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마음 속에는 슬픔이 자라나고 있었다 (2)

by 유로저널 posted Apr 1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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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의 조기유학 열풍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관련 업체들도 셀 수 없이 많고, 지금 이 순간에도 수 많은 학부모들이 자신의 자녀를 조기유학 보내려 마음먹고 있는 중일 것이다. 그러나, 교육의 모든 측면이 그렇듯, 조기유학이 모두에게 적합한 것이 아니며, 모두에게 최선책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 같다.

지난 글에서도 밝혔듯이, 필자는 솔직히 조기유학의 영역에 대해 아는 바가 많지 않다. 그리고, 이번 이야기들은 조기유학 자체를 부정하려는 게 아니다. 실제로 만나본 성공한 조기유학생들을 보면 필자 역시 참 훌륭하다는 감탄이 절로 나오니까. 다만, 자녀의 조기유학을 생각한다면 다음 두 가지를 확실히 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그렇지 않을 경우, 조기유학의 성패는 둘째치고, 자녀의 행복이 파괴되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 있기에.

첫째, 자신의 자녀가 조기유학에 적합한 경우인지를 꼼꼼하게 점검해야 한다. 흔히 조기유학을 결정함에 있어서, 어느 국가냐, 어느 학교나, 누구와 어떻게 머물며 학업을 해나갈 것이냐 등의 환경, 조건적인 면들에만 치중하곤 한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내 자녀가 과연 조기유학에 적합한 인물이냐의 문제이다. 이것은 자녀가 얼마나 똑똑하냐, 얼마나 공부를 잘하느냐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인생의 대부분이 그렇지만, 특히 조기유학은 모험이다. 그나마 그 모험이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오도록 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목적과 방향성이 설정되어야 한다. 자신의 신념에 의해 조기유학을 선택한 홍정욱 처럼 자녀가 스스로의 판단력을 갖고, 스스로 목적과 방향성을 어느 정도 제시할 수 있다면 가장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이 같은 목적과 방향성을 부모가 설정해주고, 이를 자녀에게 납득하기 쉽게 전달해야 한다.

그리고 두 경우 모두 과연 자녀가 조기유학이라는 매우 독특한 길에 적합한 조건을 지녔는지를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재정적인 조건을 말하는 게 아니다. 만약 자녀가 유별나게 부모 의존도가 높거나, 기본적인 생활 습관들이 확립되지 않았다거나, 아니면 낯을 지나치게 가리고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거나 하는 경우, 조기유학이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물론, 조기유학을 통해 이러한 점들이 고쳐지고, 성격이나 습성이 좋은 방향으로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세상 모든 부모들이 자신들의 자녀만은 공부할 체질(?)이라고, 그래서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겠지만, 그것은 부모들의 착각일 뿐, 그들 중에는 반드시 공부가 체질이 아닌, 그래서 대학에 들어갈 필요가 절대 없는 이들도 있다. 마찬가지로 조기유학을 통한 진로가 결코 적합하지 않은 이들도 있으며, 안타깝게도 당신의 자녀가 거기에 속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꼼꼼하게, 냉철하게 하나 하나 살펴보고 결정해도 부족할 판인데, 유학 업체 등 관련 비즈니스들은 부모들의 판단력을 흐리게 한다. 누가 봐도 조기유학이 적합하지 않은 학생을 놓고, 유학 업체가 작정하고 학부모를 꼬시면(?), 어느새 부모는 자신의 자녀가 마치 조기유학을 가기 위해 태어난 존재인 것처럼 굳게 믿게 된다. 유학 업체는 이러 이러한 조기유학을 선택하게 되면, 자녀가 이런 길을 가고, 그래서 이렇게 훌륭하게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을 하는 통에, 정작 해당 학생에게 과연 그 방향이 적합한가에 대한 질문은 끼어들 틈이 없다.

인생의 모든 선택이 모험이지만,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모험을 할 때 그나마 좋은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 모험에 가장 적합한 조건을 갖춘 이가 최고의 노력을 통해 얻어질 수 있는 최상의 결과만을 상상하면서, 그 외의 경우들이 발생할 확률은 간과한 채, 정작 그 모험이 당사자에게 적합한 모험인가를 따져보지 않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잠시 옆으로 새자면, 이민을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이민 알선 업체의 꼬임에 넘어가 정작 자신에게 이민이 적합한가를 냉정하게 따져보지 않고, 화려하고 멋진 외국생활만을 꿈꾸면서 섣불리 비행기에 몸을 싣는 이들 대부분이 실패로 끝났다는 얘기는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다. 한 번 걸리면 절대 치료책이 없다는 이민병 만큼이나, 충분한 검토 없이 자신의 자녀를 조기유학 보내야 겠다고 굳게 결정해 버리는 조기유학병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 모든 검토를 통해 자녀가 확실히 조기유학에 적합한 경우라는 확신이 들었다면, 이를 자녀와 충분한 대화를 통해 공감을 이루어야 한다. 단순히 부모의 명령이나 요청에 의해 이루어지는 조기유학은 바람직하지 않다. 코흘리개 꼬마처럼 진짜 어린 자녀를 조기유학 보내는 게 아닌 이상, 어느 정도 생각을 하고 표현을 할 수 있는 연령대의 자녀라면, 부모와의 의사소통을 통해 조기유학에 대한 사안들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왜’이다. 왜 집을 떠나고, 왜 부모와 떨어져서, 왜 친구들을 떠나서, 왜 대한민국을 떠나서, 왜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본인이 조기유학을 떠나는 목적과 방향성을,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최대한 형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음 주 마지막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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