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신앙생활을 했지만 주신 말씀을 참 안들었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고 하였지만 참으로 사랑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눈치도 보고 계산도 하면서, 망설이기도 하면서 사랑하는 시늉을 하였다. 그것도 가끔 마음이 내킬 때 나를 위해서였다. 그렇게 하면 죽어서 천국에 갈 수 있으려니 하고. 그러니 단 한 번도 이웃을 내 몸같이 사랑한 적이 없었다.
원수를 사랑하라고 하였지만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나’ 하고 원수 사랑하기를 처음부터 포기하였다. 나와 견해를 달리하기만 하여도 그것을 마음에 오래도록 담아두었다. 여러 사람 앞에서 창피라도 당하면 ‘두고 보자’고 벼르면서 혼내줄 때를 이를 갈며 기다린 적도 있지 않았는가.
오른 뺨을 치거든 왼뺨도 내어 주라고 하였지만 오른 뺨을 맞는 순간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버럭 화를 내었다. 심지어는 나에게 잘못이 있을 때조차도 변명하고 항변하였다. 잘못이 없을 때는 더 말할 나위가 있었겠는가.
옷을 벗어달라고 하거든 다 벗어 주어라고 하였지만 한 벌도 벗어주지 않았다. 오래 되어 더 이상 입지 못할 옷을 준 적은 있지만. 그것은 준 것이 아니고 버린 것이었다. ‘입고 있는’ 옷을 벗어주라고 하지 않았는가.
내일 일 걱정하지 말고 그냥 살라고 하였지만 늘 내일을 걱정하고 살았다. 학생 시절에는 장차 치러야 할 상급학교 입학 시험을 걱정하고 졸업 후 취업을 걱정하고, 결혼을 걱정하고, 노후 대책을 걱정하고… 걱정이 끊인 적이 없었다.
마음으로도 간음하지 말라 하였지만 얼마나 많이 마음으로 간음하였는지 모른다. 마음으로 하였기 때문에 아무도 모른다고 자위하면서. 그러나 내 양심이 그것을 알고 있고 아니 계신 곳이 없으신 그분도 당연히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해 주라고 하였지만 작은 일조차도 진심으로 용서해 준 적이 없었다. 겉으로 문제를 삼지 않았을 뿐이고 속으로는 그 사람을 볼 때마다 그 일을 떠올리고 유쾌하지 못하였다. 상대방의 큰 잘못은 그 사람을 볼 때마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크든 작든 나에게 잘못한 사람은 함께 자리하기가 거북스러웠다. 겉으로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