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탐험선 뚜어도르이 호가 항해 중에 갑자기 휘몰아 치는 폭풍에 침몰하고 말았습니다. 그 배에는 한국 사람, 중국 사람, 일본 사람, 그리고 영국 사람이 타고 있었습니다. 네 사람은 난파선의 나무조각에 의지하여 사흘 밤낮을 조류에 휩쓸리며 거친 바다를 떠돌다가 이름 모를 섬의 바닷가 모래사장에 떠밀려 와서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그 섬은 원시부족인 투옹모르와 족이 사는 투옹모르와 섬이었습니다. 한참 지난 후 네 사람이 눈을 뜬 곳은 원시부족의 마을회관이었습니다. 네 사람은 순박한 원시부족의 정성스런 간호 덕분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기력을 회복하였습니다. 기력을 회복하자마자 바다를 떠도느라 탈수로 목이 마른 네 사람은 물을 담을 그릇을 청하였습니다. 한국사람은 ‘물잔’이라고 하고 중국 사람은 ‘빠이’, 일본 사람은 ‘꼬뿌’, 영국 사람은 ‘컾’이라고 하였습니다. 투옹모르와 족은 정신을 잃은 사람이 정신을 차리자 마자 제일 먼저 그들이 믿는 신을 찾습니다. 그래서 투옹모르와 사람들은 네 이방인들도 자기들처럼 제각각 자기들이 믿는 신을 찾는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물잔’, ‘빠이’, ‘꼬뿌’, ‘컾’이라고 하는 다른 신을 찾고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워낙 문명세계와는 동떨어져 있어서 나뭇잎으로 물을 떠서 마시는 원시부족이다 보니 물잔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아이들이 바닷가에서 이상하게 생긴 물건을 주어왔습니다. 투옹모르와 사람들이 처음 보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이방인들에게 가져다 보였습니다. 그것을 보자마자 이방인들은 ‘물잔’, ‘빠이’, ‘꼬뿌’, ‘컾’이라고 제각각 소리쳤습니다. 그리고는 서로 돌려가며 그것으로 옹달샘의 물을 떠서 마셨습니다. 투옹모르와 사람들은 물잔을 (겪어)보지 못하였기 때문에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고 다른 것인 줄 알았습니다.
장님이 코끼리의 한 부분을 만져 보고 자기가 만져본 것이 코끼리라고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코를 만진 장님은 코끼리가 굵은 대롱 같다 하고, 다리를 만진 이는 기둥, 배를 만진 이는 벽, 꼬리를 만진 이는 밧줄, 상아를 만진 이는 창과 같다고 합니다. 코끼리를 통째로 (겪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자기가 겪은 일부만 가지고 코끼리라고 우깁니다.
사람은 자기가 직접 겪지 않은 것은 알지 못합니다. 자기가 경험한 범위 내에서 상상하거나 짐작할 뿐입니다. 그리고 직접 겪더라도 각자가 자기의 가진 마음으로 보고 듣고 배우고 경험하기 때문에 같은 사상(事象 : 사물과 현상)을 겪어도 받아들이는 것은 사람마다 다 다릅니다. 어떤 사람의 말을 같이 들어도 들은 사람마다 조금씩 다 다릅니다. 심지어는 그러한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소문이 돌고 돌다 보면 사실과는 전혀 다른 엉뚱한 말이 되고 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경전의 해석이 제 각각인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 어느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자기가 옳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