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그리운 사람들, 그리운 기억들

by 유로저널 posted Dec 07,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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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햇살, 그 햇살의 눈부심 속에 푸르던 하늘이 엊그제도 내 머리 위에 있던 것 같은데, 어느덧 찬 바람이 불어오는 12월이다. 아주 오랜만에 혼자 남겨진 공간, 혼자 남겨진 시간, 아주 사소한 것들도 큰 의미로 다가온다. 언제나 그랬듯이 지나고 나면 그리운 게 너무나 많다. 1년 중 그리운 게 가장 많이 떠오르는 달이 12월이다. 차가운 바람결에 지난 여름의 따스함과 작별하고, 일찍 찾아오는 어두움에 짧아진 하루와 작별하고, 이제 얼마 지나지 않으면 찾아오는 새로운 해를 기다리며 지난 한 해와 작별하고, 그렇게 많은 것들과 작별하며 떠오르는 그리운 사람들, 그리운 기억들...

무심코 지나치다 보면 어느새 멀리 떠나와 있는 우리네 인생길, 그렇게 무심히 지나쳐온 많은 얼굴들, 많은 기억들이 유난히 가슴 깊숙한 곳으로 파고든다. 그 모든 것들이 이처럼 소중한데, 지나고 나니 이처럼 아름다운데 왜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며, 이해하며 살아가지 못하는 걸까? 행복은 언제나 우리들 곁에, 아주 가까이에 있어 왔는데 왜 우리는 늘 그 행복이 멀리 있는 것이라 여기며 행복하지 못하는 걸까?

예상했던 것처럼 시간은 갈수록 가속도가 붙어서 점점 더 빠르게 지나간다. 그렇게 지나는 세월 속에서 더 많은 것들을 사랑하고, 더 많은 것들을 느끼면서 살아가야 할 텐데, 과연 지난 한 해 동안 무엇을 얼마나 사랑하며, 또 얼마나 느끼며 지내 왔는지, 내 마음 하얀 도화지에 지난 한 해 동안 내게 찾아온 한 사람, 한 사람을, 한 순간, 한 순간을 가만히 그려본다.

누군가가 물었다, 혼자 있는 게 외롭지 않냐고, 슬프지 않냐고. 아니다, 혼자 있어야만 그리운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다. 혼자 있어야만 소중한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그렇게 그리운 것들, 소중한 것들을 그려볼 때 비로소 행복이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요즘처럼 모든 것들이 너무 빨리 변해버리는 세상에서 그리움은 더 이상 쉽게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아니다. 이렇게 모든 게 변하기만 하는 세상이 지속되다 보면 언젠가는 그리움이라는 단어 조차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 든다.

보고 싶은 것을 바로 볼 수 있는, 듣고 싶은 것을 바로 들을 수 있는, 말하고 싶은 것을 바로 말할 수 있는 세상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모든 것을 빠르게, 편하게 해 주는 최첨단 시대가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행복은 빠르게, 쉽게 이루어지는 것에서 찾아오는 게 아니다. 기다림의 시간이 허락되고, 그 기다림을 통해 그리움을 알게 되고, 그 그리움을 통해 소중함을 알게 되는, 그래서 그 소중함을 통해 사랑의 마음이 피어나는 과정, 그 과정에서 행복이 느껴진다. 그것은 비단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위의 아주 작은 것들, 아주 사소한 그것들을 통해서도 역시 행복을 찾을 수 있다.

때로는 아무런 말 없이 지내는 시간들이 참 좋다. 비로소 내 안에 있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그 소리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들이다. 그것을 통해 내가 살아있다는 것, 내가 무언가를 느끼고, 내가 무언가를 사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고단한 세상살이가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너무나 소중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너무나 행복한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그 고단한 세상살이에도 웃음을 잃지 않게 된다. 무언가를 많이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다른 이들보다 높은 곳에 있어서가 아니라, 그 마음, 바로 그 마음 때문에 행복한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이렇게 그리워서 떠올리는 사람들, 그 사람들도 아주 가끔은, 정말 아주 가끔은 나를 그리워할까? 이렇게 찬 바람이 불고, 낙엽이 지는 날, 하염없이 그리운 것들이 떠오르는 그런 날에 누군가의 그리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운 것들을 하나 둘 떠올리다가 노래를 만들었다. 제목은 ‘그 자리에, 그 마음에’

낙엽이 지는 날이면
바람이 부는 날이면
떠오르는 많은 얼굴들이
내 곁에 찾아올 것 같아서

잊혀져 가는 것 같아
지워져 가는 것 같아
내가 기억하는 얼굴들이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그 자리에 아직 그 자리에
변함 없어라 변함 없어라
그 마음에 아직 그 마음에
남아 있어라 남아 있어라

비가 내리는 날이면
흰 눈이 내리는 날이면
떠오르는 많은 추억들이
나를 데려갈 것 같아서

보고파 지는 것 같아
그리워 지는 것 같아
내가 간직했던 추억들이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그 자리에 아직 그 자리에
변함 없어라 변함 없어라
그 마음에 아직 그 마음에
남아 있어라 남아 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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