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태어나 살면서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한 것들을 모두 마음에 담고 그것에 매여 산다. 온 세상(우주,별, 태양, 달, 지구)과 온 삶(장소, 사연, 인연)을 마음에 담아놓고 자기에게는 마음에 담아놓은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기 때문에’ 그것에 집착하고 산다. 또 마음의 상처(원망, 한, 창피, 속상함…)를 잘 잊지 못하는 것도 ‘가장 소중한’ 자기가 입은 상처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마음에 온갖 것을 담고 자기의 기준잣대를 가지고 자기중심적으로 산다.
남편은 아내에게 자기가 원하고 기대하는 대로 해주기를 바라고 반대로 아내는 자기가 바라는 것을 남편이 해 주기를 기대한다. 부모자식간에도 부모는 자식에게, 자식은 부모에게 바라는 대로 해주기를 원한다. 또 친구에게도, 직장 동료에게도 상대방이 자기에게 맞추어 주기를 바란다. 상대방이 그렇게 해주지 않으면 서운해하고 토라지고 돌아서기도 한다.
내 물건은 행여나 다칠까 조심해서 다루지만 남의 물건은 덜 조심하고 막 다룬다. 내 차가 긁혀있으면 속상해 하지만 남의 차가 긁혀있는 것을 보면 대수롭지 않게 보고 지나친다. 내 아이가 동네아이들과 놀다 다치면 속상해서 상대 아이를 야단치면서 남의 아이가 다치면 ‘아이들이 놀다가 그럴 수도 있지 그걸 가지고 뭘 그렇게 야단일까’ 한다.
내가 좋은 일이 있어 즐거우면 궂은비도 나를 축복해준다 하고 내가 슬플 때는 촉촉히 내리는 봄비를 보고 하늘이 슬픈 내 마음을 알고 비를 내린다 한다. 슬플 때는 새가 ‘슬피 운다’ 하고 즐거울 때는 같은 새 소리를 듣고 새가 ‘즐겁게 노래 부른다’ 한다.
산 속의 나무도 숲 속의 다람쥐도 모두 자연의 섭리대로 그냥 사는데 사람이 온갖 관념을 가지고 살 듯 동식물도 그렇게 사는 것처럼 바라본다. 호랑이는 섭리대로 토끼를 잡아먹고 또 토끼는 섭리대로 잡아 먹힐 뿐인데 사람들은 토끼를 불쌍해 하고 호랑이를 나쁘다 한다. 악어와 악어새는 생겨날 때부터 그렇게 살도록 되어있어서 섭리대로 살 뿐인데 사람들은 악어와 악어새가 서로 돕고 산다 하고 의미를 부여한다.
성현이 ‘참 세상(진리 세상)’에 관하여 말해주어도 ‘인간세상’밖에 모르는 인간은 성현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인간의 관념으로 받아들인다.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주는데도 인간은 자기의 삶에 매여서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나? 죽을 때까지 그렇게 살려고 꾸준히 노력하면 되지’ 한다. 또 ‘인간세상’과는 전혀 다른 ‘참 세상’의 일을 인간세상의 관념으로 인간 편의적(인간중심적)으로 해석한다. 사람은 모든 것을 있는 대로 보고 듣지 못하고 인간이 가진 관념(마음)으로 덧칠을 해서 보고 듣는다. 그러니 있는 대로의 것(진짜)이 아닌 덧칠이 된 것(가짜)을 보고, 경전도 덧칠이 된 것을 받아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