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이 세다’는 말은 자기 생각이나 주장을 굽히지 않고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을 말한다. ‘틀이 세다’는 말도 같은 말이다.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사람은 자존심이 강하여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고 자기만이 옳다고 생각하고 또 남한테 지기 싫어서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며 억지를 부리는 것이다. 자기가 틀리고 잘못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자기 합리화를 하고 변명하기에 급급하다.
고집(固執)이라는 글자를 보면 집착이 굳어졌다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집착하는 마음이 있다. 자기자신에 집착하고 자기가 가진 물건, 자기가 가진 생각, 자기가 맺은 인연, 자기가 가진 자기만의 삶의 경험에 집착을 가져 그것이 전부이고 그것이 최고이고 그것만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60억이라는 인구가 있는데 모든 사람들이 자기만의 마음세계에 갇혀있다. 이 세상은 무한하고 그 무한한 속에 만상만물이 서로 어우러져 생겨나서 존재하고 살고 없어지는 가운데 온갖 조화로운 현상들이 일어난다. 그런데 사람이 경험하고 아는 것은 이처럼 무한한 세상과 만물만상과 현상에 비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먼지 하나만큼도 안 된다. 그리고 그 안다고 하는 것도 있는 그대로의 참 모습을 모르고 자기가 가진 관념관습으로 착색(着色)된 가짜를 알고 있다(같은 사물이나 현상을 보는데도 각자가 자기의 관념에 따라 다르게 본다).
그러니 사람이 자기가 가진 것, 경험한 것에 마음이 매여 있다면(그 좁은 것, 작은 것에 집착한다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그것에 매여 있으면 그것밖에 보이지 않고 그것밖에 들리지 않는다. 또 자기의 좁은 마음에 갇혀, 그것도 진짜가 아닌 가짜에 매여 진짜(참)를 보지도 듣지도 못하고 참을 이야기 해 주어도 받아들이지 못한다. 모든 사람이 장님이고 귀머거리다.
장님과 귀머거리 신세를 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러려면 자기의 좁은 관념과 관습을 다 버려 좁아빠진 마음세계를 벗어나야 한다. 그러면 눈이 트이고 귀가 열려 참을 볼 수 있고 참을 들을 수 있다. 좁아빠진 마음세계가 깨져 나가면 무한한 의식이 되어 참 자체가 된다. 일체를 다 품어 안고 있어 일체를 안다. 이렇게 자기의 관념관습을 버릴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하면 자기의 고집을 버리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실행하면 된다. 사람들은 오랜 세월을 그러한 방법이 없어 모르고 살아오다 보니 자기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나왔다 하여도 의심하고 망설이고 자기가 가진 관념으로 시비분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