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고맙습니다, 읽어주셔서...

by eknews03 posted May 21,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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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 전혀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하루에 한 두 통씩은 꼭 오는 스팸인 줄 알고 무심코 지우려던 찰나, 제목에 ‘유로저널’이라는 단어를 보고 얼른 열어보았다. ‘서른 즈음에’를 읽은 독자로부터 온 이메일이었다. 2주 전에 썼던 ‘진짜 힘든 것, 사랑하는 사람들을 아프게 하는 것’ 편을 읽고 많이 공감이 된다면서, 그리고 무엇보다 필자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던 건 메일 마지막에 남겨주신 ‘고맙습니다, 좋은 글 써주셔서’라는 글귀였다.

‘고맙습니다’, 살다보면 이런 저런 일로 흔하게 듣는 말이지만, 내가 만든,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나의 창작품, 그리고 무엇보다 내 가슴 깊은 곳의 이야기, 내 영혼의 눈물과 미소를 담은 내 글을 통해 듣는 ‘고맙습니다’는 세상 그 어떤 ‘고맙습니다’와 비교할 수 없는 행복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어렸을 적, 숫기도 없고, 사람들 앞에 나서지도,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했던 시절에도 속에는 참 많은 이야기들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함께 공감하고 싶었다. 감수성이 예민했던 시절, 내게 많은 영향을 주었던 다양한 매체들, 한 편의 영화, 한 편의 연극, 한 곡의 음악, 한 편의 글... 어떤 이들에게는 그저 한 편의 오락거리에 지나지 않거나 무심코 스쳐간 경험에 지나지 않았을 그것들이 일상에 찌들어 웅크리고 있는 영혼이 숨 쉴 시간을 갖게 해 주고, 삶의 구석 구석에 숨어 있는 작은 행복을 발견하게 해 주고, 심지어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서는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 그런 일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 역할을 수행할 매개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사람들에게 내 속의 것들을 표현하는 것도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다가 기타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면서 그런 꿈들이 현실 속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비록 보잘것 없는 음악 실력이지만,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해 내 마음과 영혼을 담으려 노력했다. 눈을 감고 기타를 연주하면서 노래를 부르다 보면 어느새 나와 내 소리만이 존재하는, 아득히 멀고 아름다운 또 다른 세계에 들어와 있는 듯 했다. 그런데, 업소에서 노래를 부르던 시절, 어느 날은 사람들이 술을 마시면서 일행과 이야기에만 열중할 뿐, 내 노래, 내 이야기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실망했던 적이 있었다. 결국 아무리 내가 사람들에게 노래를 통해서든, 글을 통해서든,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도, 정작 그것에 귀기울여주고, 함께 공감해줄 이가 없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 뒤로는 아무리 작은 표현이라도, 내 노래,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준 이들의 한 마디 반응이 너무나 고맙기만 했다.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우리들의 시간, 그 소중한 시간에 보잘 것 없는 내 노래,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준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어느 가수가 음반 표지에 자신의 노래를 들어준 한 사람, 한 사람과 밤을 새우며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쓴 것처럼, 무언가를 창작하고, 그것을 사람들과 공감하고픈 필자같은 이들에게 관객, 독자들은 그 창작품의 존재 자체를 가능하게 해 주는 더없이 소중한 역할을 해 주는 것이다. 귀 기울이는 이 없는 노래, 공감하는 이 없는 글... 생각만 해도 너무 슬프고 외로울 것 같다.

1년 반 가량 ‘서른 즈음에’를 연재하면서 어떤 거창한 이야기나 대단한 사실을 전달하기 보다는 그냥 우리들의 힘겹지만 그럼에도 살아볼만한 가치가 있는 ‘삶’의 이야기, 특히 서른 즈음에 느끼는 것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 오래된 친구와 어둠이 내린 즈음에 빗소리가 들려오는 가운데 포장마차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두런두런 주고 받는 것 같은 그런 느낌으로... 한 글자, 한 글자를 적어나가면서 혼자서 눈물을 흘리기도, 미소를 짓기도 했다. ‘서른 즈음에’를 쓰는 순간 만큼은 마치 일상의 모든 것이 정지된 듯, 내 안의 나와 대화를 나누는 소중한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그 누군가와 내 이야기를 통해 소통할 수 있음이 더 없이 행복하다. 더 나아가 내 이야기를 통해 누군가에게 그래도 삶을 살아볼만한 아주 작은 이유와 감동을, 그리고 꿈과 행복을 전할 수만 있다면 아마도 그보다 더 좋을 수는 없으리라.

언젠가 ‘서른 즈음에’를 통해 꼭 해보고 싶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독자 여러분들의 소중한 사연, 그것이 ‘서른 즈음에’에 대한 공감의 이야기이든, 아니면 그저 필자를 비롯, 그 누군가와 나누고픈 여러분들의 소박한 이야기이든, 여러분들의 숨결이 담긴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를 만드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서른 즈음에’를 사랑해 주신 데 대한 감사의 의미로 독자 여러분들을 초대해 작은 콘서트를 가져보는 것이다. 오프닝 곡은 아마도 ‘서른 즈음에’ 첫 회에 썼던 것처럼 광석이형의 노래 ‘서른 즈음에’가 될 것 같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라는 쓸쓸한 노랫말과는 달리, 그럼에도 날마다 새로운 사람, 새로운 것들과의 만남이 있으며, 또 그것들과 나누는 사랑이 있기에 결국은 지나고 나면 모든 게 아름다울 수 밖에 없는 우리네 삶... 동 시대를 살아가는, 가슴이 따뜻한 이들과 만나 우리들의 사는 이야기를 통해 함께 웃고, 또 함께 울어보고 싶다. 언제가 될런지 지금은 알 수 없지만, 훗날 한 자리, 한 시간에서 여러분들과 직접 마주하는 꿈을 그려본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부족한 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계신 모든 분들께 전하고 싶다,
너무나 고맙습니다, 읽어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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