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주의 뜻을 거스르고 살았다. 온 세상 만물만상이 나고 존재하고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모두 창조주의 뜻이다. 세상 만사도 창조주의 뜻으로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삶은 내 뜻으로 살았다. 내가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았다. 내가 욕심나면 취하고 그렇지 않으면 버렸다.
몸에 매여 살았다. 몸이 ‘나’라 생각하고 몸을 위하고 몸을 멋있게 가꾸고 몸의 건강을 위해 좋다는 것은 다 하려고 하였다. 몸을 편하게 하려고 궂은 일 피하고 힘든 일 피하고 더러운 것 피하고 귀찮으면 핑게 대고 하지 않았다. 몸이 사는 것이 아니고 의식이 사는 것임을 모르고 살았다. 몸은 의식이 현상계에서 드러나는 도구에 불과한 줄을 모르고 살았다.
성현의 말씀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아는 줄 착각하고 살았다. 마음이 어두워 알지 못하였고 마음에 때가 묻어 알지 못하였고 자기 마음세계에 빠져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있어 알지 못하였다. 이 세상 일이 아니고 저 세상 일이어서 알지 못하였다. 무한한 성현의 말씀을 좁아빠진 자기세계 속에 빠져있어서 알지 못하였다.
성현의 말씀을 믿는 척하며 살았다. 얼마 전 신문에 테레사 수녀가 신부님에게 보낸 편지에서 50 년 동안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싶어 했는데 보지도 듣지도 느끼지도 못하여 번민에 빠져 있었음을 하소연하였다는 기사가 실렸었다. 테레사 수녀는 하나님 말씀을 실천하며 초인적(超人的)인 삶을 살아온 성녀(聖女)이다. 테레사 수녀가 그러할 진데 나 같은 잡인(雜人)이야 더 말할 나위가 있었겠는가.
경전의 말씀대로 살지 못하였다. 경전의 말씀을 보고 듣고 ‘아, 참으로 지당한 말씀이구나’ ‘정말 좋은 말이구나’ 하였지만 그렇게 살지 못하였다. 보고 듣고 이해하여 알기만 하였지(제대로 알지도 못하였지만) 실제의 삶은 그와 같이 살지 못하였다. 왜 그렇게 살지 못하였는지, 어떻게 하면 그렇게 살 수 있는지도 모르는 체 ‘인간이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나.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려고 열심히 노력하면 되지’ 하고 살았다.
경전의 말씀대로 사는 것은 고사하고 경전의 말씀을 어기면서 살았다. 어기며 살면서도 안 그런 척하였고 그렇게 삶을 사는 자기를 스스로 합리화하고 자위하면서 살았다. 뼈저리게 후회한 적도 가슴 깊이 반성한 적도 진실로 참회한 적도 없었다.
거짓된 삶이었다. 무지몽매(無知蒙昧)한 삶이었다. 허망(虛妄)한 삶이었다. 꿈 속을 헤매는 삶이었다. 꿈을 깨면 없는 것이듯이 없는 삶을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