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어머니가 먹을 것을 주면 형과 아우는 어느 것이 더 많은가, 어느 것이 더 맛있을까를 저울질하면서 서로 다툰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심부름을 시키려 하거나 일하는데 도와 달라고 하면 그 일을 해서 착하다는 칭찬을 듣고 귀여움을 받을까 아니면 동네 친구와 재미있게 놀까를 생각해 본다. 또 형제끼리 누가 더 엄마 아빠의 사랑을 더 받나를 놓고 저울질하여 시기하고 다툰다. 코흘리개 시절부터 계산하고 저울질한다.
초등학교 시절 교실 청소를 할 때도 무엇이 더 하기 편하고 쉬운지를 저울질하고, 선생님한테 칭찬받을 일, 좀더 드러나는 일이 무엇인지를 계산하는 수도 있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는 나한테 이익이 되느냐 아니냐, 득이 되느냐 아니냐 하는 것이 저울질의 중요한 기준이 된다. 무슨 일이 있을 때 그 일을 함으로써 나에게 돌아오는 반대급부(수입, 승진, 좋은 보직…)를 따져 보고 그 일을 할지 말지, 한다면 어느 정도, 어느 수준까지 할지를 저울질한다. 사람을 만나고 사귀는 데에도 그 사람이 나에게 득이 될지 아닐지, 또 득이 된다면 얼마나 득이 될지를 저울질해 보고 나서 친소(親疎;멀고 가까움)관계를 맺는다.
살면서 선택의 순간순간, 고비고비마다 계산하고 저울질하고 산다. 나한테 득이 되면 취하고 득이 되지 않으면 버린다. 학교의 선택도, 전공의 선택도, 또 직장의 선택도 저울질하여 결정하고 직장을 가지면 어느 선배가 유력한지를 살펴보고 유력하다고 생각되는 선배에게 줄을 선다. 직장 안에서 출세를 하려면 어느 보직이 좋은지, 편하게 있으려면 어느 분야가 좋은지, 경력관리를 위해서는 어느 어느 부서(部署)를 거치는 것이 좋은지 온갖 것들을 저울질한다. 일생의 반려자인 배우자를 선택할 때에도 당사자의 성품과 능력은 물론, 학력, 직장, 친구관계, 부모형제, 때로는 조상까지 따져보고 결정한다. 나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지를 저울질 하는데 물질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사람인지, 명예나 지위, 권세로 만족하게 해줄 사람인지를 저울질한다. 보다 더 저울질을 잘하기 위해 때로는 다른 몇 사람을 두고 이런 저런 점을 비교하기도 하고 그래도 미심쩍으면 점도 쳐 보고 사주팔자도 보고 무당을 찾기도 한다.
사람은 더 가지려고 저울질하고 더 이루려고 저울질한다. 더 좋은 것 가지려 저울질하고 더 큰 것 가지려고 저울질한다. 보기에 더 좋은 것, 듣기에 더 좋은 것, 향기가 더 좋은 것, 맛이 더 좋은 것, 느낌(촉감)이 더 좋은 것을 가지려고 끊임없이, 한없이 저울질하고 산다. 가지고 이룬 것이 모두 ‘허(虛;거짓)’이어서 항상 부족하고 항상 불만이다. ‘참(實)’을 가지지 못하여 허기(虛氣)져 있다. 어느 것이 허기를 더 채워줄지를 저울질하고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