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불완전한 존재이어서 언제인가 반드시 죽기 때문에 완전하고 죽지 않는 존재(전지전능하고 영원 불변한 존재)를 갈망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영원한 존재를 찾아 헤맨다. 그들이 찾는 영원한 존재는 그 사회집단의 시대상이나 문화와 가치가 투영(投影)되어 ‘그려졌다’.
아주 오랜 옛날, 사람들은 나이를 짐작도 못할 만큼 긴 세월을 살아온 아름드리 큰 나무가 영원히 산다고 생각하여 신으로 받들기도 하고 구름을 뚫고 하늘 높이 솟은 영산(靈山)에 있는 거대한 바위나 천길 폭포가 영원 불변한 신이라고 믿기도 하였다. 그러한 신들은 사람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주제(主祭)하며 죄지은 인간을 벌주고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인지(人智)가 발달하여 사물이나 짐승이 신이 아니라고 알게 되고 도구를 사용하여 나무나 쇠와 돌을 다룰 줄 알고부터는 자기들이 바라는 모습대로 신을 만들어 받들었다.
또 어떤 때에는 신을 창조하였다. 그리스나 로마의 신화에 나오는 인간을 닮은 신들, 세계 각 나라에 전해오는 신화나 설화의 신들은 모두 인간의 바램이 만들어낸 신들이다.
인간의 모임이 조직화 되면서부터는 집단의 우두머리가 신의 대리인으로 신처럼 행세하거나 신 자체로 받들어지기도 하였다.
현대에도 사람들은 신을 믿는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본적도 없는 신의 존재를 ‘신은 이러할 것이다’ ‘신은 이러해야 된다’ 하고 자기가 기대하고 바라는 신을 믿는다. 이러한 신은 인간의 생각(관념)으로 그려낸 신이다. 관념의 우상(偶像)일 뿐이다.
인간은 옳은 신을 믿어본 적이 없다. 모두 신 아닌 것을 신으로 받들어 모셨다. 실재(實在)하는 참 신이 아닌, 있지도 않은 허상의 신(가짜 신)을 믿어왔다. 인간이 믿어온 신은 모두 인간의 관념이 빚어낸 신이다. 인간의 관념은 현상계(現象界)인 물질세계에서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한 것에서 형성된 것이다. 그리고 어느 한 사람도 예외 없이 관념 속에 갇혀있고, 관념에 매여있다. 어떠한 방법으로도 인간은 그 관념을 벗어나본 적이 없다. 그런데 신은 인간의 관념을 넘어선(벗어난) 존재이다. 신과 신의 세상을 말해 주어도 물질세상의 관념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알아듣지 못한다. 그러므로 사람이 바라고 기다리는 신(관념의 신)은 오지 않는다. 사람은 관념으로 바라고 기다리는 신에 매여있어서 참 신이 와도 알아보지 못하고 말해주어도 알아듣지 못할 것이다. 사람은 스스로 갇혀있는 관념을 다 부수어 없애서 관념을 벗어나지 않고는 참 신을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