그리고 이미 서른 즈음이 지난 분들에게는 지난날의 추억을 건네 드리고 싶습니다.

제 이야기들을 통해 한 번쯤 미소를 지어보고, 한 번쯤 눈물도 흘려서 삶이라는 여행길이

더욱 풍성해지고 아름다워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새해에도 더욱 좋은 모습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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