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랑 몸매가 그렇게 중요해?

by 유로저널 posted Aug 2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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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기 싫지만 대한민국은 외모 지상주의가 가장 만연한 나라이다. 일단 이쁘거나 잘생기고 몸매가 좋으면 어디서나 환영을 받고, 마치 그것이 그 사람의 능력이며 성격인 양 대우를 받는다. 물론, 인간으로서 보기 좋은게 좋은건 사실이다. 주먹만한 작은 얼굴에 환상적인 몸매를 지닌 이성을 보면서 매혹되지 않는다면 비정상일게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어쩌면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그릇된 외모 지상주의에 지나치게 익숙해져 버린 탓에 정말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고, 옳지 못한 칭찬과 또 옳지 못한 무시를, 말도 안되는 차별을 은연 중에 하고 있는 것이다.

뻔하다면 뻔한 이러한 얘기를 꺼내는 까닭은 사람을 채용하는 일을 담당하면서,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소개시키는 일을 하면서 이 같은 사안을 직접 겪고 고민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끔 좋은 이력서를 지닌 사람을 직접 면접을 통해 만나다 보면, 솔직히 까놓고 외모가 별로인 분들도 만나게 된다. 물론 이 분들을 무시한다거나 차별할 의도는 추호도 없다, 아니 오히려 필자는 그러한 차별을 혐오한다.

직원 채용을 원하는 쪽이 한국 기업일 경우, 백발백중 외모를 본다. 외모 뿐만 아니라 나이도, 결혼 유무도. 아직 한국 이력서에는 사진을 부착하고, 생년월일을 기입하는 게 당연시 되어 있다. 결국 뛰어난 외모에 젊은 사람을 고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취업을 위해 이제는 남성도 성형수술을 하고 메이크업을 받는 미개한 시대를 살고 있지 않은가!

서양 사람들도 외모를 안보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사람을 평가하고, 사람을 채용하는 경우에 주요 관건으로 작용하지는 않는다. 예쁜 여자에게 수작거는 놈들도 당연히 있고, 멋진 남성에게 반하는 여성도 당연히 있지만, 그렇다고 정말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외모를 대한민국처럼 중요한 요소로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솔직히 한국 기업 같았으면 결코 취업하기 어려울 것 같은 외모를 갖고 있는 어느 분들은 그러나 외국 업체에서는 그 능력과 인성을 인정받아 너무나 평범하게 근무해 왔고, 또 근무하고 있다. 필자가 직접 면접을 해 봐도 이 분들은 부족할 것 없는 학력과 경력, 실력을 갖추고, 게다가 너무나 훌륭한 인성까지 지닌 좋은 인력이다. 그런데, 왜 이들을 한국업체게 소개하면 100% 퇴짜를 맞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 걸까? 어쩌면 30년 가까이 한국에서 살아온 나 자신부터 이 같은 외모 지상주의가 진하게 물들어 한국 기업의 입장에서 벌써 그 반응이 예상되는 꼴이라니...

외국 업체에서만 오랫동안 근무했거나 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은 한국 사회의 이 같은 비정상적인 외모 지상주의를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거의 이에 대해서 알지 못한다. 한국에서라면 보편적으로 봤을 때 좀 못생겼거나 뚱뚱한 이들은 늘 어딘가 어두운 구석이 있고 주눅이 들어 있었던 것 같은데, 이 분들은 그러한 것을 전혀 인식하지 않는 듯 그저 해맑기만 하다. 자신이 노력하고 추구하는 것에 당당하기에 주눅들 필요가 없고, 자부심이 충만하다. 사실, 당연한 것이다.

외모는 그저 타고난 것일 뿐, 그것이 어떻게 그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이 되겠는가? 왜 그것으로 인해 남한테 주눅이 들어야 하는가? 이 분들은 조금만 대화를 해 봐도 정말 인격이 바르게 갖춰져 있고, 말 그대로 글로벌 마인드와 포용성을 갖고 있다. 보편적인 한국인의 정서에 포함된 다양한 차별과 구분에 대한 편협성이 없다. 이런게 정말 중요한 거 아닌가? 그저 껍데기만 반반한 사람이 왜 그토록 환영받고 쓸데없이 인정받아야 하는 것인가? 왜 이력서에 사진을 붙이라고 하는가?

내가 만약 고용주였더라면 당장 채용하고도 남았을 너무나 훌륭한 자격과 인격을 갖춘 분들, 그러나 빼어난 외모를 갖추지는 않은 그 분들에게 괜시리 부끄러웠다. 오늘도 호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한 여성분을 만났는데, 솔직히 그다지 예쁜 얼굴이 아니고, 몸매도 제법 통통한 분이었다. 이제 겨우 20대 중반이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독립해서 당당하게 사회 생활을 하면서 훌륭한 커리어와 성숙한 마인드, 그리고 무엇보다 해맑은 마음씨를 지닌 분이었다. 그런데, 한국 업체에서 별로 환영할 것 같지 않은 분이라는 예감이 자꾸만 드는 것이다.

물론, 뛰어난 외모를 지닌 분들을 괜히 미워하자는 게 아니다. 외모가 뛰어난 사람은 무조건 실력이나 인격이 형편없다는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자는 것도 절대 아니다. 외모가 뛰어나지 않은 이들을 동정하자거나 무조건 인정해주자는 것도 아니다. 그냥 외모로 인해 발생하는 비합리적이고 어리석은 차별은 좀 고치자는 것이다. 특히, 글로벌 시대에 아직도 능력이나 인성보다 외모를 우선을 사람을 기용하는 미개한 채용 문화를 가지고서는 절대 세계 무대에서 이길 수 없을 것이다. 한편으로 이 같은 비합리적인 외모 차별로 인해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수많은 이들의 미래를 차단시키는 것은 외모 지상주의로 인해 이들에게 가해지는 일종의 폭력이 될 수도 있다.

외모로만 사람을 평가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만약 당신의 자식이 정말 못생기고 뚱뚱한 사람이면 어쩔 것인가? 당신의 자식이 외모 때문에 불합리한 차별을 받는다면 어쩔 것인가? 하긴 그 정도로 외모가 전부라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빚을 져서라도 자식 외모를 개조(?) 시키겠지...

안그래도 불공평과 불합리가 너무 당연시 되는 우리나라,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타고나는 것들을 가지고도 차별하는 우리나라, 그럼에도 결코 비판만 할 수 없는, 나 역시 그 일부일 수 밖에 없는, 그래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우리나라, 외모는 그 사람의 의지와 상관없는 것인 만큼 그것으로는 차별하지 말자. 멋진 외모를 지녔거나 아니면 성형 수술비를 대줄 만큼 넉넉한 부모를 만난 것, 그것이 그렇게 환영하고 인정해줄 일인가? 그것이 그 사람의 직업을 찾는 데 있어서 그렇게 중요한 요소인가? 오늘따라 ‘얼짱’, ‘몸짱’과 같은 단어들이 유난히 싫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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