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는 곳이면 된다 (1)

by 유로저널 posted Jan 22,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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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필자는 원래 정치, 경제에 참 무식한 편이었다. 그런 것들을 너무 많이 알면 오히려 행복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언론 공부를 하면서, 글 쓰는 일을 하나의 직업처럼 갖게 되면서도,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는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이야기, 행복을 발견할 수 있는 이야기였지, 세상의 정치, 경제에 대한 얘기는 결코 아니었다.

그래도 명색이 언론 공부를 했고, 신문 기자로 일을 해야 하니 어쩔 수 없이(?) 정치, 경제도 알아야 했고, 그렇게 기자로 일하면서 그나마 정치는 조금 이해했는데, 경제는 여전히 수박 겉핥기 수준으로만 기사를 겨우 쓰는 수준이다.

부끄럽게도 나는 아직 주식이니 펀드니 하는 것들이 정확히 어떤 원리로 돈을 만들어내는 것인지 알지 못한다. 신용카드도 한 번도 만들어본 적이 없고, 한국에서 얘기하는 연말정산이니 하는 것들이 뭔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이것 저것 먹으러 다닐 때 필자가 무조건 현금으로만 계산을 하는 통에 그 때마다 부모님은 현금영수증을 꺼내시는데, 사실 이것도 도대체 왜 하는 것인지, 어떤 원리로, 우리에게 무슨 이득이 있는 것인지 아직 모른다.

이러면서 어디가서 기자라고 하기에 스스로도 참 부끄럽다. 그나마 문화예술에 대해서는 다른 일반 기자들보다 전문적인 기자라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이다.

그렇게 필자가 경제에 대해 무식하다 보니 ‘주택’, ‘부동산’에 대해서도 무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것도 정말 부끄러운 얘기지만, 나는 우리나라의 ‘전세’ 제도가 대충이라도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에 대해 알게 된 지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당장 부모님께서 살고 계시는 한국의 고향집이 현재 어떤 형태(?)로 되어 있는 집인지도 모른다. 한국에서 집을 사는 것과 관련해 사용되는 단어들인 ‘분양’, ‘청약’과 같은 것들이 정확히 뭘 의미하는 지 모른다. 가끔 어느 지역 분양을 받으면 로또라는 표현까지 쓰는 것을 봤는데, 왜 그렇게 얘기하는 것인지 도통 모르겠다.

친구들 중에서는 벌써 자기 집을 장만한 놈도 있는데, 가끔은 이런 스스로가 한심해 보이기도 한다. 그냥 ‘내 신간 편하면 그만이지, 뭘 그렇게 다 알고 살아야 하나’하는 태도로 지내왔는데, 한 편으로는 내가 아직 너무 철이 없나 싶기도 하다.

아마 오늘 이야기를 읽으시는 분들 중에서도 이런 필자에게 ‘니가 아직 뭘 모르는 구나, 니가 아직 세상을 덜 살았구나, 니가 아직 철이 없구나’하시면서 혀를 차는 분들도 계실 것 같다.

그런데, 한국사람들은 때론 너무 심하다 싶을 만큼 이 ‘집’이라는 것에 대해 예민한 것 같다.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될 것을, 집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살아가는 것 같다.

아마도 내가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시기에 영국으로 온 바람에 그런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한국인들이 그렇게 집에 혈안이 되어 살아가는 모습을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영국에서도 집을 샀다가 나중에 집값이 올라서 차액을 남긴 이들도 있고, 그야말로 투기 목적으로 집을 사는 사람도 있다. 영국에서도 주택 가격 변동이나 주택 시장 현황은 경제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집을 사는 문제 혹은 임대하는 문제에 대해 그렇게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살지는 않는다. 주택 가격에 대해 그렇게 예민하지 않다. 주택 시장이 그렇게까지 대단한 관심사이자 흥분하게(?) 만드는 사안이 아니다.

당장 우리 회사 사람들만 봐도 개중에는 자기 집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고, 월세로 사는 사람도 있고, 다양한 형태로 주거를 해결하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단 한 번도 주택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얘기한 경우는 없었다.

자기 집이 있다고 그게 그렇게 대단한 것도 아니고, 또 영국에서 가장 흔한 주거 형태인 월세를 산다는 것도 아무 문제가 없다.

집을 사기 위해 그렇게 혈안이 되어 있는 이들도 없고, 또 집을 가진 이들도 그 집을 통해 어떤 이익을 보거나 혹은 손해를 볼까 신경을 곤두세우는 이들도 없다.

집은 어디까지나 고단한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여 맘 편히 두 다리 뻗고 누울 수 있는 그런 곳이면 되는 것이다. 형편이 되면 자기 집을 살 수도 있는 것이고, 형편이 안 되면 월세로 살면 되는 것이다. 집은 결코 우리 인생의 목적도, 수단도 아닌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그게 그렇지가 않은가보다.

집이라는 것에 대해 한국이 영국과 다른 정서를 갖고 있는 것, 그렇게 차이점일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괜찮다.

문제는 그것이 사람을 더 행복하게 해주는 차이점인지, 불행하게 하는 차이점인지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한국 사람들은 영국 사람들보다 집과 관련해 몇 배나 더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그것은 사람을 더 불행하게 하는 차이점인 모양이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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