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그 사람이어야만 하기에...

by eknews posted Sep 07,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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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위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고(故) 장진영과 그의 남편 김모 씨의 자세한 사연을 접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김모 씨가 그저 연인이 사망할 때까지 곁을 떠나지 않은, 사랑과 의리를 지킨 순애보의 남자구나 싶었는데, 자세한 사연을 듣고 나니 정말 그들의 사랑이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단어인 ‘사랑’, 우리는 날마다 진실한 사랑, 아름다운 사랑을 읊어대며 사랑의 힘과 사랑의 기쁨을 찬미하건만, 과연 우리는 그 ‘사랑’ 앞에서 얼마나 진실되게 살아가고 있는가?
누군가는 목숨도 가르지 못하는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고 있는데, 도대체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바둥거리며 살아가는지, 이렇게 다투고 갈등하며 살아가는지...
알려진 것처럼 김모 씨는 미국에서 MBA를 마친 부동산 사업가로, 소위 잘 나가는 인물인데 고(故) 장진영과 사귀던 중 그녀의 위암 판정과 시한부 선고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고(故) 장진영은 그와 함께하는 것이 그에게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그에게 이별을 통보했지만, 김모 씨는 그럼에도 그녀를 떠나지 않고 사랑을 지속했다.
김모 씨는 그녀의 생일이었던 지난 6월 14일에 프로포즈를 한 뒤, 7월 26일 미국에서 단 둘이 결혼식을 올렸으며, 그녀가 사망하기 불과 사흘 전이었던 8월 28일 이들은 혼인신고를 마치고 법적으로도 부부가 되었다고 한다. 얼마 뒤면 곧 이 세상을 떠날 사람과 부부가 되기로 결심한 김모 씨의 마음은 과연 어떠한 것이었을까?
고(故) 장진영에 대해 “내가 곧 그녀, 그녀가 곧 나였습니다.”라고 말했던 그는 그녀의 가는 길이 외롭지 않게 해 주고 싶어서, 이 세상에서 남남으로 남게 되는 게 싫어서 그와 같은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아마도 이런 사연을 접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말 아름답고 진실한 사랑이구나’라며 감동하겠지만, 만약 자신이 김모 씨 그 당사자였다면 과연 몇 명이나 그와 같은 결심을 내릴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영화에서, 소설에서 그와 같은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접하면서 감동하고 때로는 눈물까지 흘린다. 하지만, 정말 그러한 상황이 자신에게 일어날 경우, 아쉽게도 대부분의 경우는 말 그대로 현실적인 선택을 할 것이다. 그 아름답고 진실된 사랑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에 공감하고 감동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사랑을 향해 그만한 진실됨과 용기를 발휘하지 못하는 게 우리들의 솔직한 모습이다.
비단 자신이 그 사랑의 당사자일 것도 없이, 만약 내 가족, 내 친구가 그와 같은 사랑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더라도 우리는 대부분 현실적인 선택을 권유 내지는 강요할 것이고, 심지어는 목숨을 걸고 그 사랑을 반대하고 나설지도 모를 일이다.
이번 고(故) 장진영과 김모 씨의 사연에 감동했다는 이들에게 만약 당신의 가족이, 당신의 친구가 김모 씨와 같은 선택을 한다면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묻는다면, 아마도 100명 중 99명, 아니 어쩌면 100명 모두 그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단호히 말할 것이다.
그것 뿐이겠는가, 현실적인 조건이 맞지도 않으면서 내 가족, 내 친구로 하여금 사랑 때문에 모든 것을 바치게 하는 그 대상자를 미워하고 비난할 것이다.  언론에 따르면 김모 씨의 부친은 국회부의장까지 지낸 전 국회의원이라고 한다. 그 누구보다 체면이 중요하고, 사람들의 이목도 중요하고, 아마도 자식에 대한 기대와 눈높이도 상당했을 김모 씨의 부친은 당연히 고(故) 장진영과 아들의 교제를 적극적으로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아들의 마음이 변치 않자, 그는 결국 “아들의 선택은 아름다운 것이다.”라며 김모 씨의 선택을 존중하고 고(故) 장진영을 며느리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자신 때문에 모든 것을 바친 김모 씨를 바라보는 고(故) 장진영의 심정도, 사랑하는 여자 때문에 모든 것을 바쳐서 결국 사랑을 이룬, 그럼에도 그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는 고통을 감내하고 있을 김모 씨의 심정도, 그리고 그러한 아들을 바라보는 김모 씨의 부친의 심정도, 그것이 어떤 것일지 아주 어렴푸게나마 알 것 같다.
사랑을 이룬다는 것, 어쩌면 너무나 슬픈 행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흔히 사랑이 이루어지면 마냥 즐겁고, 마냥 기쁘기만 할 것이라고 착각하곤 한다. 그러나, 진짜 사랑은 나 자신에 대한 희생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기에, 그 사랑을 가로막는 수 많은 장애물들과의 전쟁을 치르는 것이기에,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를 위하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을 위하는 것이기에 고통스러울 수 있고, 눈물이 흐를 수 있다.
하지만, 진짜 사랑은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보다 사랑하지 않는 게 더 힘들기에 그 고통과 그 눈물을 감내하게 한다. 김모 씨 정도의 인물이라면 이제 곧 세상을 떠날 여자 말고도, 정말 조건 좋은 여자들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었을 것이기에 아마 김모 씨의 부친도, 김모 씨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도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도대체 뭐가 아쉬워서, 세상에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하필이면 이제 곧 세상을 떠날 여자한테 인생을 걸려 하는가’라고. 아마도 그 대답은, 사랑은 바로 그 사람이어야만 하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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