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 존재하는 만물만상(萬物萬象)이 생겨난 것도 생겨나서 존재하는 것도 또 존재하다 사라지는 것도 모두 순리(順理)에 의해서이다. 그 어느 것도 생겨나야지 해서 생겨나지 않았고 이렇게 존재해야지 해서 존재하지 않는다. 수많은 별들이 생겨나고 존재하는 것이 그러하고 지구에 있는 물과 공기의 흐름이 그러하다. 화산이 불을 뿜어내고 지진이 땅을 가르는 것이 그러하고 천둥번개가 천지를 흔들고 대홍수가 누리를 휩쓸어 가는 것이 그러하다. 하늘을 나는 새나 숲 속의 나무가 사는 것이 그러하고 초원의 동물과 바다 물고기의 삶이 그러하다. 그런데 사람은 그러하지 못하다. 사람은 순리로 살지 못하고 있다. 사람이 순리로 살지 못하는 것은 마음을 가져서 하늘 뜻으로 살지 않고 제 뜻대로 살기 때문이다.
사람은 마음을 먹어놓고 그 먹어놓은 마음이 하자는 대로 산다. 산새처럼 들꽃처럼 마음 없이 그때그때의 조건에 따라 그냥 살지를 못하고 자기 생각대로 산다. 자기 생각 속에 빠져서 자기가 생각한 것밖에 모른다. 생각 밖의 것을 보지도 알지도 못한다. 자기중심적(自己中心的)이어서 순리로 살지 못한다.
욕심 따라 산다. 순리를 따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해야지 하는 것만 하고 산다. 배부르면 맛있는 영양이 지나가도 본체 만체하는 아프리카 초원의 사자처럼, 마실 물도 부족하고 먹을 것도 모자라는 건기(乾期)에 대비하여 먹을 것을 재어놓지 않는 코끼리처럼 살지를 않는다. 먹을 것이 넘쳐나도 잔뜩 재어놓고 재어놓은 것이 썩어나가도 또 재어놓고 산다. 욕심으로 먹고 욕심으로 이루고 욕심으로 가지고 산다. 욕심 따라 사니 순리를 거스르게 되고(억지와 無理가 따르고) 항상 지나침이 있다.
정(情)을 따라 산다. 부모, 형제 혈육의 정에 매여 그것이 눈을 가려 순리를 보지 못하고 순리를 따르지 못한다. 순리보다 정을 우선하여 정 따라 산다. 또 맹목적(盲目的)으로 의리(義理)를 중시하여 의리를 좇아간다. 순리가 아닌 의리(義理)를 좇아가니 무리(無理-순리가 없는 것)를 하게 된다.
허망(虛妄)한 것에 매여 그것을 얻어 가지기 위해, 그것을 이루기 위해, 그것이 되기 위해 산다. 그것이 다 인줄 알고 그것을 구하며 산다. 그것을 위해 무리(無理)도 마다하지 않는다. 부(富)를 갈망하고, 지위(地位)를 얻으려 하고, 명예(名譽)와 권세(權勢)를 누리려 한다. 또 온갖 사상(思想)이나 이념(理念)을 만들어 서로 대립하고 싸우고 그것에 목숨을 건다. 종교분쟁(宗敎紛爭)으로 피를 흘리다 화해(和解)했다가도 세월이 흐르면 또 다른 모습의 분쟁이 일어난다. 공산주의이념으로 수많은 사람이 피를 흘렸는데도 그 이념을 버리지 못하고 연연해 한다. 여러 번 겪어서 허망한 것인 줄 알면서도 시행착오(試行錯誤)를 되풀이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