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기가 지어놓은 마음세계(거짓 세상) 속에 살고 있어 참 세상을 보지도 듣지도 못한다. 참 세상의 일을 누가 이야기해 주어도 듣지도 알지도 못한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필름에 담듯이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원래 있는 세상을 찍어서 마음에 담는다. 하늘과 땅과 수많은 별들 - ‘온 우주’를 찍어서 마음에 담아놓는다. 또 태어나서 ‘살아온 삶’을 온통 다 찍어서 담고 있다. 삶의 배경(장소 : 고향산천, 초.중.고.대학건물, 직장, 여행 갔던 곳…), 인연(부모형제자매, 친인척, 친구, 직장동료…), 살아온 사연(공부하고 놀던 사연, 사랑했던 사연, 시기질투 했던 사연…), 추구했던 일(명예, 권세, 학식, 희망…) 등 살아온 삶 일체를 찍어 담고 있고 현재도 찍고 있다. 오감(五感)으로 인식하는 순간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촉감으로 느낀 것을 모두 찍어 담는다. 지난 사연을 떠올리면 마음에 찍어놓은 사진이 보이는데 그 ‘사진 속에’는 그 때의 장소, 인연과 함께 내 모습도 있다. 마찬가지로 현재 이 순간도 얼마 후에 보면 현재의 상황이 그대로 사진 찍혀있을 것이다. 이것은 지금까지 ‘사진 속’에서 ‘사진의 존재’로 살아왔고 현재도 사진 속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사람은 태어나기를 사진 속에서 태어났고 지금까지 살면서 사진 속에서만 살아왔다. 한번도 사진세계를 벗어난 적이 없다.
그런데 경치 좋은 곳에 놀러 가서 카메라로 찍어 사진첩에 담아놓은 사진은 가짜이다. 진짜는 그 때 놀러 가서 사진을 찍었던 그 곳이 진짜이다. 마찬가지로 원래 있는 세상이 진짜이고 눈(五感)으로 찍어서 마음에 담아놓은 것은 가짜이다. 가짜는 허상이고 없는 것이다. 사람은 원래 ‘있는’ 진짜 세상에서 살지 않고 ‘없는’ 가짜인 사진세상(마음세상)에서 사진인 ‘나’(가짜, 허상)가 자기중심적으로 살고 있다. 그래서 사람은 진짜인 세상을 알지 못하고 가짜인 사진세상밖에 모른다. 진짜인 세상을 이야기해 주어도 가짜인 사진 세상에 가리워져 있어 눈이 있지만 보지 못하고 귀가 있지만 듣지 못한다. 사람은 장님이고 귀머거리이다.
만일 사람이 사진세계와 ‘나’를 버릴 수 있다면 사진세계를 버린 만큼, ‘나’를 없앤 만큼, 참이 드러나 참이 보이고 참의 말이 들릴 것이다. 장님의 눈이 트이기 시작하고 귀머거리의 귀가 열리기 시작한다. 사진세계와 사진인 ‘나’를 없애지 않고는 절대로 참을 보고 들을 수가 없다. 따라서 참을 말하지도 못한다. 마음에 담아놓은 거짓(사진세계)밖에 말하지 못한다.
마음에 담아놓은 가짜인 사진세계(마음세계)를 하나하나 찾아서 다 없애고 가짜인 자기마저 다 없애면 진짜인 참의 세상만 남아 참의 존재로 살게 된다. 가짜인 사진세계를 벗어나서 참의 존재로 거듭나 참의 세상 산다. 참의 존재는 참의 세상과 하나인 참 세상 자체이어서 세상 일체를 다 알고 다 가진다. 보이는 대로 그냥 보고 들리는 대로 그냥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