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들은, 육면(六面)이 막힌 시멘트 블록에 갇혀 밝은 햇볕 쬐지 못하고 하루 종일 그늘에서 지낸다. 맑은 바람 모르고 혼탁한 공기 숨쉰다. 맑은 물 사서 마시고 흐린 물 정화하여 그 물 마시고 산다. 흙 한번 밟지 못하고 아스팔트 밟으며 산다. 오염된 공기 때문에 밤하늘의 별빛 못 보고 산다. 빨리 빨리 서두르며 정신(精과 神) 없이 산다. 땅 한번 내려다보고 하늘 한번 올려다 볼 틈도 없이 산다. 남보다 앞서야 하고 경쟁해서 이기려 하며 산다. 자기만 알고 산다. 자기 가족만 알고 산다. 땀 흘려 일하려 하지 않고 안락함 즐기려 한다. 힘든 일 피하고 편하려고 한다. 편해 지고 나면 더 편하려고 한다. 될 수 있으면 일 적게 하고 안일하게 살려 한다. 옳다 그르다, 좋다 나쁘다 시비(是非)하고 산다. 이것이다 저것이다, 이렇다 저렇다 분별(分別)하고 산다.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 구분짓고 산다.
어떤 사람들은, 오감(五感)이 좋아하는 것 추구하며 산다. 혀 - 감미로운 맛, 눈 - 아름다운 색깔과 모양, 코 - 아름다운 향기, 귀 - 듣기 좋은 소리, 피부 - 부드러운 촉감. 그 추구에 끝이 없어 더 맛있는 것, 더 아름다운 것, 더 향기로운 것, 더 듣기 좋은 소리, 더 부드러운 것을 구하고 또 구하고 끊임없이 구하고 산다. 더 큰 것, 더 높은 것, 더 긴 것, 더 빠른 것, 더 많은 것, 더 강한 것...있는 대로 먹고 살면 될 것을 더 좋은 것 구하다 보니 있는 대로 먹고 살지 못한다. 있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한다. 자연에 없는 것 만들어 욕심 채우고 산다. 자연에 있는 것 변형시켜 가지고 산다. 자연을 괴롭히고 부수고 산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저것에 매여 산다. 흘러간 과거에 매이고 오지도 않은 미래에 매여 산다. 사람에 매이고 세상사(世上事)에 매여 산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 만들어 그것에 매여 산다. 돈 만들어 돈에 매여 살고 이념(理念) 만들어 이념에 매여 산다. 온갖 것에 매여서 집착하며 산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 관념 속에 갇혀 산다. 살아온 만큼 경험하며 담아온 것 - 그것이 전부인 줄 알고 산다. 그 관념 좁은 줄 모르고 다 안다 하고 산다. 자기 기준, 잣대로 온갖 것 재고 산다. 그 기준에 맞으면 옳다고 받아들이고 맞지 않으면 배척한다.
어떤 사람들은, 번뇌 짓고 산다. 이 생각 저 생각에 밤잠 설치고 오락가락하는 마음에 시달리며 산다. 내 마음 나도 몰라 모르는 그 마음에 끄달리며 산다.
어떤 사람들은, 불안 안고 산다. ‘나’라는 존재 모르니 존재론적(存在論的) 불안을 가슴 깊이 품고 산다. 끊임없는 의문 의심 가지고 산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몰라 항상 알려 하며 산다. 알 수 없는 두려움에 불안 속에서 산다. 삶과 죽음 몰라서 두려워하며 산다.
어떤 사람들은 무지(無知)하고 무지(無智)한데도 그러한 줄 모르고 산다. 바름이 없는데도 바르다고 생각한다. 잘 살지 못하는데도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진리를 알지 못하면서 진리를 말하고 다니고 진리를 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