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나는지 그 시절 음악...

by 유로저널 posted Jul 10, 201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 - Up Down Comment Print


생각이 나는지 그 시절 음악, 밤새워 들었던 독수리 전축
아버지가 사주신 새 기타 냄새, 도레미 딩동댕 행복했지
생각이 나는지 그 시절 솜씨, F코드 힘들어 쩔쩔맨 시절
하지만 더 없이 난 즐거웠고, 기타의 소리는 아름다웠지
십여 년 간 제법 잘 치게 된 내 솜씨
그런데 왜 옛날의 기쁨은 점점 어디로
왜 과연 무엇 때문에

생각이 나는지 그 시절 음악, 셋이서 모여서 일하던 술집
피아노 한 대에 베이스기타, 그래도 우리는 즐거웠지
생각이 나는지 그 시절 친구, 처음으로 마련한 우리의 무대
한 친군 음향을 한 친군 조명, 손님도 우리도 즐거웠지
몇 년 동안 많이도 불어난 손님들
그런데 왜 처음의 기쁨은 점점 어디로
왜 과연 무엇 때문에
                                         - 최성원 노래 ‘생각이 나는지’ 중에서

출근길에 이 노래를 듣다가 그만 눈물이 핑 돌았다. 음반 공식 발매 막바지 작업으로, 또 이런 저런 공연들로 바쁜 하루 하루를 보내던 중이었다.

이 노래는 들국화의 멤버로 유명한 최성원이 1990년도에 발표한 솔로 2집 ‘어린왕자’ 음반에 실린 곡으로, 뮤지션으로서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노래다. 음악과 사랑에 빠진 어린 시절, 처음 기타를 배우던 순간들, 그리고 술집에서 음악을 하면서 뮤지션으로 성장해간 이야기들...

“F코드 힘들어 쩔쩔맨 시절”이라는 가사는 정말 기타를 쳐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가사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기타를 치다가 어느새 실력이 늘고, 또 몇 명 없는 관객 앞에서 공연을 하다가 어느새 관객이 늘고, 그런데도 정작 처음 기타를 배웠던, 처음 무대에 섰던 기쁨은 오히려 사라졌음을 노래하고 있다.

흔히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만 해야지 절대 직업으로 하지 마라’는 말이 있다. 어쩌면 정말 이 말이 정말 맞는 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즈음이다.

돈을 받고 음악을 연주하고, 정식으로 음반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것은 더 이상 취미라고 할 수 없다. 음악이 비즈니스가 된 것이다. 당연히 신경써야 할 요소들이 늘어나고, 부딪혀야 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일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속도 상하고 스트레스도 받게 된다.

내가 만들고 내가 연주한 음악이 음반으로 탄생했다는 감격과 행복은 어느새 잊은 채, 그야말로 ‘음반 비즈니스’에 시달리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했다.

관객들과 직접 만나는 공연도 마찬가지다. 언제부턴가 뮤지션으로서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공연은 연주를 하기가 싫어지고, 심지어 관객들의 반응이 별로거나 원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짜증이 나기도 했다.

그런 상태에서 이 노래를 듣노라니 마치 내 얘기 같아서 마음이 찡해 왔다. 필자가 음악과 처음 사랑에 빠졌던 순간들, 어린 시절 카세트 테이프를 하나 하나 모으면서 음악이 너무 좋아서 한밤 중에 자다가도 일어나서 음악을 듣던 그 시절...

낙원상가를 다 뒤져서 가장 싼 3만 5천원짜리 통기타를 샀던 날, 고요한 밤에 울려퍼지던 기타의 심오한 울림, 어느새 손가락에 딱딱한 굳은살이 생기고, 어느새 사람들 앞에서 기타를 연주하게 되고...

고 3때 동네 술집에서 통기타 무대가 있는 것을 보고 술집 주인에게 돈 안 줘도 되니 노래하게 해달라고 해서 시작한 통기타 라이브, 그 때는 대부분 손님들이 별로 노래에 귀기울이지 않아도 그저 그렇게 사람들에게 음악을 들려주는 것 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하고 신이 났었는데...

지금은 그 때보다 기타를 훨씬 더 잘 치고, 직접 만든 음악을 담은 음반도 만들었고, 귀를 기울여주는 관객도 더 많아졌는데, 어린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커다란 무대에서 전 세계 관객들과 만날 기회도 주어졌는데, 도대체 왜 그 시절 느꼈던 그 행복을 오히려 잃어버렸을까?

음악을 향한 순수한 마음이 퇴색해버린 탓이겠지... 어느새 음악을 둘러싼 이런 저런 욕심도 생긴 것이겠지...

내 음악을 누가 듣던, 얼마나 호응해주던, 그리고 그 음악을 통해 어떤 명예와 금전이 따라오던 말던, 그저 이렇게 각박한 세상에서, 하루 하루 정신없이 지나는 바쁜 삶 속에서 이렇게 음악을 한다는 것 자체 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인지...

음악을 향한 순수한 마음이 퇴색하려 할 때마다, 음악을 하는 행복을 잃어버린 것 같을 때마다 스스로에게 되뇌어야겠다, 생각이 나는지 그 시절 음악...
유로저널광고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설치 취소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