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유상종이라는 말은 비슷한 성향끼리 잘 어울린다는 말이다. 만물은 성질이 유사한 것끼리 모이고 만물은 무리를 지어 나뉘어 산다.
벌레는 벌레끼리 놀고, 동물은 동물끼리 논다. 또 하늘을 나는 새는 새끼리 놀고 땅을 뛰노는 짐승은 짐승끼리 놀고 물고기는 물고기끼리 논다. 식물도 같은 종끼리 군락을 이루어 무리를 지어 산다. 호랑이는 호랑이와 놀고 토끼는 토끼끼리 논다.
만일 카사노바가 목사나 신부 같은 성직자와 같이 지낸다면 무언가 불편하고 어색하여 서로 오래 견디지 못할 것이다. 카사노바는 자기 취향에 맞는 여인이나 자기와 같은 바람둥이 남자와 같이 지내면 가진 마음이 비슷하여 서로 말이 잘 통하고 마음도 편하고 신이 날 것이다. 또 성직자는 같은 성직자나 신앙인과 함께 있으면 신앙의 삶을 나누기도 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지낼 수 있을 것이다.
도둑질을 일삼고 사기치기를 밥 먹듯 하는 사람이 근엄하고 정직한 교육자와 같이 고속버스 옆자리에 앉아 여행을 한다면 서로 견디지 못하고 자리를 옮겨 앉든지 눈을 붙이고 잠을 청할 것이다. 도둑이나 사기꾼은 가진 마음이 비슷한 거짓말쟁이와 같이 있으면 도둑질하고 사기친 무용담을 주고 받으면서 희희낙락하며 즐거워할 것이고 교육자는 정직하고 곧은 사람과 같이 있으면 편할 것이다.
맹수와 독충이 우글거리는 험하고 깊은 산 속에서 길을 잃은 흉악한 범죄자와 경찰관이 우연히 만났다. 혼자서는 도저히 위험한 산 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면 상종(相從)하여 서로 힘을 합할 것이다. 위험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공동의 이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험을 벗어나고 나면 그 마음이 서로 달라서 상종(相從)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종교와 인종, 그리고 이념에 따라 유유상종한다.
사람이 유유상종하는 것은 사람이 가진 마음이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이다. 자기중심적이기 때문에 자기의 마음과 비슷한 사람끼리만 어울리려 한다. 또 유유상종하는 것은 마음이 크지 못하고 작기 때문이고 마음이 닫혀있기 때문이다. 유유상종하는 마음은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마음이어서 서로 갈라지게 하고 공존(共存)을 어렵게 하는 마음이다. 이렇게 자기중심적으로 닫혀있으며 작고 좁은 마음을 다 벗어난다면 크고 넓고 열린 마음이 되어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을 다 포용하고 만물만상을 다 끌어안을 수 있을 것이다. 종교와 인종, 그리고 이념을 넘어서 모두가 하나인 세상이 될 것이다. 온 세상이 하나로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