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사회를 이루어 살면서 여러 가지 제도를 만들고 그 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규칙을 만들어 놓았다. 사람이 모이는 조직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규정이 있다. 나라에는 나라의 법(헌법, 민법, 형법…)이 있고 회사에는 회사의 규정이 있으며 학교에는 학칙이 있다. 동창회에는 회칙이 있고 문중에는 또 문중의 규약이 있다. 이런 법규에는 ‘이것은 이렇고 저것은 저렇다’ 라고 정해놓았고 해야 될 일과 하지 말아야 될 일을 정해놓고 있다. 누구든 조직에 속한 사람은 그 법규를 지켜야 한다.
인간 사회에는 관념과 관습이 있다. 관념과 관습은 인간이 모여 사는 환경에 따라 다르고 시대에 따라 다르다. 동서양의 관념과 관습이 서로 다르고 중세시대의 관념과 관습은 지금과 많이 다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속한 사회와 그 시대의 관념과 관습에 젖어서 산다.
각각의 사람은 자기의 살아온 삶에서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한 것을 가지고 산다. 살아온
삶을 통째로 가지고 하나의 세계를 마음 속에 만들어 놓고 있다. 어린 시절 고향 산천도 담아놓고, 학창시절의 친구. 선생님. 학교 건물. 교실. 운동장…, 부모형제자매. 친인척, 갔던 장소, 읽었던 책… 삶에서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한 것을 모두 담고 그 세계 속에서 산다. 그리고 사람이 담아놓은 것은 삶에서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한 것밖에 모른다. 자기가 경험한 삶에서 한 치만 벗어나도 그것을 알지를 못한다. 우주에 비하면 티끌만큼도 되지 않는 협소한 세계를 가지고 그것이 다 인 것처럼 내세우고 산다.
창조주가 창조한 완전한 세상을 인간의 협소한 관념관습으로 인식하고 있다. 인간의 관념관습이 너무나 협소하고 하늘 뜻과는 거리가 있어 제대로 인식할 수가 도저히 없다. 천체를 알고 싶어 천문학을 만들고 자연을 알아보겠다고 생물학, 물리학, 화학, 지질학을 만들어 연구하고 인간 자신을 연구한다고 의학, 심리학도 만들어보고 이 세상의 원리를 알기 위해 철학을 만들었다. 그러나 인간이 협소하여 창조주가 창조한 세상이 완전한 줄을 모르고 자기중심적이어서 완전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다움을 잃었다. 만물의 어른으로서 만물을 살리는 삶을 살지 못하고 탐욕으로 가득 차서 만물만상을 죽이고 산다. 인간이 만든 제도에 묶이고 자기의 가진 세계에 갇혀 스스로를 속박하고 자유롭지도 못하다. 자기가 가진 협소한 세계가 전부인 줄 아는 오만함으로 무한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또 전부를 보지도 못하고 자기가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함을 모른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다움을 되찾으려면 자기중심적인 ‘나’를 벗어나야 한다. 협소한 ‘나’를 다 벗어나야 한다. 온갖 속박에 묶여 스스로 자유를 잃고 있는 ‘나’를 벗어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