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일에 자존심이 상하여 태양 주위를 돌고 싶어 할 지 모릅니다. 그리고 지겨워서 쉬고 싶을 지 모릅니다.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만 흐르는 것이 재미가 없어 한번쯤 낮은 곳에서 위로 흘러보았으면 하고 엉뚱한 생각을 할 지 모릅니다. 그리고 경치 좋은 호수에 머물고 싶어하고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얼음이 되고 싶지 않다고 발버둥칠지 모릅니다. 하늘 높이 구름이 되어 떠돌다가 새하얀 눈이 되어 내리는 것이 재미있어 그대로 머물고 싶어할지 모릅니다. 흙탕물이 흘러 들면 눈살을 찌푸리며 더러운 흙탕물하고는 섞일 수 없다고 떼쓸지 모릅니다. 산골짜기를 흘러내리다 좀 전에 지나온 아름다운 경치를 그리워하고 바위가 물길을 막으면 바위를 밀어내려고 애쓸지도 모릅니다.
토끼가 호랑이에게 원한을 품고 힘을 길러서 언젠가는 호랑이를 혼내주겠다고 벼를지 모릅니다. 그리고 풀만 먹어서 지겹다고 고기를 먹겠다고 나설지 모릅니다.
곰이 하늘 높이 나는 독수리가 부러워 한번 날아보겠다고 천길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릴지 모릅니다. 또 하얀 눈 덮인 겨울 산을 마음껏 뛰놀고 싶어 겨울잠을 포기할지도 모릅니다.
바다에서는 아무것도 겁날 것이 없는 상어가 아프리카 초원을 내달리며 포효하는 사자를 시샘하여 바다에서 아프리카 초원으로 펄떡 뛰쳐나가고 싶어할지도 모릅니다.
지렁이가 마음이 있다면 지네처럼 수많은 발을 가지고 잽싸게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고 싶어할지 모릅니다. 그리고 항상 어둡고 습하며 차가운 땅 속이 싫어서 햇빛이 내리쬐어 따뜻한 바위 위에서 한숨 늘어지게 낮잠을 즐기고 싶을지 모릅니다.
단풍나무가 마음이 있다면 한겨울 하얗게 눈 덮인 산에서 추위를 견뎌내며 푸른 잎을 가지고 꿋꿋하게 서있는 향나무가 부러워 가을에 단풍 든 잎을 떨구지 않으려고 안간 힘을 쓸지도 모릅니다.
사람의 마음은 원래는 없는 것인데 살면서 지어놓은 것으로 순리를 거스르게 합니다. 만물만상이 사람처럼 마음을 가진다면 세상의 조화가 다 깨져서 엉망이 될 겁니다. 사람은 순리를 거스르는 마음을 가져 사는 삶이 고해(苦海)이고 번뇌가 죽 끓듯 하고 짐 지고 삽니다. 사람이 가진 마음을 다 닦아 없애면 온 세상 만물만상과 조화를 이루며 세상과 하나되어 순리(順理)로 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