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는 많이 아는 사람을 대접해 준다. 그래서 많이 아는 사람은 부와 명예와 권세를 가진다. 그러니 저마다 많이 알려고 분주하다. 많이 배운 사람들은 모든 것을 다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내세우고 권위의식에 사로잡혀 상응하는 대접을 받으려 한다. 아는 것을 내세워 사람 위에 군림하고 적게 아는 사람을 깔보기도 한다. 오만(傲慢)해 져서 하늘 높은 줄 모른다. 많이 아는 사람과 적게 아는 사람은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인줄 모른다.
인간이 이 땅에 나타난 이래로 많은 지식을 축적해왔다. 인간이 사는 바깥 세상을 알고자 여러 학문을 발전시켜왔다. 무한한 우주를 알고자 천문학을 만들어 천체와 우주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관찰하였다. 인공위성을 쏘아 올려 우주 탄생의 비밀을 캐고 인간과 같은 고등생명체를 찾아 나서기도 한다. 자연의 원리를 알고자 물리화학을 만들고 지구를 알고자 지질학과 지리학, 해양학, 기상학을 만들었다. 지구에 사는 생명체를 알고자 동식물학과 미생물학을 연구한다. 인간 자신을 알고자 하는 학문으로는 의학과 심리학이 있고 철학이 있다. 또 인간이 만든 사회를 알고자 사회학이라는 것도 만들었다. 한편 이렇게 아는 것을 토대로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것들을 개발해왔다. 이제는 더 나아가 아는 데 그치지 않고 생명체의 복제와 합성제조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다. 그 결과 발전한 문명의 열매로 인간은 풍요로움과 안락함을 누리게 되었다.
이렇게 오랜 세월 동안 끊임없이 아는 것을 축적해왔지만 아직도 모르는 것이 더 많다. 길가에 나 있는 풀 한 포기의 성분 중 밝혀진 것은 밝혀지지 못한 것의 몇 십 분의 일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의 몸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최첨단 의료 장비로도 인체의 수많은 현상과 조직을 다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사람의 정신에 관한 것도 밝혀낸 것보다는 밝혀내지 못한 것이 훨씬 많다. 무한한 우주에 관해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가장 멀리, 가장 넓게 볼 수 있는 허벌 천체망원경으로도 실제로 존재하는 천체의 수천억, 수조…..분의 일밖에 보지 못한다. 우주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현상들은 또 어떠한가? 인간이 경험한 것은 너무나 미미하여 차라리 경험한 것이 없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온통 모르는 것 투성이다. 인간을 비롯한 만물만상의 존재론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완벽하게 무지(無知)하다. 막연히 신의 영역으로 치부하고 만다.
사람은, 아는 것이 많은가, 모르는 것이 많은가? 아는 것은 거의 없고 온통 모르는 것 투성이다. 모든 사람이 그러하다. 예외가 없다. 일반 세상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훌륭한 학자도, 위대한 예술가도, 신심(信心) 깊은 성직자도 다 마찬가지다. 또 조금 알고 있는 것조차도 관념의 허상일 뿐이다. ‘참’을 모른다. 그러한데도 스스로 많이 안다고 착각하고 있다. 모두가 오만(傲慢)과 편견(偏見)에 사로잡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