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골목길에서 산책을 하다가 목줄이 풀려 갑자기 뛰쳐나온 사나운 개에게 물렸을 때 개한테 물린 상처를 치료하고 광견병 예방처치를 받으면 치료가 끝나지만 그 후에도 심장이 두근거린다든지 숨이 고르지 못하고 가빠지는 것과 같은 불안에 시달리기도 한다. 세월이 많이 흘러 그러한 증상이 없어진 것 같지만 어느 날 갑자기 집에서 골목길로 뛰쳐나온 개와 마주치면 다시 심장이 멎는 것같이 느껴지고 숨이 턱 막힌다.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경우 외상과 내상을 치료하고도 후유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증상은 개에게 물리거나 교통사고를 당하면 육체도 다치지만 마음도 상처를 입는다. 육체의 상처를 치료하여 상처가 아물어도 상처받은 마음이 치료되지 않은 채로 남기 때문에 후유증에 시달리게 된다. 상처받은 마음을 깨끗이 정리하면 불편하던 몸이 씻은 듯이 낫는다. 세상에서는 심리치료도 받고 산 좋고 물 좋은 경치 좋은 곳에서 요양을 해서 상처받은 마음을 달래기도 한다. 약간의 효과는 보지만 상처받은 마음이 근본적으로 치유되기는 어렵다.
육체가 아프면 아픈 마음이 생긴다. 그 아픈 마음을 찾아서 버리면 아픈 육체도 잘 낫는다. 또 마음이 아파서 육체가 아프기도 한다. 살면서 아픈 마음이 무수히 생긴다.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 믿었던 사람의 배신, 범죄의 피해자, 사업의 실패… 로 일어난 억울한 마음, 원통한 마음, 분한 마음, 피해의식, 죄의식, 초조한 마음, 수치스러운 마음, 부끄러운 마음, 양심의 가책, 부담스러운 마음… 이러한 아픈 마음을 찾아서 버리면 마음 때문에 아픈 육체도 치유된다. 아픈 마음은 오감으로 인지할 수가 없기 때문에 아픈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가 없다. 마음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또 그 마음을 버릴 수가 없다. 버리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저 막연하게 깊은 산 속에서 휴양하면서, 또는 신앙의 방법으로 마음을 가라앉히고 체념하고 억누르고 망각하려고 애쓸 뿐이다.
마음과 몸의 관계가 이러한데 병이 나면 아픈 ‘몸’의 치료에 그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몸을 치료하기 위해 (보)약(補藥)을 먹으면 아픔을 일시 이기고 견딜 수 있는 힘이 몸에 생기겠지만 아픈 ‘마음’은 치료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있다가 약의 효력이 떨어져 몸이 약해지면 남아있는 아픈 마음이 다시 몸을 아프게 한다(發病한다). 따라서 아픈 마음을 없애지 않고는 근치(根治)를 기대하기 어렵다.
사람은 살면서 병을 피할 수 없다. 이 피할 수 없는 병들은 인간이 ‘지어놓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인간이 ‘지어놓은’ 이 마음이 세포 하나하나를 더럽혀 놓아 병을 일으킨다. 따라서 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려면 마음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인간이 ‘지어놓은’ 이 마음은 원래는 없는 마음이다. 세포 하나하나를 더럽히고 있는 원래는 없는 이 마음을 다 없애면 본성이 회복되어 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