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런던의 한국인 헤드헌터 (2)

by 유로저널 posted Aug 0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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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파소나는 한국 비즈니스를 막 시작하던 차였고, Hiroo 아저씨가 그 일을 담당하고 계셨다. Hiroo 아저씨는 필기구로 유명한 일본 기업 제브라(Zebra)에서 1966년도부터 2003년도까지 장기 근속하신, 그리고 제브라 영국 법인장을 지내신 오랜 경력의 비즈니스맨이셨고, 제브라에서 퇴직하신 뒤에 파소나에서 헤드헌터로 제 2의 커리어를 쌓고 계셨다.

Hiroo 아저씨를 처음 만났을 당시 2007년도에 이미 환갑이 넘으신 상태셨지만, 전혀 나이의 구애를 받지 않고 사는 분이셨고, 무엇보다 훌륭한 인품과 진실함으로 늘 주위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는 분이셨다.

Hiroo 아저씨를 처음 보자마자 왠지 이 분과 가까운 사이가 될 것이라는 직감이 들었고, Hiroo 아저씨도 초면인 필자를 너무나 친근하게 대해주셨다. 이런 저런 얘기를 주고받고서 Hiroo 아저씨는 필자가 파소나에서 필요한 사람인 것 같다고 하시면서, 사장님과의 인터뷰를 주선해보겠다고 하셨다.

그 날 집으로 돌아온 뒤에 파소나라는 회사에 대해, 그리고 리크루트먼트 비즈니스에 대해 나름대로 다양한 조사를 했고, 사장님과의 인터뷰를 대비해서 어설프게나마 비즈니스 계획서 같은 것도 만들어 보았다. 파소나라는 기업은 미국에만 7개 법인이 들어가 있을 만큼 거대한 글로벌 조직이었고, 유럽법인은 런던에서 20년이 넘게 비즈니스를 하고 있었다.

리크루트먼트 비즈니스에 대해서는 사실 거의 아는 바가 없었지만, 한국인 인력을 영국 및 유럽에 채용시킨다는 기본 발상은 어쨌든 흥미롭고 또 보람도 있을 것 같았다. 특히, 유럽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리크루트먼트 비즈니스는 전무한 만큼 희소성도 있고, 전문성을 키울 수 있겠다는 기대감도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런던에서의 취업문이 뚫린다면 그것은 정말 꿈 같은 행복한 기적이 될 것이었다. 어느새 내 마음은 “제발 파소나가 내게 이 기회를 주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으로 가득차게 되었다.

열흘 정도가 지난 뒤에 파소나에서 다시 연락이 왔고, 정말로 파소나 사장님과의 인터뷰가 잡혔다. 영국에서 취업을 전제로 가져본 첫 정식 채용 인터뷰였다. 즉, 그만큼 유학생 신분으로 영국에서 취업문을 뚫기가 어려웠다는 얘기고, 특히 인터뷰에도 한 번 초청되지 못했을 만큼 필자는 서류 통과조차 못했던 셈이다.

지금은 구직자들에게 취업 컨설팅을 해드리고, 인터뷰 조언도 해드리는 입장이 되었지만, 사실 당시만 해도 필자는 정식 인터뷰 경험이 없는, 그야말로 뭣도 모르는 상태였다. 당당하게(?) 넥타이도 메지 않고 스마트 캐주얼 정도 되는 옷차림으로 인터뷰를 다녀왔고, 나중에 정식 입사 첫 날에도 같은 복장으로 첫 출근을 하고서야 넥타이를 메고 정장을 하고 다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쨌든, 그렇게 뭣도 모르고 그저 열의에 차 있고 두려움이 없었던 게 오히려 먹힌(?) 것 같다. 사장님과의 인터뷰에서 필자는 그 동안 조사하고 나름대로 세운 계획들을 풀어놓으면서, 이 비즈니스의 가능성, 진행 방향 등에 대해 내가 가진 생각들을 솔직하게 풀어놓았고, 인터뷰를 마치고서 사장님은 그 자리에서 일자리를 제안하셨다.

우선 3개월 단기 계약직 근무 후 그에 대한 성과에 따라 정규직 전환 및 회사에서 영국 취업비자를 지원해주는 조건이었다. 까마득하게만 보였던 영국 취업, 드디어 실낱 같은 희망의 끈을 붙잡았다는 사실에 얼마나 흥분이 되었는지 모른다. 물론, 3개월 뒤의 결과가 어떻게 될 지는 전혀 알 수 없었지만, 일단 그렇게나마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하던지...

사장님이 흔쾌히 필자에게 일자리를 제안한 것은 여러 요소들이 작용했던 것 같다. 일단, 그 당시 이미 파소나에서 한국인 구직자들을 등록시키고 인터뷰도 하고 있었던 단계였지만, 필자처럼 구직자 쪽에서 먼서 일을 해보겠다고 들이댄(?) 사례가 없었다고 한다.

채용 계획 자체가 없었던 일자리가 나로 인해 탄생(?)한 셈이다. 다른 경쟁자들과 피터지게 경쟁할 필요 없이, 이 자리는 처음부터 내가 제안해서 만들어진 자리였고, 나는 그저 내가 제안한 것들이 회사에 정말 성과를 가져다 주는지만 증명하면 되는 것이었다.

사장님은 인터뷰에서 Hiroo 아저씨가 필자를 적극 추천하더라고 언급했다. 한국 비즈니스를 맡고 계셨던 Hiroo 아저씨는 당장 당신과 같이 일할 파트너를 채용하는 것이었고, 사장님으로써는 그런 Hiroo 아저씨가 강력하게 추천하는 필자를 굳이 거절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사실, 딱 한 번 만났을 뿐인데 그토록 Hiroo 아저씨가 필자를 적극 추천하시고 든든한 후원자를 자처하셨는지는 지금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다만, Hiroo 아저씨는 직접 만나기 전에 서로 이메일 만으로 몇 차례 연락을 주고받을 때부터 항상 신속하게, 최대한 성의있게 이메일을 쓰는 필자에게 호감이 생겼고, 필자를 직접 만났을 때 진실되게 보였다고 하셨다.

남한테 들은 긍정적인 평가를 이렇게 내 입으로 얘기하는 게 낯간지럽지만, 어쨌든 사소한 것이라도 성의껏 임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 그리고 누구를 대하든 진실함으로 대한다는 것은 중요한 것 같다.

한편, 이렇게 필자를 좋게 봐주신 Hiroo 아저씨였지만, 훗날 Hiroo 아저씨와 일을 하면서 Hiroo 아저씨는 필자가 고쳐야 할 단점들을 지적해 주시기도 했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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