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깨어있으라고 하였지만 지금의 상태가 어떠하고 왜 깨어있어야 하는지, 무엇에서 깨어나야 하는지, 깨어 있다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도 잘 몰랐다. 그리고 깨어있을 수가 없기 때문에 깨어나기 위해 죽을 때까지 열심히 노력하면 되겠지 하고 생각하였다. 그분은 언제 올지 알 수 없기 때문에 (1분 후에, 아니 1초 후에도 올 수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부터 깨어있으라는 말인데도 그 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였다.
하나님과 하나 되라 하였지만 하나되지 못하였다. 하나가 되어야 할 하나님의 존재를 알지 못하였으니 근본적으로 하나가 될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하나님과 하나가 되기 위해서는 하나가 되지 못하고 하나님과 대립하고 있는 존재, 하나님을 가리고 있는 존재(그래서 죄인이다)인 ‘나’가 다 바쳐져서 없어져야 하는데 끝까지 ‘나’를 부여잡고 있었다. 그 ‘나’를 더 튼튼하게 살리고 키우고 있었다.
죽어서 거듭나지 않으면 천국에 갈 수 없다고 하였다. 죄인이 죽어서 죄 없는 자로 거듭나야 한다는 말이므로 죄인인 나는 다 바쳐져서 없어져야 할 존재인데 그 죄인이 잘 살려고 하였고 자식이 잘 되고 하는 일이 잘 되고 부자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였다. 죄인의 행복을 빌었고 죄인이 더 강해지고 더 커지게 해 달라고 빌었다. 하나님께 다 바쳐서 없어져야 할 죄인임을 솔직히 인정하고 그 죄인을 없애달라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어야 마땅함에도 죄인인 ‘나’를 위해서 빌고 또 빌었다.
죽은 자의 일은 죽은 자에게 맡기라 하였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였다. 죽은 자를 잊지 못하여 연연하였고 죽은 자의 일에 매여서 산 자의 일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산 자가 참으로 살기 위해서 해야 할 일도 소홀히 하였다.
처자와 전토를 버리고 자기의 십자를 지고 나를 따르라 하였지만 그 말뜻을 제대로 알지 못하였고 따라서 처자도 전토도 고스란히 가지고 십자가를 지지도 않았다. 십자가를 지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도 몰랐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였지만 하는 일마다 했다는 마음을 가지고 그것을 내세우려 하였고 남이 알아주기를 바랬다.
귀머거리에 장님인데도 귀머거리인 줄도, 장님인 줄도 몰랐다. 없는 꿈 속에 있으면서도 꿈꾸고 있는 줄을 몰랐다. 꿈 속의 존재는 생명이 없기 때문에 생명 있는 존재로 깨어나야 함을 몰랐다. 어떻게 하면 깨어날 수 있는지 구하지도 두드리지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