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국 화과산에 있는 큰 바위에서 태어난 손오공은 신선으로부터 72가지 도술과 구름 타는 법 등을 익히자 용궁에 가서 여의봉을 빼앗고 천궁에서는 선단을 훔치고 옥황상제가 되겠다고 소란을 피웠다. 이에 부처님이 ‘내 손바닥을 벗어나면 소원을 들어주고 그러지 못하면 벌을 주겠다’고 하자 손오공은 근두운을 타고 수 만리를 날아갔다. 그곳에서 구름 위로 높이 솟은 기둥을 발견하고는 기둥에 ‘손오공 다녀가다’라고 쓰고는 부처님한테 자랑을 하였다. 그런데 자기가 쓴 글씨가 부처님 손가락에 씌어있는 것을 알았다. 결국 손오공은 수 만리를 날았지만 부처님의 손바닥을 벗어나지 못하였다.
시공(時空=時間과 空間)은 현상계(現象界=物質世界)의 관념이고 개체적인 관념이다. 부처님 세상은 현상계의 관념 너머의 세상이고 부처님은 현상계의 관념을 넘어선 존재이다. 부처님은 물질을 넘어선, 물질 이전의 존재이다. 물질의 상이 상 아님을 알 때(만물만상의 근본을 알 때) 비로소 알 수 있는 존재이다(相이 相 아님을 알 때 如來를 본다는 말이 이 말이다). 부처님은 시공을 초월한 존재로 현상계 이전의 존재이다. 부처님은 비물질 실체로 만물만상의 근본으로 만물만상 일체가 그 안에 있다. 만물만상을 다 품고 있어 그냥 하나인 존재이다. 그러므로 부처님은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하다. 부처님은 근본인 전체이다. 비물질 실체이고 근본인 전체이어서 시공이 없다. 개체의 관념을 벗어난 존재이다.
사람은 물질세계에서 개체의 관념에 갇혀있다. 그 관념은 삶에서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한 것이 전부이다. 사람은 그것(개체의 관념)에 국한된 존재이다. 그러니 근본이고 전체인 존재를 알 수도 없고 전체인 근본을 벗어날 수도 없다. 손오공이 부처님의 손바닥을 벗어날 수 없는 이유이다.
사람은 천상천하유아독존을 모른다. 천상천하유아독존이 되어봐야 천상천하 유아독존이 어떠한 것인지 알 수가 있다. 사람은 전체인(하나인) 근본을 모른다. 근본이 되어봐야 근본을 안다. 사람이 근본이 되지 못하는 것은 사람의 가진 마음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가진 마음은 허상이다. 허상의 마음을 가진 존재 또한 허상이다. 사람은 허상의 마음세계에 사는 허상의 존재이다. 허상의 세상은 없는 세상이고 허상의 세상에 사는 허상의 존재는 생명이 없다(꿈 속에서는 살아있는 것 같아도 살아있는 것이 아니듯이). 그러므로 실상인 근본을 모른다. 허상을 벗어나 실상의 세상에 실상의 존재로 나면 실상인 근본을 알 수가 있다. 이렇게 되려면 허상인 마음을 다 없애고 허상의 존재인 나마저도 벗어나야 한다.
실상인 세상은 비물질 실체인 세상이다. 또 영원 불변의 살아있는 세상이다. 실상의 세상에 실상의 존재로 나면 영원한 참의 세상에 참의 존재로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