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주 다시보기 (3)

by 유로저널 posted Feb 2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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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주는 싫든 좋든, 리더쉽이 있던 없던, 어쩔 수 없이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리더의 운명을 타고난 자리이다. 어떻게 보면 리더쉽은 앞서 언급한 두 항목들, 즉 능력과 인격을 최종적으로 발휘하도록 만드는 힘이다.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 직원들에게 신뢰와 호감을 주어 심적 상태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킬 수 있는 인격이 갖추어졌다면, 이제 남은 것은 리더쉽을 통해 모든 요소들을 관리하면서 조직을 이끄는 것이다. 능력과 인격을 갖추고도 이 리더쉽이 부족할 경우에는 결코 좋은 성과를 창출할 수 없거나, 성과를 창출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애를 먹게 된다.

사실, 조직에 대한 고용주와 직원의 입장은 처음부터 완전히 다른 뿌리를 내리고 있다. 쉽게 얘기하자면 고용주는 조직의 성과에 따른 직접적인 이익을 취할 수도 있는 만큼 (물론 이것은 경우마다 다르고, 여기서는 고용주가 조직, 즉 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그래서 조직의 수익이 곧 고용주 자신의 수익으로 직결되는 경우를 기준으로 삼았다) 조직을 최대한 활용해 최대한의 성과를 내는 것만이 목적이겠지만, 직원은 자신이 받는 월급과 직업 안정성이 주된 목적이다. 따라서, 고용주는 직원 채용시 얼마나 적은 비용의 월급을 지급하고, 또 그 직원을 통해 얼마나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는가에 주목한다. 직원은 얼마나 많은 비용의 월급을 받으면서, 또 얼마나 자신의 개인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는가에 주목한다. 이 둘은 처음부터 목적이 다르다. 그런데, 고용주가 자신의 목적에만 지나치게 몰두하다 보면 직원의 목적을 간과하게 된다. 고용주는 직원에게 한 두 시간 더 일을 시켜서 더 큰 성과를 내는 게 중요하지만, 직원은 한 두 시간 더 일하면 그만큼 자신의 것을 빼았겼다는, 즉 피해를 입은 것처럼 여길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바로 이 리더쉽이 작용한다.

뛰어난 리더쉽을 지닌 고용주는 직원들로 하여금 조직의 성과가 곧 직원 개개인의 성과가 될 수 있다는 신뢰와 인식을 심어준다. 조직을 위해 한 두 시간 일하는 게 아깝지 않은 기분이 들도록 만든다. 직원들로 하여금 조직의 성과를 위한 노력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를 갖도록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고용주 자신이 조직의 성과를 위해 진심으로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직원들에게 확신시켜야 한다. 단순히 직원들을 부리는, 주인과 종의 관계가 아닌, 한 배를 탄 상황에서 방향키를 잡고 지시를 내리는 선장과 선원의 관계처럼 인식되어야 한다. 폭풍우 속에서 배를 침몰시킬 것처럼 보이는 선장을 신뢰할 선원은 없다. 그러나, 폭풍우를 헤치고 선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진심어린 노력을 기울이는 선장 앞에서 선원들은 자신들의 선장이 진정 자신들과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선장의 지시를 따르게 된다.

리더쉽이 부족한 이들이 저지르는 가장 치명적인 실수는 자신의 역할과 기여도, 책임 부담의 강도를 자신이 이끄는 조직의 구성원들에게도 무의식 중에 동일한 수준으로 강요하는 것이다. 고용주는 아니지만 언젠가 몸담았던 밴드의 리더가 기억난다. 재능도 있고 인격도 나쁘지 않은 친구였는데, 리더쉽 면에서는 포용하는 리더쉽이 아닌, 압박하는 리더쉽을 지닌 인물이었다. 한 번은 저녁 늦은 시간에 밴드 연습을 하는데 (보통 3~4시간 소요) 한 친구가 다음 날 이사를 가야 하니 조금만 일찍 가도 되겠느냐고 리더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 리더가 하는 말이 (우연히도) 자신도 내일 이사인데 끝까지 연습하고 가니 너도 끝까지 다 마치고 가라는 것이다. 옆에서 지켜 보면서 이건 좀 아닌거 같은데 싶었다. 그 뒤로도 그 리더는 항상 자신이 이 만큼의 시간과 이 만큼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것을 무의식중 팀원들에게 내세우면서, 자신이 이 만큼 하니 너희들은 고 만큼 하면서 할 말 없지 않냐는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자신이 리더로서 짊어지는 책임 부담과 스트레스를 은근히 팀원들에게 푸는 것이었다. 물론, 능력이 있고 책임감이 강한 친구라 조직에게 주어진 역할은 그럭저럭 수행했지만, 알게 모르게 마음이 상한 팀원들이 여럿 있었다.

리더쉽은 자기 자신과 리더로서의 자리를 철저히 분리할 줄 아는 지혜와 냉철함을 요구한다. 고용주가 개인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다고 해서 그것을 직원과의 팀 플레이에서 표출하면 안 된다. 고용주가 직원보다 많은 분량의 업무를 짊어지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근거로 직원을 압박하면 안 된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직원에게 월급 다음으로, 때로는 월급보다 중요한 것은 개인의 삶, 사생활이다. 물론, 월급 주면서 직원의 개인 사생활만 보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자신은 남아서 더 일할 지언정 근무 시간이 지난 직원에게 이제 그만 퇴근하라는 말 한마디를 먼저 건네는 것이 리더쉽이다. 그 말 한마디를 먼저 건넬 수 있는 포용력의 리더쉽을 고용주가 보이면 직원은 퇴근하려다가도 자진해서 고용주와 함께 업무를 더 할 마음이 생긴다. 고용주의 리더쉽으로 인해 단지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고, 그 이상 일하는 것은 내 시간을 빼았기는 것이라는 피해의식이 사라지고, 조직의 목표가 곧 자신의 목표와 동일시되는 것이다. 같은 상황에서 리더쉽이 부족한 고용주는 퇴근 시간이 이미 지난 것을 뻔히 알면서도 모른척 하거나, 심지어 추가 업무를 지시한다. 직원로 하여금 퇴근하겠다는 말 꺼내기가 눈치 보이도록 만든다. 당연히 직원은 고용주가 미워지기 시작하고, 업무 효율성이 저하된다. 조직에 불만이 생기고, 점점 피해의식이 커져간다. 이렇게 느끼는 직원들이 늘어가면 결국 조직은 최고의 성과를 창출하기 어렵고 심지어 와해 위기에 처하게 된다. 리더쉽이 조직을 살리기도 하지만 죽이기도 하는 것이다.

다음 주 마지막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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