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한테 왜...

by 유로저널 posted Mar 15,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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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 삶을 가장 어렵게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 간 문제인 것 같다. 그리고, 그 사람과 사람 간 문제를 가장 어렵게 만드는 것은 돈 문제가 연관되어 있을 때인 것 같다.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통해서, 혹은 이용해서 자신의 이득을 취하려 마음먹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문제가 생긴다. 사회 생활에서는, 소위 말하는 비즈니스의 세계에서는 너무나 자주 일어나는, 아니 어쩌면 매 순간 발생하고 있는 일이기에 그다지 새로운 얘기가 아닌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 일이 바로 필자 자신에게 발생하다 보니 정말 그 씁쓸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다.

처음에는 그 쪽이 그런 의도를, 그런 속마음을 가지고 있는 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양 쪽 다 유학생이었던 시절, 어떤 계기로 만남을 갖고 서로의 작업을 무료로 도와주는 것으로 진행된 일이었다. 당연히 금전이 오고 가지도 않았고, 계약서나 어떤 공식 문서 상 합의 후 진행한 일이 아니었다. 이것이 훗날 이토록 큰 재앙을 몰고 올 줄이야...

내 쪽에서는 그 일, 그러니까 서로 조건 없이, 사심 없이 서로 작업을 도와주는 일을 통해 어떤 이득을 얻으려던 의도가 조금도 없었다. 그냥 그것은 거기서 끝날 일이었다. 그런데, 그 일이 끝난 뒤에도 그 쪽에서 계속 접근해 왔다. 같이 정식으로 일을 해보자는, 그러나 공식적인 조건에 대한 언급은 없고, 그냥 일단 같이 해보자는 제안으로. 예전에야 서로의 작업을 순수하게 ‘도와주는’ 것이었기에 별 상관이 없었지만, 이번 얘기는 금전적인 이익과 권리 관계가 발생하는 비즈니스인 만큼, 그렇게 명확하지 않은 상태로 시작하면 안될 것 같았다.

비록 명확한 감은 없었지만 그래도 그렇게 나쁜 사람 같지 않았고, 서로 도우면 서로에게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전혀 없지는 않아 보였다. 그런데, 그 쪽으로부터 조금 이상한 기미가 엿보였다. 그 쪽의 목적을 위해 내 쪽이 이용을 당할 수도 있겠다는 불길한 예감, 그리고 그것에 대해 확인 차 대화를 나누던 중 결국 그 쪽이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처음 만나서 서로 도와주기로 합의하고 했던 작업에 대해서도 갑자기 그 쪽의 ‘권리’를 주장하고 나서는 게 아닌가?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그 작업은 내 쪽에서 그 쪽의 작업을 무료로 도와주고, 또 그 대가로 그 쪽에서 내 쪽의 작업을 무료로 도와주기로 했던, 그래서 거기서 끝났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쪽에서는 내 쪽을 도와준 작업에 대한 자신의 권리가 있다는 논리를 들고 나온 것이다.

세상에, 처음부터 그 작업을 통해 자신의 권리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내 쪽에 전달하고 동의를 구했더라면 절대 그 쪽과 작업하지 않았을 것이다. 서로 조건 없이 도와주기로 한 작업에 어느 한 쪽이 갑자기 권리를 당당히 주장하고 나오는데, 그 기분이란...

그 쪽에서 권리를 주장하고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내 쪽이 그 쪽의 작업을 도와준 것에 대해서 내 쪽에서는 어떤 권리도 주장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내 쪽에서는 그 쪽을 통해 어떤 이익을 취할 의도가 조금도 없었던데 비해, 그 쪽에서는 내 쪽을 통해 어떤 이익을 얻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바뀐 것이다.

그 쪽의 논리는 이것이다. ‘어떤 사람이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러면 그 사진의 권리는 사진 속의 인물이 아니라 사진관의 것이다. 사진 속의 인물은 그 사진을 사용하려면 사진관의 허락을 구해야 한다.’ 세상에, 자기 사진이 찍혔는데, 그것을 사진관의 허락을 구해야만 사용할 수 있다는 논리라면, 더구나 사진관이 무료로 찍어주기로 했던 것인데, 어느 누가 자신의 사진이 찍히도록 동의했겠는가?

서로 조건 없이 돕기로 한 작업 중 그 쪽이 내 쪽에게 해주는 작업이 내 사진을 찍어주는 일이었다면, 그렇게 찍힌 사진을 나에게 건네주고 거기서 끝나면 되는 일이다. 그런데, 사진을 찍어놓고 보니 그 사진을 통해 자신이 어떤 이득을 취할 수도 있겠다는 가능성이 보인 것이다. 그러더니 슬그머니 그 사진은 자신이 찍은 것이니까 자신의 권리라는 식의 논리를 들고 나온 것이다.

정식 비즈니스를 같이 시작하기도 전에 다행히 그 쪽의 본심이 드러나서, 순수하게 하기로 했던 일에 사심을 드러내는 행태를 미리 보여줘서 참 감사한 일이다. 정식으로 일을 해보자는 제안을 하면서 그 쪽에서는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나 관련 내용은 거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내 쪽에서 계약서 얘기를 꺼냈더니 그것은 한 줄 정도 간단하게 쓰면 되는 것이라고 넘어갔다. ‘한 줄 정도 간단하게’, 그렇게 해놓고서 얼마나 말을 많이 바꿨을까, 얼마나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나섰을까? 생각해보면 정말 소름이 돋는다.

‘눈 뜨고 있어도 코 베어 간다’는 말이 이토록 실감나는 적은 정말 처음이다. 이렇게 끝날 것이라고까지는 예상하지 않았던 사람이었는데, 정색을 하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나서는 모습에 순간 갈등했다. 성질 같아서는 한바탕 해서 내 이름을 떠올리는 것 만으로도 평생 몸서리 쳐지도록 만들어줄 자신이 있는데, 그러고 나면 내 손해가 더 클 것 같았다. 예전 유학생 시절, 영국에 정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때, 누군가에게 당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나를 가지곤 논 그 사람이 평생 경험하지 못할 모욕을 주며 끝낸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연주 활동을 하면서, 신문 일을 하면서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렇게 악하게 끝내고 나면 결국 상처가 남는 것은 내 영혼이라는 걸 깨달은 뒤로는 굳이 그러고 싶지가 않다. 사람이 사람한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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