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가 네게 뭐라고 말했냐?”
“자기가 내 어머니라고 했어요.”
“다시 네게 오면 그 여자를 이 활로 쏴 죽여라.”
'백년보다 긴 하루' 라는 책이 있는데, 그 책에 추완추완이란 부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추완추완 부족은 아주 잔인한 방법으로 다른 부족을 포로로 잡으면 노예로 만든다. 평범한 노예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전의 기억과 생각을 모두 없애고, 전적으로 자기들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로보트와 같은 노예로 만드는 것이다. 그들에게 잡힌 노예 중에 졸라만이란 소년이 있었는데, 역시 추완추완 부족은 졸라만의 머리에 암약대의 유방 가죽을 씌워 그를 종으로 만들려 했다. 뜨거운 햇볕에 가죽이 마르면서 머리가 서서히 조여든다.
백년보다 긴 하루 같은 그 고통을 잊고 살아남으려면 과거도, 가족도, 자신이 누구인지도 다 잊어야 했다.
결국 졸라만은 모든 생각을 잃어버린 기계와 같은 존재가 되었고, 그는 추완추완 부족의 종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주려고 졸라만의 어머니가 찾아왔다.
‘나는 네 어머니고 너는 졸라만이고 네 아버지는 네게 활 쏘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너는 명궁’이라고 어머니는 졸라만의 잃어버린 과거를 찾아주려고 애를 썼다. 그러다가 추완추완 부족이 멀리서 오는 모습을 보자 그녀는 곧 도망갔다. 다음에 다시 오겠다고 약속하면서... 그때 추완추완 부족이 그에게 물었다.
“그 여자가 네게 뭐라고 말했냐?”
“자기가 내 어머니라고 했어요.”
“다시 네게 오면 그 여자를 이 활로 쏴 죽여라.”
“예.”
이튿날, 졸라만에게 자신이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주려는 어머니의 수고는 비참한 죽음으로 끝났다. 그것도 사랑하는 아들이 쏜 화살에 맞아 죽임을 당하는 비극으로!
졸라만은 자기가 아는 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한번이라도 어머니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되새겨보고 자신을 돌아봤다면 자기가 알지 못했던 다른 세계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노예된 비참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 역시 졸라만처럼 우리가 아는 세계 속에서만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지혜가 필요하다.