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는 때가 있다. 물질이 창조된 때가 있었고, 인간이 출현하여 미신과 신화를 만들어 신을 받들던 때가 있었고, 성현이 출현하여 세상과 인간이 완성되는 때를 예언한 때가 있었다. 그러면 그 예언이 실현되는 때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서양 학문의 원조인 소크라테스에 이어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등 현인들이 나타난 것은 대략 기원전 삼천 년을 전후한 때이다. 동양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현인들이 나타났다. 공자, 맹자, 순자, 노자, 장자 등 제자백가(諸子百家)가 나타난 것도 기원전 삼천 년 무렵이다. 서로 약속이나 한 듯이 같은 무렵에 동서양에서 숱한 현인들이 출현하였다. 그들은 자연과 인간 자신에 대한 인지를 넓혀주었다.
인도에 석가모니가 나타난 것도, 나자렛에 예수님이 나타난 것도 비슷한 무렵이다. 그리고 두 성현이 보여준 삶과 전해준 말씀이 너무나 유사하다. 요즘과 같이 교통이나 통신수단이 발달하여 서로 의사 소통을 한 것도 아닌데 비슷한 시기에 출현하여 비슷한 가르침을 주었다. 성현들은 인간과 만물만상의 근원을 일깨워 주고 그 근원인 존재가 와서 인간과 세상을 완성하는 때가 올 것임을 알려주었다. 그 때가 오면 있다가 없어지는 미완성의 존재가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永生 = 生死一如의) 완전한 존재로 완성될 것임을 예언하였다.
무한한 우주에 존재하는 만물만상이 나서 살고 사라지는 일체는 신의 섭리에 의한 것이고 일체가 필연이다. 우연이란 없다. 그리고 한 치의 오차도 없다. 또 무한한 우주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현상도 일체가 필연이고 한 치의 오차도 없다. 뿌린 대로 거두고 인(因)에 의한 과(果)가 있음에는 예외가 없다.
따라서 현인들이 나타나는 것도 성현들이 출현하는 것도 모두 우주의 때가 되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필연적으로 오게 되어있는 일들이다. 마찬가지로 근원인 존재가 올 때가 되면 그 존재가 반드시 올 것이다.
성현들이 예언한 마지막 심판의 날과 완전한 깨달음을 얻는 때는 언제일까? 언제일지 모르는 그 때가 오면 깨어 있는 자는 때가 왔음을 알 것이고 깨어있지 못한 자는 모를 것이다. 죄업이 두터운 자, 마음에 때가 끼어 어두운 자는 때가 와도 알지 못할 것이다. 한편 자기가 그리고 있는 근원인 존재는 영원히 기다려도 오지 않을 것이다. 내가 그리고 있는 존재는 거짓된 망념의 존재이고 허상이기 때문이다. 또 그러한 존재를 그리고 있으면 그리고 있는 존재에 매여서 근원인 존재가 실제로 와도 알아보지 못한다. 근원인 존재가 언제 어떠한 모습으로 오느냐 하는 것은 근원인 존재의 문제이지 인간이 이렇다 저렇다 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