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골짜기를 흐르는 개울에 바위가 굴러내려 물길을 막아도 고였다가 바위를 넘어 낮은 곳으로 흐르거나 바위를 피해 낮은 곳을 찾아 흐른다. 이것이 순리이고 신의 섭리이다. 만일 물이 욕심과 집착을 가져 저 높은 데 있는 경치 좋은 곳으로 흐르고 싶어도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사람이 억지로 물길을 돌려놓거나 역류를 시켜도 다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고쳐 흐른다. 지나쳐온 곳이 좋아 되돌아가고자 하여도 되돌아갈 수도 없다. 지금 흐르는 이곳이 마음에 든다 하여 그곳에 머무를 수도 없다. 이러한 모든 것이 거스를 수 없는 순리이다.
이 우주에 존재하는 만상만물은 모두 순리의 존재이고 순리를 따라 존속한다. 나타남도(태어남도), 존재함도, 살아감도, 사라짐도(죽음도) 모두가 순리를 따른다. 수많은 별들의 운행도 그러하고 숲 속의 나무도, 물에 사는 물고기도, 뭍에 사는 짐승도, 하늘을 나는 새도 다 그러하다. 산도, 들도, 강도, 바다도, 바위도, 물도, 공기도 모두 순리의 존재이고 순리로 존재한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어떠한 상황에서도 조화(調和)를 잃지 않으며 더불어 함께 있고 서로를 살리는 상생(相生)의 삶을 산다.
그러나 사람은 그때그때의 상황과 조건에 맞는 순리를 따르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추구하고 산다. 욕심과 집착이 앞서 순리를 따르지 않는다. 욕심과 집착이 눈을 가려 순리를 보지 못하고 순리를 알지 못한다. 욕심과 집착이 순리와 방향이 같을 때에는 하고자 하는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 지지만 순리와 방향이 맞지 않을 때에는 잘 이루어 지지 않는다. 하려고 해도 잘 되지 않으니 불만이고 되지 않을 것을 억지로 이루려 하니 고통이 따른다. 일시적으로 사람이 가진 욕심과 집착을 억지로 이루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일순간의 일일 뿐(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것일 뿐 총체적으로 보면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다시 순리에 맞는 쪽으로 되돌아간다. 순리를 거슬러서 고통인데 순리로 되돌아가는 과정이 욕심의 방향과 맞지 않기 때문에 더 큰 고통이 따른다. 물이 순리를 거슬러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를 수 없듯이 사람도 순리를 거슬러 살 수 없다. 존재하는 일체가 순리로 있고 또 순리로 흐르고 있는데 사람만이 그것을 거슬러 살아가고 있으니 사는 것이 고통이고 끊임없는 근심걱정 속에서 병고(病苦)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만상만물과 함께 순리의 존재인 사람은 순리를 거스를 수 없다. 사람이 순리로 나서 순리의 존재로 살기 위해서는 사람이 가진 욕심과 집착을 버려야 한다. 그 가진 마음이 없어야 한다. 그 마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욕심.집착의 가진 마음을 가지고 그것을 따라 사는 ‘나’마저 벗어나야 한다. ‘나’를 벗어나 ‘나’가 없으면 만상만물과 하나 되어 그냥 순리로 있고 순리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